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물든 나뭇잎들이 쉴새없이 바람에 떨어질때 민주화의 큰산 YS가 낙엽과 함께 떠났다. 하늘도 애석해 눈발이 흩날린 그날 온 국민의 애도속에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그는 6년전 먼저간 DJ와 함께 이땅의 민주화 화신이지만 인생 여정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대통령 취임초 그의 인기는 북한 왕조를 빼놓고는 세계 어느 지도자도 맛볼 수 없는 95%이상의 열렬한 국민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퇴임직전 국가 경제를 거덜낸 대위국(大危國)의 IMF환란으로 국민들로부터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숙명여대 경제학부 신세돈 교수는 지금도 전국 각지를 돌며 머리를 빌린 YS의 이른바 ‘갱제’ 논리를 무차별 비판한다. 돈이 선순환돼 제대로 돌아야 경제가 살아날텐데 YS가 부르짖던 갱제(坑濟)는 갱속에 갇혀 있다는 뜻이라서 IMF를 물고 왔다는 것이다.

한국 FTAㆍ섬유산업 만병통치 아니다.

어찌됐건 마지막 국민지지율 1%로 전직 대통령 중 꼴찌이던 그가 영면하는 순간 온 국민의 추모물결이 이어지면서 95%의 전성기 지지율을 되찾았다. 살아생전 그의 족적에서 과(過)보다 공(功)이 많은점을 국민들이 재평가한 것이다. 중국의 모택동은 지금도 전체 15억 인민들로부터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다. 집권당시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수백만명을 죽였지만 중국천하를 통일하는 등 “공7과3(功七過三)”을 평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본질문제로 돌아가 우리 섬유패션산업이 극심한 불황으로 시난고난한 사이 국제통상질서는 변곡점의 꼭대기를 치닫고 있다. 한ㆍ중 FTA의 국회비준이 초읽기에 들어가 내년부터 정식 발효를 앞두고 있다. 한중 FTA 국회비준이 늦으면 하루에 40억원의 수출손실을 예상할 정도로 화급을 다투는 사안이다. 당연히 서둘러야 되겠지만 섬유부문에서의 손익은 달리 계산해야 한다. 얻는 것도 있지만 잃을 것이 더 많은 요소를 안고 있는 것도 부인못할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전체로 봐 한ㆍ중 FTA는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우리 섬유패션업계의 사활이 걸려있어 핏발선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미국과 일본ㆍ베트남 등 12개국이 주도한 TPP는 한국이 처음부터 배제됐다. 얀포워드 원칙의 원산지를 적용해 회원국내에서 생산된 원사나 원단을 사용한 의류만이 향후 회원국간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얼핏 생각하면 발등의 불이고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섬유수출 환경속에서 우리에게 희망이 절벽으로 바뀔 위기다. 그래서 너도나도 가장 큰 수혜국으로 지목되고 있는 베트남을 향해 난파선에 쥐빠져 나가 듯 탈출행렬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TPP협정문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결코 조급하게 안달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대응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TPP가 발효돼서 협정문대로 회원국간 원산지 규정을 살려 무관세혜택을 부여하면 한국은 섬유수출 변방으로 추락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과정까지는 많은시간과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무엇보다 TPP회원국들이 협정에는 서명했지만 자국내 행정절차의 시행규정과 국회비준을 거치기에는 앞으로 2년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진다. 또 회원국간 국회비준을 거쳐 정식 발효가 되더라도 우리의 주종 인기품목이 미국시장 등에서 무관세혜택을 받기까지 10년이 걸린다. 도합 12년이 지금부터 소요될 수밖에 없다. 10년세월에 그동안 많은 변화가 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1-2년 후 TPP 발효즉시 일부품목은 득달같이 회원국 원사와 원단을 사용해 만든 의류제품이 무관세혜택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상품목은 치마나 섬유로 만든 우븐백 등 극소수에 불과하고 한국은 물론 한국 벤더들이 해외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거의 미미한 품목이다.
반면 향후 11년이후 무관세혜택을 부여하는 품목에 한국의 주종 인기 품목이 포함돼있을 뿐이다. 면니트셔츠ㆍ화섬니트셔츠를 비롯 바지, 스커트, 드레스셔츠, 재킷 등 인기품목은 거의 향후 11년이후부터 적용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협정문 발효시점이 10년이상 남은데다 그동안 우리라고 TPP에 완전 손놓고 있을 나라가 아니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번 미국 방문길에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국의 TPP참여를 공식제안했고 오바마도 이에 흔쾌히 응했다. 박대통령과 아베 일본총리와의 만남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TPP협정 발효 이전에나 발효후 10년간의 경과조치 기간 중 한국의 TPP가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너무 조급하게 판단할 상황이 아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TPP를 둘러싼 성급한 행태가 국내외에서 불거져 걱정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선발업체를 일각에서 TPP기득권을 내세워 벌써부터 장사에 이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만의 최대기업 포모사는 호치민 인근에 20여년전 무료 300만평 규모의 광활한 부지위에 화섬과 면방, 화학설비 뿐 아니라 전력까지 생산해 공급하는 대기업이다. 이 포모사의 화섬사 품질이 베트남에서는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최근 화섬사값을 전격 인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TPP발효에 대비해 베트남산 원사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벌써부터 가격을 올린 것이다.
포모사 뿐 아니라 베트남에 진출해있는 일부 편직업체와 염색업체들이 거래선인 의류수출 벤더들에게 앞으로 편직원단이나 염색캐퍼 확보가 점점 어려울테니 미리미리 알아서 계약을 해놓으라는 엄포성 압력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크고 작은 의류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의류수출 벤더들은 당장 TPP발효가 임박한양 겁을주는 거래업체들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TPP를 이용해 선발업체들의 발빠른 상혼이 벌써부터 활개치는 양상이다. 실제 TPP협정내용과 발효시점, 무관세 적용시점을 제대로 모르는 섬유관련기업들이 겁먹을만한 사안이다. 이 때문에 본지를 통해 많은 기업에서 확인전화를 해오고 있다. TPP협정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싶어서 국제섬유신문을 노크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화 투자하면 국내에도 승산있다

우리 섬유패션업계는 TPP협정문을 제대로 인지하고 서서히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내 제조업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정부 정책방향도 국내생산만을 고집하지 않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고임금에 생산현장에 사람이 없고 경쟁우위였던 전력비마저 비싼상황에서 “나가야 산다”는 절규가 어제 오늘의 상황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임금이 싸고 인력많고 시장잠재력이 큰곳을 겨냥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해외공장 진출이 그리 쉽게 이루워진 것이 아니다. 엄청난 돈이 필요하고 해외공장 관리의 노하우가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갈만한 곳은 거의 다 나갔다. 마지막 막차를 타기위해 일부가 서둘지만 국내에 남은 기업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적정규모의 자동화 설비와 그동안 쌓아올린 노하우, 마케팅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면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 자포자기하지 말고 과감히 투자해 차별화 전략을 제대로 구현하면 승산은 충분하기 때문이다.<조)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