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서 소재로 ‘패러다임 시프트’ 적중했죠”

세계 복식사(服飾史)에서 스포츠 웨어는 인간의 신체를 해방시킨 가장 강력한 지표로 통한다. 20세기 초 여성에게 처음으로 바지를 입혔고, 니트와 울 저지로 만든 초기제품들은 오늘날 캐주얼의 원형이 되었다.
이후에도 스포츠 웨어는 본질인 역동성과 도전성으로 오랜 세월동안 대중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기억들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브랜딩에 오히려 무게중심이 쏠리며 스포츠 웨어가 갖고 있는 고유 가치는 시장논리에 의해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이런 환경에서 별종처럼 나타난 브랜드가 바로 ‘데상트(Descente)’였다. 2009년 론칭 당시엔 스키에 특화된 브랜드로만 알려졌으나, 스포츠라는 본질을 일깨우고 차별화된 품질로 꾸준히 소구하면서 조금씩 시장을 확대하더니 급기야 3년 전부터는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며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빅브랜드를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원유진 기자

데상트코 지난해 5897억 견인
사이클·서핑 선점 ‘매출효자’
히트나비·터프스웻 소재 성공
日기술력·韓리테일 상승효과
런던 200평 메가숍 11월 오픈
내년 美·獨·中진출… 현지화 전략

 

데상트 성공 비결? 품질·최적화·마케팅!
“막판 6~7월에 아웃도어 집객이 많은 아웃렛 중심으로 메르스 영향을 일부 받았지만, 5월까지 상반기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부가세 제외하고 1700억원으로 마감했고, 목표대비 10%정도 초과달성 했습니다.”
조심스럽게 건넨 상반기 실적 질문에 데상트의 브랜드 매니저(BM)인 이준권 부장은 덤덤하게 답했다. 겸손하지만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데상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5897억원을 기록했다. 4977억원을 기록한 전년보다 18% 늘었고 3년 전인 2011년(2888억)과 비교하면 104%나 증가했다. 성장의 원동력은 단연 대표 브랜드인 데상트였다.
데상트는 론칭 4년차인 지난 2012년 이후 급신장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패션업계는 물론 전 산업계에 불황이 시작된 시기와 겹치지만, 데상트만큼은 예외였다. 이와 같은 데상트 성장의 비결에 대해 이 부장은 “한국소비자들에 최적화된 스포츠웨어 제안, 새로운 스타일의 마케팅 전략, 그리고 차별화된 원부자재를 통한 제품 개발”을 꼽았다.
“브랜드 론칭 당시 기존 스포츠웨어 시장과 차별화된 스포츠 카테고리와 마케팅으로 접근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브랜드의 상징인 스키는 물론 야구, 사이클 등 메이저 브랜드들이 다루지 않았던 분야를 통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운좋게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야구 국가대표가 전승우승을 차지하면서 사회인 야구팀 숫자가 천정부지로 늘어났습니다. 그때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등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축구에 오리엔티드되어 있었기 때문에 데상트 성장의 터닝포인트가 됐습니다.(웃음)”
데상트는 실제 야구와 스키 등 대중화된 카테고리뿐 아니라 사이클과 서핑 등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도전도 주저하지 않았다. 당장의 실적보다 5년후, 10년후를 내다본 포석이었다. 진입장벽이 높은 사이클은 2년전부터 조금씩 시장이 커지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서핑역시 재작년 처음 래쉬가드를 출시해 소위 ‘대박’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작년 역시 물량을 늘려 여름 매출을 견인했다. 올해는 래쉬가드 경쟁이 혼탁양상을 보이고 있어 볼륨경쟁보다 브랜드 관리를 위해 래쉬가드 물량을 오히려 줄이고 네오플렌으로 만든 프리미엄 라인을 출시하는 등 과감한 선택을 했다. 서핑 역시 적중한 셈이다.

 

원부자재 차별화 고집, 게임의 룰 바꿔
하지만 이 부장은 진정한 데상트의 힘은 “좋은 소재”라고 강조했다. 마케팅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도약할 수 있는 힘은 시장보다 한 발 앞선 첨단 소재를 통한 품질의 차별화였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인지도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다윗’인 데상트가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건 결국 데상트의 DNA인 ‘품질’이었습니다. 좋은 소재를 갖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했습니다. 론칭 초기에는 ‘비싸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죠. 하지만 직접 옷을 착장하고 경험해보면 가격저항은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까지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소재를 찾는데 불원천리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내부에 ‘데상트 랩실’이라는 연구소를 두고 원단의 최종 품질과 기능도 꼼꼼히 체크해 완성도도 높였습니다.”
데상트는 브랜딩 위주로 전개되던 스포츠웨어 시장의 게임의 룰을 바꿨다. 소재를 통해 스포츠웨어를 사치재에서 경험재의 영역으로 다시 돌려놓은 것이다.
‘히트나비(Heat Navi)’ ‘터프스웻(Tough Sweat)’ ‘드라이트랜스퍼(Dry Transfer)’ 등은 데상트의 메가히트 아이템을 만들어낸 소재들로 꼽힌다.
히트나비는 빛의 거의 모든 파장을 흡수해 열로 전환하는 소재로 발열안감 유행의 시작이었고, 터프스웻은 특수한 원사를 사용해 천연섬유와 같은 쾌적한 감촉과 탁월한 신축성으로 트레이닝복의 혁신을 이끌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론칭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드라이트랜스퍼는 피부 표면의 땀으로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억제하는 하이퍼 드라이 기능을 가진 흡습속건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같은 데상트의 소재파워는 데상트의 고향인 일본의 독특한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데상트뿐 아니라 ‘미즈노’ ‘아식스’ 등 일본의 스포츠웨어 회사는 브랜드가 전개를 주도하는 한국과는 생리적으로 다릅니다. 일본은 새로운 혁신적인 원부자재를 공급받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소재가 곧 마케팅입니다. 이런 일본 브랜드의 제품 공급자적 마인드는 1990년대 이후 퇴색되기는 했지만, 국내 데상트 전개시 저희가 갖고 있는 리테일 노하우와 믹스돼 놀라운 상승효과를 발휘했습니다.”


글로벌 사업 韓-日 장점 시너지 기대
데상트코리아는 올 초 본사로부터 데상트의 글로벌 사업권을 넘겨받았다. 지난해 일본 데상트의 매출을 넘어서는 등 국내 패션 시장에서 데상트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낸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데상트코리아는 지난 1월부터 자회사인 데상트글로벌리테일(이하 DGR)을 설립하고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과 기타 해외영업활동(디스트리뷰터 상품 공급, 라이선스 사업 운영) 등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을 시작했다. 유럽과 홍콩 홀세일 진행과 함께 오는 11월 런던에 660㎡의 3층(지하 1층, 지상 1~2층) 규모 글로벌 1호 매장 오픈을 예정하고 있다. 내년에는 독일,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 부장은 일본 본사와의 시너지를 글로벌 사업 성공의 키워드로 꼽았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제품의 퀄리티가 좋습니다. 특히 데상트는 전통적으로 어패럴쪽에 굉장히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한국이 그동안 보여준 리테일 비즈니스 노하우를 믹스한다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중국시장 진출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중국이 강장 큰 시장이기는 하지만 글로벌화가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내년 상반기 중국에 본격적으로 첫발을 내딛지만, 스포츠 선진국인 유럽과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중국에서도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중국보다는 글로벌이라는 큰 틀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중국의 경우는 타 스포츠에 비해 농구가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그에 맞춰 브랜드 전개를 준비 중이고요. 획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브랜딩에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현지화 전략으로 접근할 예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한 번 굳어진 인식을 바꾸기까지는 변해야 한다는 인식의 ‘촉발’과 ‘해빙기’라고 하는 기존의 틀이 해체되는 과정을 거쳐, 다시 새로운 생각과 태도로 굳히는 ‘동결’과정이 필요하다. 국내시장에서 데상트는 이 과정을 불과 3년만에 완성해 브랜드를 조기안착 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패션업계가 데상트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끝으로 그에게 업계가 최대 위기로 꼽고 있는 올 하반기 스포츠 시장의 전망과 함께 데상트 전략에 대해 물었다.
“쉽지 않을 겁니다. 저희도 3~4년간 성장해오면서 느껴보지 못한 위기감입니다. 아웃도어 이탈 고객의 유입으로 시장의 총량은 다소 커지겠지만 시장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겁니다. 미시적으로는 트레이닝과 러닝시장에서 개인들의 취향을 맞춰주는 브랜드가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데상트의 하반기 브랜드 전략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큰틀에선 기본에 충실할 계획입니다. 진정성을 더해 스포츠에 필요한 아이템에 더욱 집중하고, 소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동일한 방향으로 진행할 겁니다. 지켜봐주세요.(웃음)”
 

 

 

열쇄 - 데상트는 어떤 브랜드?

1935년 일본에서 창립한 정통 프리미엄 스포츠 브랜드인 데상트는 그동안 스키, 야구, 사이클 분야에 주력해 히트나비, 트랜스퍼, 터프 시리즈 등 자체 개발한 차별화된 소재와 축적된 기술적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고의 퍼포먼스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국내 스포츠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한 인기에 편승해 2009년 국내 론칭 이후 백화점 및 대리점 등 전국적으로 180여개 매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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