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심장 파리가 테러 당하면서 세계경제도 숨죽였다. 전세계가  IS와 전쟁을 치르는 급박한 시점에 국내에서는 두가지 충격적인 사태가 일어났다. 쇠파이프와 물대포가 맞붙은 폭력시위로 난장판이 됐다. 시위대와 경찰의 주장이 다르고 여론도 양분되고 있으나 그 피해는 고스란이 국민에게 돌아와 포연(砲煙)처럼 코가 쓰렷다.
경찰은 폭력시위에 대응하기위해 “물대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 하고 시위대측은 “새총에 대포로 응수한 것”이라고 다른 논리를 편다. 양측의 주장이 옳고 그르건 “자유는 질서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이관유 전 싱가폴수상의 말을 곱씹어보면 결론은 간단하다.
또 하나 충격적인 사건은 이른바 “정부가 제발등에 총 쏜 면세점 정책”이다. 관세청이 새로 신세계, 두산을 선정하면서 롯데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점은 20년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면세점 허가에 대비해 3000억원을 쏟아부은 롯데월드타워점과 700억원을 쏟아부는 SK워커힐점은 날아간 헛돈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의류벤더 날고 내수패션ㆍ소재 추락

재벌그룹의 몇천억은 서민들의 몇백만원이겠지만 문제는 이들회사 직원 2200명의 일자리가 날아가게 됐다. 정부가 눈만뜨면 일자리 창출을 부르짖지만 있는 일자리도 못지키면서 무슨 일자리 창출인지 갸우뚱해진다.
물론 지난해 면세점 매출이 8조 3077억원에 달해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서 재벌그룹이 허가권에 사운을 걸고있지만 수요가 있다면 추가로 신규허가를 내주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본다. 사행업종이 아닌 허가권을 5년에 한번씩 심사해 퇴출시킨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재벌 길들이거나 재벌 나눠먹기 비판을 받지않도록 정책이 바뀌어야 되고 능력있는 중견기업의 진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말을 바꾸어 12월결산 섬유패션 상장기업의 올 3분기 경영실적이 공개되면서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는 기업의 고통이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세월호에 이은 메르스 충격으로 내수는 완전 빙하기에 접어들었고 수출경기 또한 글로벌 시장 위축으로 시난고난 했음을 수치로 밝혀주고 있다.
23개 코스피 상장섬유패션 기업 중 작년동기보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회사는 겨우 7개사에 불과할뿐 전체의 70%인 15개사는 영업이익이 현저히 줄었다. 세월호 참사로 지하실 바닥에 추락한 작년보다 더 악화된 심각한 상황이다. 그래도 의류수출 벤더들은 치열한 국제경쟁을 극복하면서 성장을 유지했으나 내수패션업체 대부분은 빈사상태에서 고전했다.
내수패션업체 대부분은 세월호의 충격에서 채 깨어나기도 전에 메르스란 메가톤급 악재가 몰려 시장이 초토화 된 것이다. 경기는 냉골이고 재고는 쌓이니 너도나도 세일에 세일을 추가해 채산이 급속히 악화됐다. 어거지 세일로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률이 급격히 떨어져 내용이 부실해진 것이다.
올 상반기 난공불락 1위인 영원무역홀딩스에 이어 영업이익 2위로 등극했던 휠라코리아마저 3분기에는 영업이익 랭킹 5위로 추락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3,72%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이상 추락해 순이익면에서 근래에 보기드문 적자전환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패션간판기업인 LF역시 영업이익이 급격히 떨어져 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3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9%가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작년동기보다 75%이상 감소됐다. 상반기에는 영업이익이 23개 상장(코스피) 섬유패션기업 중 5위였으나 3분기에는 16위로 쳐졌다. 3분기부터 메르스 충격이 온 나라를 본격 강타하기 시작해 내수패션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물론 내수패션기업중 호황을 누린 예외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섬은 여성복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3분기에도 승승장구해 매출은 작년동기대비 24%가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56%가 급증했다. 여성복 톱브랜드의 위력을 3분기에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상반기 영업이익 증가율 19%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어서 그 비결이 궁금할 정도다.
전반적으로 3분기 영업실적이 부진한 섬유패션기업중 골고루 안정성장을 유지하며 호황을 만끽한 곳은 의류수출벤더들이다. 바이어의 반복되는 가격후려치기에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결과는 우등생 경영을 했다.
세계 초일류 아웃도어업체인 영원무역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매출은 25%가 증가해 3분기 영업이익이 649억 5600만원을 기록했다. 여전히 섬유패션 상장기업중 영업이익규모에서 부동의 1위를 마크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끈것은 의류수출 빅3중 2위인 한세실업의 수직상승이다.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37%가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67%나 고공행진했다. 의류수출벤더중 가장 높은 실적이다. 올 상반기 월마트로부터 니트 탱크탑 셔츠 단일오더로 6000만장을 피스당 1,20달러의 저가에 수주했지만 생산성과 환율이 받쳐줘 오히려 대박을 터뜨린 것에 크게 효자노릇을 한 것 같다.
태평양물산도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매출은 작년동기 대비 11%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0%이상 증가해 3분기 영업이익이 250억원을 넘었다.
신원 또한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높은 영업이익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수출벤더와 내수패션을 같은 비율로 전개하고 있는 신원은 내수경기위축에도 수출이 크게 호조를 보여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50%까지 급증했다. 매출은 9,6%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의류수출에서 크게 호황을 만끽했다. 신원은 순이익 구조에서도 흑자로 전환했다.
국동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2%나 증가해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보다 3분기 영업이익이 훨씬 많아졌다. 윌비스는 작년동기보다 영업이익은 감소했으나 영업이익 규모는 나쁘지 않았다.
특기할 것은 의류수출벤더들이 3분기에도 전체적으로 영업이익이 수직상승 했거나 안정성장을 유지한 것과 달리 국내화섬이나 면방 등 섬유소재 기업들은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휴비스와 코오롱FM, 그리고 코스닥기업인 티케이케미칼 등 화섬업체들의 수익이 크게 떨어졌다. 직물과 니트 등 실수요업계의 장기불황과 중국과 인도산 화섬사의 대량반입이 몰고온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알려진대로 국내 화섬업체중 단섬유(SF)부문을 제외한 필라멘트쪽은 어느 한회사도 제대로 흑자를 내지못한 어려운 상황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위기때 혁신제품 신기술 탄생한다.

화섬뿐 아니라 면방사들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최악의 불황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신방직과 동일방을 제외한 여타 면방업체들은 거의 대부분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적자전환ㆍ적자지속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안팍으로 극심한 불황을 딛고 이정도 실적을 유지한 섬유패션업계의 저력을 높이 평가해아한다. 비록 경제가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있지만 다시 회복되는 시기도 멀지 않았다. 이럴때일수록 “위기 때 혁신제품과 기술이 탄생한다”는 일본 경제계의 신(神)이었던 마쓰시다 고노스께 회장의 경영철학을 되새기며 총력전을 전개할 때다.
언제나 어렵지 않을때 없었고 극복못할 위기도 없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磨斧爲針)집념과 정성으로 불황을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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