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안풀린다. 수출ㆍ내수 구분 없이 모질게 등돌렸다. 상장사 3곳중 1곳은 벌어서 이자를 못낸다. 급기야 은행권이 좀비기업 대출 회수를 위해 서슬 퍼런 칼을 뺏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 잘나가던 조선사마다 한해 적자 규모가 4-5조에 달한다. 5만원권 지폐를 장정 몇사람이 짊어지고 갈수 없는 천문학적 금액을 금융권이 지원한다. 그런돈 100분의 1만 섬유패션산업에 지원하면 세계 선두권 대국은 따놓은 당상이다.
옛날에 고을 사또가 “미련한 놈 잡아오라”고 하니 돈없는 민초만 잡아왔다고 햇다. 만만한게 뭐라고 좀비기업 대출회수 회수하면서 섬유기업 잡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설상가상으로 40년만에 최악의 가뭄까지 덮치고 있다. 거북이 등 처럼 갈라진 저수지 바닥처럼 민심도 갈라지고 있다. 이 판국에 무기력과 무책임의 난치병을 앓고 있는 정치권은 갈수록 중증에 빠져들고 있다. 민생은 뒷전이고 내편ㆍ네편으로 갈려 진영논리에 매몰돼있다. 어렵게 성사된 대통령과 여야 대표 5인 회동은 합의문도 못내고 얼굴만 붉혔다. 그럴바엔 청와대에 뭐하러 갔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단순 불황 아닌 구조적인 혼돈의 시대

본질문제로 들어가 우리 섬유패션 산업의 허리부문인 직물산업은 수출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산지를 비롯 경기북부 니트직물 산지 모두가 가동률이 절반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출이건 내수건 오더가 없다보니 보유설비를 제대로 돌릴 수가 없다. 제직ㆍ편직 오더가 바닥을 보이면서 바늘과 실 관계인 염색업계도 아비규한이다.
국내에서 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대구 비산염색공단 입주기업들도 오더가 없어 임가공료 제살깎기 경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서로 자기공장 돌리기 위해 임가공료를 덤핑하다보니 동업계 인사들이 적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기 절벽이 4-5년간 지속되다보니 꿈과 희망은 커녕 체념이 길게 벤 한숨소리만 들린다. 국내에서 가장 설비가 좋아 불황을 모르던 어느 직물업체 사장은 “40년 기업역사상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한다. 그는 “앞으로 몇 년을 기다리면 경기가 온다는 신호라도 있으면 참고 기다리겠지만 이젠 그런 기대마저 접었다”고 체념했다.
사실 지금의 세계적인 직물경기는 단순히 불황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혼돈상태다. 경기의 호불황을 떠나 전세계적으로 주체할 수없는 과잉공급으로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2-3년 한톨도 만들지 않고 재고만 소진해도 파동이 없을 천문학적인 재고가 전 세계에 쌓여있다.
첨단설비는 속속등장해 생산성이 재래식에 비해 두배 가까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더크게’를 슬로건으로 규모경쟁에 치중했던 중국으로 인해 공급과잉은 감당할 수없는 수준에 도달한지 오래다. 결국 그런 중국도 제발등을 찍고 공급과잉의 부작용에 눌려 비명을 지르고 있다. 종업원ㆍ수천ㆍ수만명 공장들이 줄줄이 떡쌀 담그는 파산 상태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섬유산업이 일본 따라잡기에 올인하면서 일본 섬유산업이 떡쌀을 담근 그대로 지금 우리가 그렇게 당하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이 최첨단 설비로 무장한 세계 최대공장 건설붐에 한국의 섬유산업이 속절없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규모경쟁은 필연적으로 공급과잉이란 독약을 가져왔고 그 독배를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중국 스스로 마시고 있는격이다.
그래서 우리 섬유업계에서는 중국과 같은 제품으로 경쟁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체념논리가 유행어가 되고 말았다. 중국과 맞짱 뜨는것은 백전백패임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몸체 큰 규모경쟁이 안고있는 허점 또한 무궁무진 할 수 있다. 중국이 규모경쟁으로 시장을 휩쓰는 대신 그들이 못하는 분야가 부지기수라는 사실을 알았다. 한국이나 일본은 하거나 할 수 있지만 중국은 못하는 품목이 생각보다 많은 분야가 바로 미들 스트림이다. 직물산업에서 양떼기 경쟁으로 일관하는 중국에 비해 한국은 중국이 못하거나 안하는 분야를 찾는 것이 비상구인 것이다.
아직 중국이 손대지 않는 우븐과 니트직물을 개발하면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게 된다. 우리 업계가 못찾고 안찾아서 모를뿐 찾아보면 그분야는 너무 많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주 한국섬유수출입조합 이사회 모임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모두가 공유했다. 수출이건 내수이건 대공황에 가까운 극심한 불황에도 승승장구 하는 직물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20%나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0%나 급증한 비전랜드도 중국과 대만이 하지 못한 품목에 올인한 것이 성장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교직물 간판기업인 영텍스타일 역시 일반 교직물은 중국이 따라와 다양한 복합소재를 활용한 차별화 직물을 개발해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폴라포리스와 각종 기모직물 등 파일니트 전문 업체인 덕산 엔터프라이스도 후직에 이어 박지분야까지 개발했더니 수출이 작년보다 늘었다고 실토했다. 아직 수출보다 내수패션 비중이 높은 알파섬유역이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중국이 따라오지 못한 2중직과 후가공 직물을 개발해 끄떡없이 안정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대기업으로서 몸체 큰 효성은 세계시장 동향을 정확히 파악해 중국이 안하거나 못하는 차별화 직물로 연간 5000만 야드 규모를 수출하고 있다. 품목당 오더량이 작게는 몇천야드 규모이지만 중국이 못한 품목 중에는 품목당 500만 야드 규모로 수출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외에도 불황을 모르고 안정성장을 유지하는 직물업체들이 꽤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불황을 모르는 안정성장 기업은 하나같이 중국산 제품과 철저하게 차별화 시킨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직물업계가 어디로 가야한다는 대명제는 분명히 설정돼있다. 중국이 하지 않거나 못하는 품목, 그것이 금맥인 것이다. 바로 이것을 발굴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이며 진단이 나오면 처방은 쉬울 수밖에 없다. 그 진단과 처방을 몰라 우리 직물산업이 이모양 이꼴로 표류하고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못하는 직물분야 그것이 금맥이다.

따라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앞장서고 섬유단체와 업계, 그리고 무능하지만 섬유관련 연구소가 함께하는 기획조사팀이 발족돼야 한다. 섬산련이나 섬유수출조합이 주도해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중국의 직물산업 실태를 정확히 조사 파악해야 한다. 중국이 가장 잘하는 분야와 못하는 분야, 안하는 분야를 정밀 조사하여 이를 토대로 업계가 공유하며 수행해야한다. 파악하다보면 몸체 큰 중국이 못하는 품목ㆍ안하는 품목이 의외로 많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듯 중국의 직물산업 실태를 심도있게 파악해야 한다. 물론 그동안도 몰라서 안한 것은 아니지만 개별기업 차원에서 관심을 갖다 한계점에 봉착했다. 이제는 주무부처의 정책지원과 범업계적으로 중국의 직물산업 전반을 체크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주저해서는 안된다. 그길만이 생사기로에 서있는 대구산지와 경기북부 등 우리 섬유산업이 기사회생해 성장을 누릴 수 있는 바로미터임을 명심해야 한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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