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초입부터 정치권에 질그릇 깨지는 파열음이 요란하다. 내년 총선까지 7개월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공천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이 불붙었다.
친노, 비노로 갈려 각혈하며 싸우는 야당의 콩가루 행태에 많은 국민이 포기하고 체념한 상태다. 혁신은 개혁보다 강한 것인데도 혁신위의 뚜껑을 열어보니 주류를 위한 제논에 물대기식 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떡줄 사람에게 묻지도 않고 김치국 마시는 야당에 대한 반감이 어느 수준인지 짐작도 못한 함량미달 수준이다.
집권 여당의 행태 또한 조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뜬금없이 불거진 안심번호 공천을 둘러싼 안심 못할 파열음에 청와대와 친박, 비박이 엉켜 사생결단 했다. 전략 공천이건 국민경선제이건 싸움판의 종착역은 자파세력 심기를 위한 공천권 싸움이다. 양측 모두 확전을 자제해 수면 아래로 숨었지만 벌써부터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이 충돌하는 것은 볼썽 사나운 모습이다.

경기 바닥 쳤다. ‘이제부터 성장이다.’

다시 우리얘기로 돌아가 전국 섬유패션 CEO 350명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과 단결을 다지며 꿈과 희망을 공유하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강원도 평창에서 시작됐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주최로 매년 제주에서 열리던 섬유ㆍ패션 CEO포럼이 올해는 성기학 회장의 제안으로 평창으로 옮겨 다채롭게 진행된다.
유난히도 모질게 고통을 안겨준 장기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 ‘이제부터 성장이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희망찬 미래를 전개하기 위한 알찬 포럼이다. 모처럼 짓눌린 경영일선에서 벗어나 초일류 글로벌 기업인과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살아 숨쉬는 생생한 정보와 경영지식을 전수받는 값진 기회다. 섬유패션인만이 공유할 수 있는 통합감과 건강을 위한 각종 레저행사가 곁들어져 350명 참가자들의 축제의 한마당이다. 평창의 열기가 섬유패션에 대한 강한 신념을 불러 일으켜 기업경영의 활력소가 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사실 섬유패션업계가 그동안 장기불황으로 인한 고통과 열패감은 부인못할 사실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경기 악화로 모든 기업이 축소지향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내수경기 또한 구조적인 불황속에 세월호와 메르스란 메가톤급 악재가 덮쳐 아비규환의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이같은 불황의 고통이 결코 섬유패션 업계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철강ㆍ화학ㆍ전자를 비롯한 난다 긴다하는 대기업 분야와 첨단산업 분야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다. 오히려 섬유패션 업계의 고통은 타 업종보다 훨씬 약한 편이었다. 그만큼 섬유패션 분야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고래심줄보다 강한 생명력을 견지한 것이다.
본지가 평창의 CEO포럼을 통한 강한 신념을 공유하면서 ‘이제부터 성장이다’는 희망의 찬가를 선창한 것은 일종의 자신감의 발로다. 섬유패션 업계가 그동안 고통스럽게 경련을 일으킨 불황의 파고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실 섬유수출이 어려운 것은 부인 못할 사실이지만 전도가 어두운 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 업계가 겪은 가장 큰 애로사항은 가격경쟁력이었다. 세계적인 공급과잉 상태에서 저가공세로 나온 중국산 등에 비해 계란으로 바위치기 고통을 겪어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 업계가 터득한 것은 중국산과 경쟁하는 품목은 ‘백전백패’라는 사실에 입각해 특화ㆍ차별화에 올인했다. 대구산지나 경기북부 니트업계 모두 대다수 기업은 중국산과 비켜가기 전략으로 대응한 것이다.
여기에 섬유수출 경쟁력에 기사회생의 동력은 무엇보다 환율이었다. 달러강세에 따른 원화약세는 가격 경쟁력의 돌파구이다. 하반기 초반부터 가파르게 내려간 원화절하를 예측했더라면 상반기에 환율만큼 가격을 깎아 많은 오더를 확보했을 것이다. 우리업계가 환율 예측을 못하고 현상에 급급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 물론 달러강세가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라 섬유수입국 모두 비슷한 상황이지만 어찌됐건 환율은 섬유수출의 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
솔직히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에서 환율만큼 직접적으로 효과를 내는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임금은 비싸고 사람은 없고 산업용 전기료 까지 경쟁국보다 비싼 처지에서 돌파구는 환율이다. 달러당 1,200원선에 육박할 정도면 그것으로 섬유수출 경쟁력은 호재이기 때문이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경제환경이 안 좋을 때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원화약세가 섬유수출에는 천재일우의 호기라는 사실은 지난날의 궤적에서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모질게 등돌렸던 내수 패션경기 또한 바닥을 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부진이 맞물려 심각하게 대두됐던 9월 위기설이 허당임이 확인된 후 지표상으로도 뚜렷한 상승기류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개별 소비세 인하와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등 경기 부양책이 약발을 받기 시작했다. 3분기에 1%대 성장률을 낙관한 것도 이같은 징후 때문이다. 6분기만에 1% 성장벽을 넘어서는 밝은 징후다. 10월부터 섬유수출 성수기 진입과 환율 영향으로 수출이 움직이고 내수패션경기가 꿈틀하고 있는 것을 계기로 절망적인 상황을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아직 접시물 경기에 불과하지만 물이 목에 찰 때도 살아남았다면 발목물에 죽을리 없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앞으로도 급격히 경기가 상승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현재의 경기를 정상경영으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시대에 접어든 이상 성수기와 비수기가 따로 없고 항상 비수기 수준의 침체 현상이 지속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수기와 비수기로 나누는 우리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장기불황에도 대구 직물업계에서 오더가 넘치는 기업이 여러 곳이다. 그들이 하는 차별화 전략과 마케팅 전략 등을 벤치마킹해 전력투구해야 한다.
경기북부의 니트직물 업체도 매 한가지다. 어렵지만 남이 하지 않는 특하전략으로 오더가 넘치는 기업은 있기 마련이다. 모두가 물량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염색공장 중에서도 유독 물량이 넘쳐 풀가동하는 공장이 있다.

위기 때 혁신제품ㆍ기술이 탄생된다.

결국 투자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일본 경영계의 대가였던 마쓰시다전기 창업주인 마쓰시다 고노스께씨의 “호황은 좋다. 불황은 더욱 좋다”는 유명한 논리를 직시해야 한다. 위기 때 혁신제품과 기술이 탄생한다는 경영어록은 경영계의 금과옥조 같은 지침이다.
섬유패션 경기가 더 이상 바닥 밑으로 추락하기는 어렵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투자해야한다. 지금부터라도 첨단설비투자와 차별화 혁신제품을 개발하고 신기술과 새로운 마케팅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우리 섬유패션인은 희망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저력을 지니고 있다. 사즉생각오로 종합적이고 입체적이며 다원적인 대책을 마련해 밀고 나가야한다. 평창에서 섬유패션인들이 희망의 유전자를 확인하면서 “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공유한 것은 매우 값진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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