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와 영광을 기대했던 광복 70년이 오히려 우울하고 서럽다. 혹시나 했던 일본 아베의 반성과 사과는 역시나 두리뭉실 했다. 식민지 시대 한국을 잔인하게 유린하고 정신대를 동원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짓밟는 야만적인 범죄에 솔직하기 보다 간접화법으로 살짝 짚고 넘어 갔을 뿐이다. 세치혀의 사과가 짓밟힌 민족 한을 달랠 수 없지만 선진 일류국가로서 통렬한 반성이 없어 부화가 치민다. 그나마 일부 맥락에서 사죄의 뉘앙스가 담긴점은 당초 예상보다 진전된 것으로 볼수있다.
더욱 불안하고 우울한 것은 뿔 달린 북한 정권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의 태생적인 한계다.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공부하는 동안 사고가 트일 것으로 기대했던 김정은은 여우 피하다 호랑이 만난 듯 김일성ㆍ김정일 뺨치는 잔인성을 드러내고 있다. 2년 전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할때 부터 섬뜩한 무자비성을 짐작했지만 올 들어서만 벌써 북한 고위간부 70명을 처형했다고 한다.

대구 산지 망가진데는 연구소 책임 크다.

비오는 날 새파란 젊은 왕조가 우산 쓰고 담배 꼬나물며 너스레를 떠는 동안 조부뻘 대는 군 간부들이 비 맞고 받아쓰는 모습에 패륜의 야만성을 떨칠 수 없었다. 조모뻘 되는 이희호 여사를 초청해 놓고 코빼기도 안보이는 무례를 저지르더니 급기야 최전방에 목탄 지뢰를 매설해 우리군인의 발목을 절단시킨 만행을 저질렀다.
아무리 어린나이에 지존의 자리에 오른 왕자라고 하지만 윤리도덕을 고사하고 위아래도 구분 못한 망나니를 지도자로 키웠는지 북한 체제가 한심하다.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는 럭비볼 같은 북측지도자를 상대로 ‘이에는 이’.‘눈에는 눈으로’ 대응 하면서 한편으로는 대화하고 교류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우리의 인내심이 무던하다.
본질 문제로 돌아가 우리 섬유패션 업계가 급격히 쇠락해가는데는 외생적 원인과 내부적 요인이 한꺼번에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언부언 하지만 과거 일본이 그랬듯이 우리역시이 세계의 공장 중국의 등장으로 경쟁력이 급추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더구나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과 자금을 바탕으로 무차별 신ㆍ증설을 단행해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을 초래했고 결국 부메랑이 돼 자신들의 몸통을 스스로 옭아매고 있다. 중국의 섬유산업은 성장기를 지나 벌써 하향곡선을 긋고 있는 것도 인건비가 급등하고 섬유사업장을 사람이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10년 후면 중국 인구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인도역시 섬유산업에 올인 하고 있어 중국이 밀리는 형국이다. 여기에 베트남ㆍ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후발국의 급부상은 한국산 섬유패션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초월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우리는 88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급등한 임금과 대졸자가 홍수를 이루면서 생산현장은 커녕 섬유 산업이 한물간 산업으로 오도하며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세월 속에서도 끄떡없이 버틴 것은 제조업 기반이 절대강자란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정부의 정책은 제조업을 영위할 수 없는 환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세계 최강 경제 대국인 미국도 멕시칸을 비롯한 불법 체류자를 암묵적으로 방치하며 저 임금 산업을 유지하도록 유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최저 임금제를 해마다 올리면서 알량하게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 제조업의 목졸림을 강요하고 있다.
이같이 어려운 악조건 속에서 아직도 섬유 패션 제조업체가 4만 5000여개에 달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체 37만개의 12.3%를 차지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물론 과거의 전성기와 달리 날이 갈수록 시난고난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고래심줄처럼 강한 생명력을 갖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중언부언 하지만 섬유패션 산업이 생존 하려면 기본적으로 차별화 밖에 길이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과거 우리의 스승격인 일본의 섬유산업이 한국이 만든 제품과 똑같아서 모두 망했듯이 우리 역시 중국이 만든 제품과 맞짱 뜨면 백전백패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너도 나도 뼈를 깎는 구조혁신과 함께 독특한 차별화 전략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러나 차별화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란 점에서 개별 기업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상당수 업체들은 과감한 설비투자와 신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대다수 자본과 전문 인력 확보가 어려워 뜻을 못 이루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하는 곳이 전문 생산 연구소의 기능이다. 대구 소재 한국 섬유 개발 연구원과 다이텍 연구원, 전북익산의 니트 산업 연구원, 진주 실크 연구원 등 기라성 같은 섬유전문 기술 연구소의 역할이다. 인력을 보유하고 나름대로 신기술ㆍ신제품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연구소들이 연간 수백억원의 정부 지원 과제예산을 사용하면서 과연 시장에서 먹히는 신상품 개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냐 하고 따지면 사실상 낙제점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섬유개발 연구원을 예증으로 들어도 5년 단위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이름만 거창할 뿐 실제 업계에 적중한 신제품 개발에 얼마나 많은 실적을 보였는지 따져보면 한심한 수준이다. 말이 좋아 슈퍼섬유 응용기술 개발이고 하이브리드 섬유 개발사업 등의 명분을 근사하게 내세우고 있지만 기업현장에서 볼 때 손에 잡히는 실적은 극히 제한적이다.
다이텍 연구원도 당초 출범할 때는 우리나라 염색기술 개발의 산실로 화려하게 출범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획기적인 염색기술 기술개발 실적은 별로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북 익산의 니트 산업 연구원 역시 닥 섬유들 소재로 한 한지섬유개발 연구에 10년 이상 매달리고 있지만 아직도 닥 섬유의 물성 안정화 하나 제대로 이루워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신제품 개발 산실체제로 개혁해야

결국 연간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정부 예산을 지원 받거나 과제를 수행 하면서 섬유 패션 산업 상용화에 기여한 기술은 별로 없고 결국 기관운영자금으로 중요한 국고와 지방비가 낭비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히 성찰해봐야 한다.
이들 섬유 전문 생산 기능 연구소 등이 제구실을 해 차별화 기술을 개발해 업계에 폭넓게 제공했다면 대구 산지를 비롯해 우리 섬유업계가 지금과 같은 표류와 방황은 많이 줄었을지 모른다. ‘슈퍼 섬유’니 ‘하이브리드 섬유’니 하며 거창한 구호를 앞세워 기관 유지에 정부예산을 소진할 것이 아니라 과제의 절반이상을 개질 포리마를 이용해 실제 시장에서 먹히는 제품 개발에 선택과 집중했어야 했다. 대구 경북 섬유산지가 이모양 이꼴로 주저앉고 있는 것도 기업의 천수답식 경영 못지않게 섬유 전문 생산 기술 연구소의 신기술ㆍ신제품 개발이 절대부진 했기 때문이다. 섬유 전문 생산 기술 연구소의 대대적인 통폐합과 개혁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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