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뒷걸음…세일ㆍ또 세일…한-중, 한-베 FTA 발효…

불황과 부진의 ‘내우외환’으로 섬유ㆍ패션업계가 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한 해를 마무리했다. 수출이 어렵다 했는데 마침내 적자로 미끄러졌다. 듣도 보도 못한 ‘메르스’가 덮치더니 날씨마저 외면하면서 의류 매장은 한숨 소리만 들렸다. 융복합산업으로 향한 당국의 의지는 그나마 희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중, 한-베 FTA가 발효돼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새해를 맞게 됐다. <국제섬유신문>은 2015년을 달군 섬유ㆍ패션업계 주요 소식을 간추려 정리했다.


섬유류 수출 목표치 크게 미달
섬유류 수출이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164억 달러에 못 미칠 전망이다(12월 20일 현재). 섬산련이 집계한 1~11월 수출은 10.6% 감소한 130억 6000만 달러, 수입은 1.4% 감소한 133억 9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3억 2000만 달러의 적자를 나타냈다. 월별 수지는 3~7월엔 흑자, 1~2월, 8~11월엔 각각 적자를 보였다. 섬유화이버 10억 8800만 달러(-16.2%), 사류 13억 3500만 달러(-11.4%), 직물류 75억 6700만 달러(-10.9%), 제품류 30억 7200만 달러(-7.1%) 등 주요 품목이 모두 빠졌다. 對베트남 수출은 1.1% 늘면서 24억 3742만 달러를 기록해, 對中 수출액 20억 1144만 달러보다 많았다. 우리나라의 상위 25개 섬유류 수출국 중 파키스탄(18.6%), 방글라데시(0.5%)를 빼놓곤 모두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제품 차별화와 시장다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한-중 FTA, 한-베 FTA 공식발효


한-중 FTA와 한-베트남 FTA가 12월 20일 공식 발효됐다. 이로써 섬유패션업계는 2개의 대형 글로벌 자유무역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한-중 FTA 발효로 한국 측은 견사, 마사, 모사, 비스코사 등 363개 품목(27.9%), 중국 측은 124개(10.9%) 품목이 관세가 즉시 철폐됐다. 또한 한-베 FTA 발효로 베트남산 섬유류 87개 품목이 무관세로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산업부와 섬산련은 한국은 수입기준 양허제외 품목을 28.7%로 막아놓았고(한-중), 한-베 FTA는 기존의 한-아세안 FTA를 업그레이드한 ‘상생형 FTA’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중, 한-베 FTA에서 관세 즉시 철폐 품목들은 대부분 의류 제품들로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어 피해가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더불어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20년 안에 소재-제품 개발로 차별화해 나가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융복합소재 개발사업 활발히 전개
유난히 ‘융복합소재 개발’ 키워드가 많이 등장한 해였다. 융복합 섬유에 관심이 몰리는 것은 기존 섬유가 의류에서 IT, 의료, 자동차 등과 어우러져 고부가가치 소재로 탄생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뜨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2월 중순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핵심부품 및 요소기술 개발사업’에 2020년까지 총 127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웨어러블 소재-부품, 플랫폼 기술개발에 1110억 원, 상용화를 위한 사업화 지원센터 구축에 150억 원이 투입된다.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곳은 섬유개발연구원, 다이텍, 대경섬산련 등이다. 2019년까지 38억 원을 들여 이(異)업종 융합사업을 전개 중인 섬개연은 이미 창조제품 발표회, 상설전시관 등을 진행해 왔다. 대경섬산련은 산ㆍ학ㆍ연ㆍ관과 연계해 창의형 하이테크 섬유산업 육성을 위한 ‘텍스비전2030’을 짜놓았다.


글로벌 공급과잉 면방산업 그로기
국내 면방업계의 2015년은 시련의 세월이었다.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때문이다. T사와 P사가 가동을 멈췄고, C사와 D사 등은 생산거점을 베트남과 중국으로 옮겼다. 이를 간파한 의류수출 벤더들은 경쟁을 부추기며 가격하락에 기름을 끼얹은 모습이었다. 11월 기준 코마 30수 기준 제조원가가 고리당 560달러 수준인데 520달러에 판매한다는 소식은 기가 막혔다. K사, D사 등 유력 면방업체들의 실적도 지난해보다 크게 저조했다. 새해는 인도,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면 생산국은 물론 베트남에 중국 및 대만계가 설비를 크게 확충해 시장 장악력에 도전이 예상된다. 여기에 한-중, 한-베 FTA 발효로 면사ㆍ생지ㆍ직물 등이 무관세로 들어온다. 전문가들은 차별화소재와 국내산 사용량을 증대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섬유의 날’ ‘무역의 날’ 새 주인공
2015 ‘섬유의 날’과 ‘무역의 날’ 축제에 새 주인공들이 탄생했다. 특히 섬유의 날 훈포장 수훈은 염색 분야가 강세를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조창섭 (주)영신물산대표이사가 금탑산업훈장을, 김기완 (주)비전랜드 대표이사와 이병학 (주)장유 대표이사가 나란히 대통령을 수상했는데 이들이 몸담고 있는 분야가 섬유염색(가공)이다. 업계에서는 수훈 대상에 업종별 안배 흔적이 역력하지만 친환경 염색산업의 중요성을 말해준 것으로 평가했다. 한편 ‘2015무역의 날’은 예년보다 섬유부문 수훈자가 적어 초라했다. 피혁원단 업체인 (주)해성아이다(대표 양영대)가 2억불탑을 수상해 자존심을 지켰지만, 5억불탑, 3억불탑을 수상자를 낸 지난해보다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이랜드월드패션사업부가 3천만불탑을, 아진인터내셔널이 2천만불탑을 수상해 기염을 토했다.

 

아웃도어 10년 전성기 종지부
최근 10여년간 무섭게 성장하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호황기가 올해로 종지부를 찍었다. 2000년대 들어서 해마다 20~30%씩 성장하던 아웃도어 시장이 지난해 겨울시즌 저조한 다운판매로 하락 조심을 보이더니 올 들어 급속하게 경직되기 시작한 것.
지난해 겨울 푸근한 날씨로 헤비다운을 비롯한 중의류 판매가 부진했지만, 올해는 상반기부터 불황과 메르스 악재에 부진했고 하반기 다운의류 매출도 예년같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같은 판매 부진은 소위 빅5로 불리는 메가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리딩 브랜드들도 연중 재고 다운재킷 행사를 지속했고, 신제품의 꺾어팔기도 예년보다 빠르고 할인율도 높아졌다.  
업계는 이와 같은 현상을 불황과 날씨 탓이 아닌 아웃도어 복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 감소로 해석하고 있다. 아웃도어에 대한 피로감이 매출에 반영된 셈이다. 이제 아웃도어를 이탈한 충성고객들의 이동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불황·메르스·날씨 불확실성 증폭
2015년 패션산업은 지속된 불황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악재, 엇박자 날씨 탓에 상반기부터 매출 목표를 하향조정하는 브랜드가 속출했다. 3재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올해도 소비자들은 쉽게 주머니를 열지 않았고, 가치소비 트렌드는 여전했다. 매출을 잡기위해 브랜드들은 앞다퉈 행사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 경제위기, 유가 하락,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여건도 험난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올해 예상치도 못했던 메르스 악재까지 이어지면서 업계의 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에 대한 노이로제도 깊어졌다.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다. 상반기에는 늦추위로 봄 제품 판매에 적신호가 켜졌고, 매출 비중이 큰 하반기에는 11월과 12월 내내 연평균 기온을 웃도는 푸근한 날씨탓에 겨울 아우터 판매가 원활치 못했다.     


유니클로 1조 돌파…SPA 질주 여전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의 볼륨 확대는 2015년에도 멈추지 않았다. 백화점이나 핵심 상권의 단독점포만 고집하던 것에 벗어나 교외형 매장 개설과 대형마트 입점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유니클로는 한국 진출 10년만에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유니클로를 국내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8월 회계연도마감(2014.9.1~2015.8.31) 기준 매출이 전년대비 25% 신장한 1조1169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45% 증가한 1564억원, 순이익은 47% 증가한 119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유니클로는 2009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데 이어 2012년 5000억원을 돌파했으며, 3년 만에 다시 매출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국내 최고 인기 브랜드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세일, 또 세일… 한국은 ‘세일 공화국’


‘출장세일’ ‘합동세일’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K-세일데이’. 올해 대한민국 유통업계는 ‘세일’이라는 단어를 빼고는 논할 수 없을 만큼 행사가 봇물을 이뤘다. 불황으로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살리기 위한 유통업계의 몸부림은 처절했다.
특히 백화점은 365일 중 100일이 넘는 기간을 세일 및 할인행사로 사용했다. 사실상 3일에 한 번은 세일을 통해 고객을 모집한 셈이다.
백화점별 세일 기간을 살펴보면 롯데백화점은 신년 정기세일, 봄 정기세일,, 여름 정기세일, 가을 정기세일 등을 실시했고 블랙쇼핑위크, 블랙슈퍼쇼핑, 블랙프라이데이, K-세일데이 등 100일이 넘는 세일 행사를 진행했다.
현대백화점도 신년세일, 봄세일, 여름세일, 가을세일, 창립44주년 사은 행사, K-세일데이 등 100일이 넘는 세일 행사를 진행했고, 신세계백화점도 100여일에 가까운 할인행사를 벌였다.


황금알 낳는 거위… 시내면세점 쟁탈전
2015년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시내면세점이었다.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 3곳과 부산 1곳 시내면세점을 운영할 사업자를 두고 5월부터 벌였던 치열한 쟁탈전은 롯데와 신세계, 두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두산이 서울 3곳에 입찰했고, 롯데는 서울 2곳 재입찰, 신세계도 3곳과 부산 1곳 입찰했다. 패션그룹형지 역시 부산에 출사표를 던졌다. 기업들은 시내면사점 사업권을 따기위해 사회 환원과 상생투자 약속을 남발하는 촌극을 빚었고, 심사와 발표과정에서도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와 정보유출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끝내 대기업인 두산과 롯데, 신세계가 서울 사업자로 선정됐고, 부산은 기존의 신세계가 자리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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