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주식회사 대한민국 호’가 심하게 출렁이고 있다. 여기저기 무책임한 훈수꾼들의 백가쟁명(百家爭鳴) 혼란 속에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이 질서도 성장도 무너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먹고사는 일부터 적색경보가 임박하고 있다. 시난고난 앓던 경제가 성장 동력을 상실한 채 올 성장률이 2.8%로 주저앉게 됐다.
세월호 위에 메르스가 설치고 그리스 부도위기에 주력시장인 중국경제까지 추락해 사면초가에 몰렸다.
먼 장래를 내다보면 더욱 허탈한 탄식을 떨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저 출산에 가장 빠른 고령화 사회는 긴 시한폭탄의 초침소리로 들리고 있다. 2060년에 우리나라 인구가 올해보다 1000만 명 가까이 준 4400만 명으로 감소하고 그나마 인구 40%가 65세 이상 늙은 나라가 된다.

인상률 8.1% 아닌 실제 16% 인상

빚내서 복지하다 거덜 난 그리스의 “배 째라 식” 어거지를 비웃을 처지만은 아니다. 우리도 정부와 가계ㆍ기업부채를 포함한 국가 총부채가 4835조에 당해 GDP의 338%에 달한 위험수위에 와있다. 국가 경제의 버팀목인 현대자동차가 슬럼프에 빠지고, 현대차보다 매출이 6배나 많은 삼성전자가 삐끗하는 날엔 우리경제가 풍비박산 나는 것은 묻지마라 갑자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쌈박질이고 강성노조는 제 밥그릇 더 채우려고 얼씬하면 파업투쟁이다. 그리스 사태를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정부나 정치권부터 격화소양(가죽신 신고 겉만 긁는 행위)에서 벗어나 빙하기를 대비한 고단위 처방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보다 대우가 좋은 대기업 강성노조가 더 이상 설쳐대면 게도 구럭도 다 놓친다는 심각성을 자각해야한다.
말을 바꿔 장기불황과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보고 충격 속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현재의 임금구조로도 생존이 어려워 석 달만, 6개월만 더 버티다  안 되면 떡쌀 담글 각오 속에 근근이 버티는 상황에서 해머로 머리를 얻어맞는 심정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임금을 받는 입장에서는 성에 안차 불만이지만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중소기업인들 로서는 지불능력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올해 5580원보다 450원이 올라 6030원이 돼 단순 계산으로는 8.1%가 인상됐다. 따라서 하루 8시간 월 209시간을 기준해 9만4000원 정도가 올라 월 최저임금이 126만2700원이 되지만 이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탁상위의 주판에 불가하다.
섬유뿐 아니라 중소제조업 현장에서 8시간 근무하는 공장은 눈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평일 연장근무는 말할 것도 없고 주말ㆍ공휴일 까지 공장을 가동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근로자들도 8시간 근무로는 생활이 안 돼 연장 특근을 원하고 있고 노사 모두 이런 원칙에 동의해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8.1%, 시간당 450원도 인상할 수 없으면 기업하지 말라는 식이 최저임금위원이나 최경환 부총리의 논리이지만 내용을 파고들면 기업부담은 8.1% 인상의 갑절이상 추가부담이 발생한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본급뿐 아니라 연장ㆍ특근 수당도 따라 오르고 퇴직금ㆍ상여금도 함께 따라 갈 수밖에 없다. 4대 보험료도 당연히 늘어나고 여기에 신입사원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존 직원도 계단식으로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저임금 8.1% 인상은 결국 갑절인 16% 인상으로 연결된다. 단순 계산으로 월 9만4000원 인상이 아니라 월20만원 인상으로 귀결되게 된다.
이 엄동설한 경기에 원자재 비용 다음으로 가장 큰 비중인 1인당 인건비를 20만원씩 추가 부담하기에는 중소기업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다. 최저임금위원들이 이 같은 8.1%인상이 아닌 실제16%인상 효과를 제대로 인식하고 내린 결정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더구나 섬유를 중심으로 한 중소제조업 현장에는 이 같은 임금을 주고도 사람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젊은 내국인들은 월200만원을 주고 떡 쪄놓고 빌어도 오지 않으니 공장 문을 닫을 수 없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고상한 국격의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제를 철저히 적용하고 있어 외국인 근로자의 천국이 되고 있다.
그들은 어차피 돈 벌려고 한국에 온 이상 연장ㆍ특근ㆍ잔업을 학수고대하며 따르고 있다. 그래서 월 270만원 수준까지 월급을 탄다. 중국과 베트남ㆍ인도네시아 임금의 10배 수준이다. 네팔이나 파키스탄 근로자들은 지금 이순간도 두바이 등지의 중동국가에 근무하면서 월300-400달러 임금에 만족하고 있다. 그 수준에도 희망자가 줄서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가 독일이고, 두 번째가 한국이라는 평가는 이미 오래된 정설이다. 말이 통하지 않고 생산성이 훨씬 떨어지지만 그나마 피 말리는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사용하는 댓가가 이처럼 혹독하다. 이 때문에 중소제조업체들은 ‘최저임금제’가 아닌 ‘최고임금제’라며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고 비판한다. 적어도 단순근로의 외국인 근로자에게 인권을 더욱 중시한 미국에 있는 멕시칸 들 보다 몇 배나 높은 임금을 주면서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고 항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매년 인상되면 국내 중소제조업에 쓰나미가 덮칠 수밖에 없다. 보따리 싸서 해외로 나가던지 그것도 용이치 않으면 떡쌀 담글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제조업하기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5년 전까지는 전기료라도 싸 그나마 경쟁력에 보탬이 됐지만 몇 년 새 야금야금 올라 이젠 베트남ㆍ인도네시아, 심지어 이집트보다 전기료가 비싸졌다. 섬유기업만 따져도 2013년 말 기준 5500개 기업이 난파선에 쥐 빠져 나가듯 해외로 나갔다. 먼저 나간 사람들은 선견지명이 있어서이겠지만 중소제조업을 할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업계에서는 ‘나가야 산다’는 유행어가 나온 지 오래다.
 
고강도 특화전략만이 살길이다.

그러나 나간다고 능사는 아니다. 투자규모도 많지만 해외 곳곳이 공급과잉이다. 나갈 수 있는 기업은 거의 나갔다. 막차를 타는 기업들도 많지 않다. 나갈 만큼 나간 것이다.
결국 명제는 분명히 설정됐다. 국내에 남는 기업들은 싫건 좋건 여기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 대안은 차별화ㆍ특화전력이 최선의 방책이다
임금은 고공행진하고 있고 사람은 귀하고 비싼 전기료와 물류비를 딛고 사는 방법은 남들과 다른 특화전략밖에 없다. 그것이 고달프고 어렵지만 그 길만이 살길이기에 갈 수밖에 없다.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길을 찾아야 한다. 그나마 섬유패션산업은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있는 전자ㆍ조선ㆍ화학에 비해 “가마타고 양주목사 가는 격”이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전력투구 하면 비상구가 있기 마련이다. 가물가물 하지만 전혀 꽉 막힌 상황은 아니기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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