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불신이 고조돼 심판론이 제기되고 있는 정치권에 ‘박’시리즈의 희한한 장르가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충성도와 은혜를 저버린 배신자를 비유한 조어가 쉴새없이 쏟아지고 있다.
친박ㆍ비박의 단순구분이 아닌 진박, 가박, 원박, 신박, 용박, 홀박, 짤박, 통박 등 온갖 시리즈가 어지럽게 진화되면서 신조어 개정판이 매일 바뀌는 모양새다.
권력의 저울추는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요즘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더욱 작렬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작심하고 말한 ‘배신의 정치’에 이은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발언은 무서운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듣기에 따라 여ㆍ야가 해석이 다르겠지만 무기력과 무책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정치권이 자초한 회초리임을 알아야한다.

온라인 쇼핑몰의 神마윈 알리바마 회장

본질문제로 돌아가 우물안 개구리와 둥지안의 뱁새는 자기가 사는 것이 가장 크고 넓은 것으로 안다. 불과 5200만 인구의 내수시장이 경제활성화의 바로미터인양 정부주도로 실시된 지난 10월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집안 잔치에 불과했다. 물론 백화점, 전통시장, 편의점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 까지 3만 4000여곳이 참여해 3000억규모를 팔았으니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11일에 실시된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광군제’(光棍節ㆍ독신자의 날)의 매출실적을 보는 순간 놀라움과 허탈한 탄식을 떨칠 수 없다. 광군제가 열린 11일 하룻만에 무려 912억 위안(16조 5000억원)이란 천문학적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미국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실시하는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 4조원 규모와 비교할 때, 4배에 달한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다. 232개국 소비자들이 구매한 ‘광군제’는 우리와 달리 거래의 68%가 모바일 거래로 이루워졌다. 이날 하루 행사를 위해 택배인원 170만명이 동원됐고 화물 비행기 200여대, 차량 40만대가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광군제를 주관한 마윈 알리바마 회장은 온라인 쇼핑몰의 황제이자 신이 됐다. 이번 행사로 한국업체 50만곳이 물건을 팔아 톡톡히 재미 봤지만 비중은 5%에 불과했다.
이번 중국의 광군제와 오는 27일 시작될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예상하면서 우리도 유통혁명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온라인의 폭발적인 증가속에 우리 유통의 핵심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환골탈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고율의 수수료 매장으로 일괄하고 있는 우리나라 백화점의 전성기에 해가 저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가격구조에서 백화점의 경쟁력은 한계에 왔으며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놓고 부동산 임대업체처럼 운영되고 있는 우리 백화점이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급속히 다가오고 있다. 미국이나 서구의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은 거의 완사입 구조이지만 우리 백화점은 위탁판매 수수료 매장으로 재벌을 축성해왔다.
재고부담 없이 팔리는 액수에 따라 매출액의 30-40% 가까운 수수료로 부를 창출하고 있다. 여기에 광고선전비도 입점업체가 부담하고 리뉴얼비용, 판매사원 월급을 포함한 관촉비용 등도 입점업체 몫이다. 매출이 떨어지면 퇴점 압력이 겁나 자기카드로 가짜매출을 올리고 이때도 어김없이 30-40%의 수수료를 입점 업체가 부담한다.
그러다 보니 백화점에서 판매가의 절반이상이 판매촉진비로 나가게 되고 엄청난 재고부담까지 입점업체가 부담해야 되는 상황에서 옷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온라인 구매가 대중화 되지 못해 백화점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 제품을 앉아서 저렴하게 구입하는 시대다. 오는 27일 시작되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때 국내직구 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구만큼 국내 오프라인 구매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세상이 각분야에서 분초를 다투는 변곡점의 꼭대기를 향하는 시점에서 백화점에 가서 비싼돈 주고 구매할 고객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옷값을 내리기 위해 백화점의 판매 수수료와 제반 판촉비 부담이 과감히 인하돼야한다.
완사입을 해 재고부담을 고스란히 유통업체가 떠안고 있는 미국 백화점의 경영전략은 우리 백화점업계가 빨리 배우고 도입해야한다. 본지에 여러차례 소개된바 있지만 세계 최대유통업체인 월마트가 국내 벤더인 한세실업에서 올해 초 탱크탑셔츠 6000만장을 구매해 팔았다. 가격은 한세에서 피스당 1,20달러에 공급했고 월마트가 판매한 가격은 피스당 1,80달러였다. 우리돈 1200원에 사서 재고부담 떠안고 1800원에 팔았다면 통째로 남아도 마진은 600원에 불과하다. 얼마나 재고부담을 안을지 위험부담을 안고 모든 관련판촉비와 관리비를 포함해 구매값에 50%만 붙여 팔았다. 우리 패션업체가 백화점에 과도한 수수료 부담과 제반 판촉비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어 제조원가(제품사입가) 보다 5배-7배 까지 높여 팔수밖에 없는 실태와 천항지차다.
그러나 중언부언 하지만 건물만 지어놓고 인테리어 비용과 과도한 판매수수료 수익으로 재벌을 축성한 백화점이 언제까지 이런 호시절을 장담할지 이제 성찰해야 한다. 백화점이 유통의 전부나 다름없던 일본도 유니클로가 출범한 후 기라성 같은 도쿄 중심지 백화점이 문을 닫았다. 싸고 좋은 물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기에 백화점에서 바가지 쓰는 기분으로 쇼핑하는 것은 점점 기피할 수밖에 없다.
이런 판국에 공룡 백화점이 판매수수료를 또 올릴 것으로 나타나 제정신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카드 회사들이 수수료를 일제히 내리기로 결정한 시점에 백화점은 오히려 올린다는 것은 무모한 어깃장이다.
때마침 중국의 광군제와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가 열리는 글로벌 쇼핑의 날을 맞아 우리도 오는 20일부터 다음날 15일까지 ‘K-세일데이’란 이름으로 대규모 겨울세일을 계획하고 있다. 각 백화점과 할인마트를 비롯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야심차게 세일행사 준비를 벌이고 있다.

백화점 변해야 최고고객은 입점업체

그러나 지난 10월초에 요란하게 시작한 후 평소 할인율 수준의 행사로 소비자의 불만을 샀던 엉터리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 그야말로 중국의 광군제와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규모경쟁은 안되지만 할인율과 내용면에서 철저하게 소비자 구미를 당길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 기본바탕은 공룡백화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무소불위의 강자적 입장에서 반성하고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위탁판매의 판매 수수료율을 올리기는커녕 내려야한다. 백화점이 가장 통렬이 반성해야 할 것은 가장 큰 고객이 바로 입점업체란 사실을 인식해야한다. 협력업체가 정상가격에 돈을 벌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백화점에 착취당하다시피한 과도한 판매수수료와 재반 판촉비용을 줄여야한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완사입으로 전환해 입점업체가 재고부담 없이 가격을 내릴수 있는 근본대책을 세워야한다. 그래야 백화점과 협력업체가 동반성장하고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적정가격에 패션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에 몰린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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