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떠나도 영원한 섬유 패션 기업인 자부심”

60년 세월 성원해주신 섬유 패션인 모든분께 감사 인사
섬유 패션 산업 성장 동력 무한ㆍ한국의 유니클로 빨리 나와야
면방ㆍ화섬ㆍ직물ㆍ봉제ㆍ패션 섭렵한 58년 섬유 패션 기업인
가희ㆍ노쇠한 자신보다 연부역강한 새주인이 더욱 발전시킬 것
“돈보다 능력과 회사 영속성 중시해 인수자 선정 했다”
JR파트너스ㆍ의료관광ㆍ의류유통 업체 겸영 안정성장 기대
면방 경기 어려워도 가희의 성력화 설비 차별화 안성맞춤

우리나라 섬유 패션 산업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지칠줄 모르는 부도옹(不倒翁)인 경세호 (주)가희 회장(83)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지분을 완전 정리하고 경영일선에서 떠난다.
중견 면방업체인 가희 설립 30주년, 충주공장 가동 28년만에 자식같이 아끼며 키워온 회사를 타인에게 넘기고 58년 동안 고락을 같이 해온 섬유패션 업계와 사실상 이별하며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83세 나이답지 않게 건강한 체력과 여전히 총명한 정신력을 과시하고 있는 경 회장은 아직도 10년 이상 경영일선에서 맹활약할 자신감이 넘치지만 회사를 키우겠다는 젊은 사업가에게 넘기고 28일 임시주총을 끝으로 경영일선에서 손을 뗏다.
지난 57년 서울 대학교 섬유공학과를 졸업, 당시 삼호방직에 입사해 13년간 재임하면서 상무를 끝으로 퇴사한 후 풍한방직 상무로 옮겨중책을 수행하다  다시 효성물산 상무로 전직 후 전무를 거쳐 우리나라 최초의 와이셔츠 내수 및 수출을 겸한 원미섬유 사장을 역임했다.
당시 원미섬유의 맨하한 셔츠는 와이셔츠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내수와 수출에서 일취월장 했다.
84년 효성 그룹을 떠나 쌍방울 상사 사장으로 영입됐으나 쌍방울 그룹의 공중분해로 3년만에 퇴임하고 87년 자신의 전공품목이라 할 수 있는 면방회사 (주)가희를 창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면방과 화섬ㆍ직물ㆍ봉제ㆍ패션을 두루 섭렵한 업계의 大家(대가)이며 섬유패션 산업의 산증인이다.
탁월한 식견과 전문성을 갖춘 그는 면방조합 이사장을 비롯 중소기업계의 중진이자 명실공히 섬유패션 업계의 首長인 제8대 한국섬유산업 연합회장을 역임한 섬유패션 업계의 어른이며 탁월한 지도자다
명성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세계적인 권위의 영국 텍스타일 인슈티트가 선정한 ‘세계 섬유인 50인상’을 수상했고, 서울대 공대와 공학 한림원이 선정한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에 선정된 거목이다.
그의 비중만큼 섬유 패션 업계는 경 회장을 떠나 보내는 아쉬움 속에 축하와 애석함을 동시에 표명하고 있다.
60년 가까이 섬유패션 업계에 몸담아 오다 자연인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무리 절차에 여념이 없는 경 회장의 소회를 본지 조영일 발행인 직접 들어봤다.
-축하를 드려야 할지 위로를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많은 섬유패션 기업인들은 경 회장님이 업계를 떠나시는 것은 아쉽지만 개인적으로 축하하는 분위기입니다.(웃음)
“축하 받을 일은 아니지요, 내 모든 것을 받쳐 자식처럼 키워온 회사인데요. 그러나 내 나이가 있고 회사를 잘 키워나갈 수 있는 연부역강한 젊은 기업인에게 넘기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불행하게도 우리 회사는 2세에게 넘겨주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면방경기가 어려워지고 있어 내가 진두지휘 하지 않으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체질이에요. 그렇다고 언제까지 내가 경영일선에서 뛸 수도 없고 해서 어렵게 결단한 겁니다.”
-가희는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서 인수 희망자가 더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경회장님 지분 양도 대금으로 계약한 110억보다 40억원을 더 제시한 원매 희망자가 있었다면서요.ㆍㆍㆍ(웃음)
“내가 지분을 양도하며 경영권을 넘기는 가장 큰 전제조건은 누가 가희를 지속적으로 경영하며 발전 시킬 것인가 하는 적임자를 중시한 것입니다. 설사인수 대금을 몇십억 더준다고 해도 회사 영속성이 의심되는 상대는 처음부터 철저히 배제 시킨 겁니다.”
-새 주인인 JR 파트너스는 전혀 노출되지 않은 곳입니다. 능력을 평가하신 겁니까.
“우선 면방 산업 특성을 제대로 알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젊은 기업인 중에서 자금력과 미래 비전을 검토해서 인수자를 선별한 것이죠. 그런 점에서 제이알파트너스 한상엽 사장은 젊고 역동적이며 의료관광사업과 의류제품 유통을 하고 있어 연관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또 인수자와 가까운 인사가 면방을 잘하는 전문가란 점에서 잘해 나갈거라 믿습니다.”
-면방경기가 지난 3년간 불황터널에 갇혀 있습니다. 가희라고 예외는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면방 경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돌파구가 있습니다. 우리 신니공장과 가주공장에는 OE정방기를 포함해 링 정방기 기준 4만추 규모의 최신설비를 보유하고 있어요. 다시 말해 특수사 등 차별화 소재를 뽑는데 아주 적합한 설비입니다. 코마사가 포화상태이지 차별화 특수사 수요는 앞으로도 무궁무진 합니다. 그런 대전제에서 가희는 앞으로 전망이 밝다고 봅니다.”
-회장님은 섬유패션 산업과 60년 가까이 함께해온 업계의 원로이자 산증인이십니다. 막상 현업을 떠나시는 소회가 남다른 것으로 보여 집니다.
“착잡하고 아쉬운 마음 떨칠 수 없지요. 막상 지분 매각 결정을 내리고 나서부터 번민과 갈등이 많았어요. 그래서 8월초 계약과 동시에 집사람과 함께 러시아 여행길에 올랐으니까요. 그러나 젊은 기업인이 회사를 잘 유지 발전시킬 것으로 믿고 홀가분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섬유 패션 업계를 떠나시면서 가장 아쉽고 안타까운 미련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대학졸업 후 기업에 입사해 말단부터 최고 경영자로서 30년 가까이 보냈고, 내가 오너가 되어 다시 28년을 경영하는 동안 크게 어려움 없이 지내온 것을 생각하면 운이 좋은 사람이죠. 지난 60년 가까운 세월동안 많은 기업과 경영인의 부침을 지켜 보면서 나만큼 큰 기복 없이 전문 기업인으로서, 오너로서 태평성세를 누리는 사람도 드물다고 봅니다. 다만 아쉽고 안타까운 점은 남북 간 섬유를 중심으로 한 교역이 제대로 물꼬를 트지 못한 점에서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방북당시 특별 수행하시어 남북 섬유교역 문제를 앞장서 추진하셨죠.
“그때 당시 내가 경제 2분과 단장으로 경공업 분야의 협력증진을 주도적으로 논의했어요. 북한 측 경공업 담당 장관과 담판을 지으면서 남북 섬유 교역 증대 방안을 설파했더니 탄복하더라구요. 남한 공장을 방문해 기술 수준을 배우고 도움을 부탁했어요. 우리가 면사나 화섬사 직물 등을 지원하고 북측에서 특수 광물을 가져오면 양측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본겁니다. 이런 섬유교역이 잘 진행되면 개성공단도 더욱 확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것이 제대로 안돼 안타깝습니다.”
-업계의 원로이자 지도자로서 섬유패션 산업의 진로를 어떻게 모색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섬유패션 산업은 인류가 존재하는한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우리는 스트림간 연관 산업이 골고루 발전돼있고 노우하우 또한 어느나라보다 앞섰다고 봅니다. 다만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섬유분야에서 제조업 성장 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 아쉬워요. 산업 현장의 실상에 맞게 인력대책이나 에너지 정책이 마련돼야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국제섬유신문이 지적한 것처럼 유니클로가 쇠락하던 일본 섬유산업을 살린 것처럼 우리도 이같은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계십니까.
“임시주총이 끝나 경영권을 넘겠지만 여러가지 업무인계와 정리할 것들이 많아요. 저희는 제2금융권으로부터 여신이 한푼도 없지만 1금융권과 맺은 개인 보증을 비롯해 이것저것 정리하는 기간이 걸릴 것 같아요. 경영에서는 손을 땠지만 마무리를 위해 협력할 사항이 있어 당분간은 회사에 나올 겁니다. 마무리되면 휴식기간을 거쳐 사회의 그늘진 곳을 들여다보고 도움을 주는 일에 많은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끝으로 몸담았던 섬유패션 업계를 떠나면서 남기고 싶은 말씀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60년 가까운 긴 세월 별다른 기복 없이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과 업계의 전폭적인 성원과 협조 때문이었습니다. 새삼스럽게 도와주신 모든분들게 감사드리고 깊이 배려하지 못한 분들께는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비록 몸은 떠나지만 마음은 영원한 섬유패션 기업인으로서 남겠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어디에 계시든 우리업계의 어른으로서 섬유패션 산업을 걱정하시고 충고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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