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인서 기업일군 경험 나누는 ‘희망전도사’ 되고파”

- 인수합병 과정에 불어난 외차입금
- 효율경영으로 2011년 수준으로 낮춰
- FTA맺은 中 선택아닌 필수공략 대상
- 패션기업 노하우로 부산 면세점 재도전
- 바쁜 일정에도 1백여 차례 강연 고집
- 힘겨운 올해 대중에 꿈·희망·용기 전파

 

“국내엔 실력있는 사업가는 많지만, 능력있는 기업가(Entrepreneur)는 흔치않다”고 혹자는 말한다. 불편하지만, 누구도 쉽사리 “아니오”라고 부정하기 어려운 진실이다.

흔히 말하는 기업가 정신은 미국 경제학자인 슘페터가 주창한 혁신을 통한 이윤추구로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창의경영, 사회책임경영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장돼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패션업계에서 이 같은 기업가 정신과 맞닿아 있는 경영인을 꼽으라면 누구를 가장 먼저 떠올릴까? 기자는 단연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이 처음이다.
그는 여성 어덜트캐주얼 웨어로 가두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복종 경계는 물론 유통으로까지 업역을 확대하는 도전도 망설이지 않았으며, 전사적인 CSR 실천을 통해 나눔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유가하락·중국 성장둔화 등 대외적인 악조건에 가계부채·고용불안 등으로 극악의 내수침체까지 예상되는 2016년을 앞두고 우리 패션산업에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헝그리 정신을 토대로 한 최병오식(式) 기업가 정신이 아닐까.

    
- 2012년 이후 인수합병 시장에서 패션그룹형지는 가장 큰손이었습니다. 기업을 인수할 때 가치를 두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3대 원칙이 있습니다. 패션 사업과 연관성이 있어야 하고, 브랜드 가치가 살아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1∼2년내 흑자전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전혀 모르는 사업이 아니라, 형지의 노하우를 접목시키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패션, 유통, 제화 잡화 등 관련된 업종을 인수했습니다.”

- 형지I&C, 형지엘리트, EFC 등 인수를 통해 종합 패션기업으로 우뚝 섰고, 바우하우스 인수와 면세점 도전을 통해 유통으로 까지 업역을 확장했습니다. 최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경영과 투자에 대한 철학과 원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하나의 상품?브랜드로 장기 지속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시장 경쟁과 환경변화에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상품이나 업종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포트폴리오 전략을 통해 시장 리스크를 줄이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성장을 지속해야 합니다. 그래서 성장잠재력이 좋은 브랜드와 기업을 인수해 종합패션유통기업을 키웠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위축됐다 할 때 오히려 공격적으로 기회를 잡고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전략입니다.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남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면 기회는 늘 있었습니다. 중년 여성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값은 합리적이면서 품질 좋은 여성복’이란 콘셉트의 ‘크로커다일레이디’에 전념한 끝에 여성복 1위 브랜드로 키웠습니다.”
 
- 짧은 기간 인수합병을 통한 영역 확장에 성장통을 우려하는 주변의 시선도 없지 않습니다. 내부적인 평가가 궁금합니다.

“인수합병을 통해 종합패션유통기업으로 시너지를 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인수한 계열사들은 임직원을 100% 고용승계했고, 도전과 혁신의 형지 문화를 내재화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2015년 상반기 영업이익을 초과달성해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 외부 차입금 비중도 상당히 낮추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수 과정에서 자기자본과 외부 차입자금 조달을 하다보니 2011년 부채비율 156%에서 2013년 일시적으로 급증했으나, 그동안 선택과 집중의 철저한 효율경영으로 2015년에는 2011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 중국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걸로 압니다. 최 회장님께서 중국 패션시장을 어떻게 평가하시는 지요. 
“이제 중국시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공략 대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중국은 현재 중산층이 늘고 있고 3050세대 캐주얼 수요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성복 시장과 정통 수트와 캐주얼을 접목한 비즈니스 캐주얼 시장 중심으로 확대가 예상됩니다. K-패션으로 중국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 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 들어온 유커를 잡는 전략도 적극 펼쳐야 할 것입니다.” 

- 현재 패션그룹형지의 중국 진출 진행상황과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2013년 ‘샤트렌’으로 대만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그 이후에 ‘와일드로즈’ ‘본지플로어’도 추가 진출하면서 13개 판매점을 운영 중입니다. 또 2014년부터 형지I&C의 ‘예작’ ‘본지플로어’로 중국 진출해 현지 유명 백화점에 12개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직진출 보다는 총판, 유통망 등을 통해 시장 테스트를 하며 탄탄한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 지난달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신세계에 뒤져 사업권 획득에 실패했지만, 곧바로 재도전을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던 면세점 사업 도전의 배경과 패션그룹형지만의 차별화된 면세점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디자인과 상품 기획, 매장 구성에 뛰어난 패션회사의 강점을 활용해 차별화된 면세점을 선보이고자 했습니다. 게다가 중소?중견기업의 속사정을 더 잘 아는 형지가 대기업 보다는 면세점 상생경영이 더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향 부산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싶다는 ‘숙원’의 발로였습니다. 부산 하단동에 쇼핑몰 건립을 추진 중에 있고, 그곳에 면세점도 유치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서부산 발전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수차례 동행하셨습니다. 섬유·패션 업계를 대표해 경제사절단으로 나서 거둔 성과와 개인적으로 얻은 바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만나기 어려웠던 해외 기업인들과의 교류가 가능해 현지 진출 등 실질적 이득이 있습니다. 또한 세계시장에 대한 안목과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기를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뜻 깊은 시간이 됐습니다. 구체적인 성과로는 성과도 남성복 예작과 본지플로어가 중국 상해, 소주, 항저우 등 대도시 백화점을 중심으로 입점하기 시작했고, 이탈리아 순방 통해 스테파넬 국내 상표권 인수, 스위스 순방을 통해서는 와일드로즈 글로벌 상표권 인수, 베트남 순방을 통해서는 C&M 공장을 인수한 것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최병오(왼쪽)회자와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 최 회장은 전경련 통일경제위원으로 업계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 평소 각종 단체에서 학생, 공무원, 소상공인 등에게 강연을 펼치시는 걸로 압니다. 경영에  바쁘신 와중에도 강연에 열심이신 이유가 있습니까.  
“여러 가지 부침을 극복하고 1조원대 패션기업으로 성장시킨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불러주시는가 봅니다.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정말 도움이 되고 희망이 필요한 곳에는 바쁘더라도 강연을 하러가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그간 강연 회수가 100여 차례 이상이 됐네요.(웃음)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소상공인들이 살아가기 너무 어려운 때입니다. 저 또한 소상인으로 시작해 기업을 일군 사람으로서 대중들에게 꿈·희망·용기를 주고자 나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 한국의류산업협회장 등 대외 활동에 활발하신 편입니다.  

“한국의류산업협회장, 대한상의 중견기업위원장, 전경련 통일경제위원으로 업계 발전에 일조하고자 하고, 국내 유수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통하여 인재양성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 네팔 지진 피해 등에 기부를 하는 등 나눔활동도 펼쳐 왔습니다. 이런 모습 때문인지 최근 한국소비자포럼이 소비자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2016년 기대되는 브랜드 10선’을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1명으로 ‘불황을 이겨내는 강한 CEO’ 브랜드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2016년도 우리사회의 ‘희망전도사’로서 힘차게 달리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사회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 불황과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최 회장님께서 생각하는 위기의 대한민국 섬유·패션 산업의 돌파구는 무엇입니까.
“2015년 못지않게 새해 경기전망도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섬유패션업계는 글로벌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과제까지 안고 있습니다. 글로벌 SPA의 성장이 가속화되는데다, 소비 위축과 불황이 오래되면서 ‘가성비’에 더욱 집중하는 고객들도 사로잡아야 합니다. 경쟁의 룰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우리 업계가 불황과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는 하나의 길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2016년 패션그룹형지의 계획과 목표를 밝혀주세요.
“매출과 손익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다잡는 전략에 주력할 것입니다. 크로커다일레이디 등 기존 브랜드는 더욱 탄탄하게 시장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함께 까스텔바쟉은 명품 브랜드로 육성해 나갈 것입니다. 에스콰이아는 ‘뉴 에스콰이아’를 추구해 명가재건을 이룩할 것이며, 베트남 C&M 공장을 활용해 OEM?ODM 수출 비즈니스도 본격 전개할 예정입니다. 올해 완공 예정인 부산 하단쇼핑몰과 괴정 형지타운, 양산 물류정보센터를 부경지역의 유통벨트로 만들어 유통사업 활성화와 고용창출?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설 것입니다. 또한 형지는 전경련 회원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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