2016, 병신년(丙申年) 새해 벽두부터 맨살 위를 독사가 기어가는 공포감이 스멀거린다. 나라 안팎으로 험난한 파고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엎친데 겹친 악재가 또 불거졌다.
북한 김정은 집단이 기습적인 수소탄 핵실험을 강행해 전세계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시난고난 간당간당한 세계 경제에 또  한번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로 젓 담아버린 내수경기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웬만하면 누렇게 부황 든 인민을 봐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도 있겠지만 하는 꼬락서니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네모난 삼각형 집단이다. 사용할 수도 사용해서도 안 될 핵을 개발해 어쩌자는 것인지 자충수 짓거리가 젬병이다. 더구나 북한은 그들의 우방인 중국이 지원을 끊으면 경제적으로 태풍 속에 편주(片舟) 신세다. 중국에 까지 배신의 루비콘 강을 건너버린 위험천만한 행태가 제정신인지 도저히 납득이 안간다.

올해 혁신 외면하는 기업 얼어 죽는다

급기야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오는 방망이 가는 홍두깨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저지른 자충수다. 그러나 남북 모두 개성공단만은 건드려서는 안된다. 북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측 기업과 경제를 위해 필요한 곳이다.
사실 북한 변수가 아니라도 우리의 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다. 눈앞에 가로놓인 오만가지 병폐를 안은 지뢰밭이 도처에 깔려있다.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노사갈등, 가게부채, 청년실업 등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들이 산적해있다. 눈앞의 경기불황이 문제가 아니라 자칫하면 성장판이 닫혀 경제가 나락으로 추락할 위기를 맞고있는 것이다.
당장 4월 총선은 우리 경제에 암초가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은 민생은 안중에 없고 오직 표를 구걸하기 위해 무수한 공약을 남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무역의존도가 80%에 달하는 우리 경제에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경제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가 득달같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구매력이 냉골이다.
올해 경기 전망이 도처에 시계(視界)제로가 감지되면서 추위타는 섬유패션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은 예측 가능한 전망이다. 추위타는 기업뿐 아니라 자칫 얼어 죽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도 상상이 아닌 예상이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비관론은 섬유패션기업이 과거식 천수답 경영에 안주했을 때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분초를 다투는 변곡점의 꼭대기에서 부단하게 개혁하고 혁신하는 기업에겐 오히려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
지금 우리 앞을 가로막는 악재는 한국만의 고통이 아니다. 성기학 섬유산업연합회장이 섬유패션인 신년 인사회에서 강조하듯 전세계 기업이 동시에 똑같이 겪고 있는 고통이다. 똑같은 출발점에 서 있다면 위기극복 능력이 탁월한 한국의 섬유패션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지난 십수년간 모질게 고통받아온 섬유패션업계가 내공이 쌓이면서 많이 독해졌다. 일부 떡쌀 담그는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며 위기극복의 지혜를 모아왔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계훈(自戒訓)을 뼈 속 깊이 새기면서 돌파구 마련에 총력전을 경주해왔다. 각기 개혁하고 혁신하며 비상구를 찾아 전력투구한 결과 탈출구를 찾아냈다.
소재개발의 먹통이라 비난받던 화섬업계부터 신소재 개발이 본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대구경북 경주 신년 세미나에서 선보인 코오롱FM의 다양한 고기능? 고감성 소재를 비롯 각 화섬 메이커의 신소재 개발이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일반 화섬사로는 중국과 경쟁해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사실을 체험한 후 중국이 따라오지 못한 고기능? 고감성 신소재를 화섬 업계가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니트직물업계와 화섬직물업계가 차별화 원단으로 승부하는데 많은 동력을 얻게 됐다. 첨단 설비를 활용한 대량 생산 체제의 중국에게 융단폭격을 맞은 니트 및 화섬직물업체도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중국이 따라오지 못한 차별화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 진일보한 것이다.
이같은 직물업계의 자구 노력은 관련 수출단체가 앞장서 견인하기로 했다. 한국섬유수출입조합이 전면에 나서 중국이 강한 품목과 하지 못한 약한 품목을 전수 조사하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중국이 강한 품목은 비켜가되 못한 품목? 약한 품목에 전력투구하면 그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은 거둘 수 있다.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방법을 제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10년 호황기를 끝으로 내리 5년째 곤두박질치고 있는 면방업계도 새해부터는 살기 위한 대안으로 특수사 개발에 올인 하기로 했다. 코마사 생산에 집중해 죽기살기식 막장투매로 생존이 어려워지자 살길은 특수사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움직임은 장기 불황이 몰고 온 강도 높은 자구책이다. 불황에 혁신제품이 나오고 신기술이 창조된다는 사실이 정설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자구 노력의 전제는 과감한 투자다. 최신 설비는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자 생존의 지름길이다. 우선 최신 자동화 설비가 아니고는 품질도 생산성도 따라갈 수 없다. 대구경북 직물업계부터 투자에 앞장서야한다. 상당수 섬유기업인들이 미래가 불투명 하다 싶어 신규투자는 커녕 공장임대 주며 안주하는 경향이 많다고 듣고 있다. 공장 임대하고 땅값 오르면 매각해 목욕탕이나 여관 지어 편하게 살겠다는 사고로는 미래가 없다. 과거 너도 나도 섬유기업 일각에서 여관 짓고 목욕탕 짓다 포화상태로 낭패 본 일을 기억해야한다.
섬유패션 경기가 기복은 있을지언정 지구촌 70억 이상 수요는 늘어갈 수밖에 없다. 중국이 하지 않는 품목을 조사해보면 너무 많다. 몸체 큰 중국 기업들이 정본품은 경쟁력이 앞서지만 특화 차별화 품목은 약점이 많다.

차별화 혁신 기업은 불황이 없다

더구나 우리에겐 디자인 개발력에서 세계 일류 국가로 정평이 나있다. 해외 소싱을 통해 대량 생산으로 승부하는 벤더들도 어느덧 OEM에서 ODM 수출로 바뀌었다. 미국 바이어들이 한국의 디자인력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 개발 능력과 디자인력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면서 제직, 편직, 가공에서 차별화를 강화하면 시장은 열려있다.
문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경기 타령은 봉건적 사고다. 수요를 창출하는 신기술? 혁신 제품 마케팅 개발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면 시장은 널널하다. 투자하지 않고 경기 타령을 하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중언부언 하지만 수렁에 빠진 섬유패션 기업을 구하는 길은 과감한 구조개혁이고 그 전제는 투자다. 차별화 혁신 기업은 불황이 없다. 이것만이 섬유패션 기업이 성장판을 여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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