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108번째로 좁은 국토, 26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 전쟁의 잿더미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통해 우뚝 선 세계14위 경제 대국. 세계 각국이 찬사와 갈채를 보내던 대한민국호가 지렁이로 추락할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온 국민의 가슴을 시리고 먹먹하게 한 세월호 사건이 망각되려는 순간 메르스란 역병이 창궐해 일패도지(一敗塗地) 위국을 걱정할 정도다. 하늘까지 진노해 최악의 가뭄이 겹쳐 온 나라가 삼각파도에 표류하는 형국이다.
설상가상으로 뜬금없이 그리스 사태까지 불거진 데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도 침체되는 등 안팎으로 악재가 겹치고 있다. 수출ㆍ내수 불문하고 불황의 깊은 터널에 갇혀 경제 빙하기가 걱정된다. 시난고난 연명하던 중소기업ㆍ자영업자 모두 이젠 체념이 깊게 밴 체 자포자기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경제주체 뿐 아니라 저자거리 마실 나온 사람까지 “그리스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다” 고 걱정하고 있다.

원단 클레임으로 수익 벌충하는 악습

이 판국에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까지 총 파업을 예고해 국정이 흔들리고 국민은 분열되고 국가가 악화되는 위험 수준을 맞고 있다. 불안한 민심이반이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는데도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각혈하며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 어렵게 만든 무사 만루 찬스에서 병살타를 자초하는 정치권과 노동계의 부박한 민낯에 허탈과 분노를 떨칠 수 없다.
본질 문제로 돌아가 우리 내수 패션업계에 아주 고약한 악습이 창궐하여 구린내가 진동하고 있어 이를 발본색원하자는 여론이 본격 힘을 받고 있다. 본지가 지난 19일자 1면 톱기사로 대서특필한 패션 프로모션 업체들의 원단 업체를 상대로 한 ‘갑’질 횡포와 독선은 내수 패션업계의 암 덩이란 점에서 하루 속히 척결돼야할 병폐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그 실태를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비열하고 추악한 행태에 치미는 분노를 떨칠 수 없다. 아직도 우리 업계에 이 같이 부도덕하고 어리석은 행태가 돌림병처럼 창궐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창피하고 비분강개할 일이다.
이미 본지를 통해 까발려진 것처럼 패션제품의 생산ㆍ유통과정은 모기업인 원청 브랜드 업체와 완제품을 기획 생산 납품하는 프로모션 업체, 그리고 이들에게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가 공조를 이루면서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추악한 ‘甲’질 횡포와 독선이 빈번하게 이루어져 다툼과 반목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 같은 악습의 고리를 쉽게 끊지 못하고 있다. 원부자재 업체들이 거래 업체와 아예 거래관계를 끊지 않을 바엔 부당한 ‘甲’질 행태를 울며 겨자 먹기로 묵인하면서 계속 거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패션브랜드나 프로모션 업체들이 원단 업체에 저지르고 있는 못된 악습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수없이 당한 원단 업체들이 과거의 침묵을 깨고 급기야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구태의연하고 악질적인 적폐를 척결해야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거래를 오래 하다보면 한두 번 원단 하자를 들어 클레임을 제기할 수 있지만 아예 상습적으로 클레임을 쳐 가격 네고로 잇속을 챙기는 프로모션들의 행태가 너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원단 업계에서는 프로모션들이 ‘클레임으로 흥정해 손익을 맞추고 있다’는 극도의 불신감을 갖고 있다. 프로모션 업체들은 완제품을 만들어 납품한 후나 원단 입고 즉시 일단 클레임을 제기해 가격 네고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상당수 프로모션 업체들이 가격 네고로 이익을 챙긴 후에 원단 대금을 공제하고 결제하는 수법이다. 심지어 제품을 완성해 모기업에 납품한지 1-2년이 지난 경우에도 소비자가 클레임을 제기했다며 트집을 잡아 가격 네고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때마다 원단 업체들은 울분을 토로하지만 유명브랜드에 공급하는 긍지와 거래 선을 잃지 않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반복돼 으레 클레임부터 치고 나서 가격 네고에 들어가는 것이 통과의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프로모션 업체들도 모기업인 브랜드 업체에서 오더를 딸 때 치열한 경쟁 끝에 딴것은 사실이다. 이때 거의 원가 수준에서 오더를 딴 후 마진을 원단 값 클레임으로 챙기는 것이 보편화되는 아주 잘못된 관행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원단 대금 결제기간도 납품 후 수개월이 지나야 겨우 이루어지고 있어 원단 업체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 원단 업체들은 일단 상담은 각 원청 패션 브랜드와 전개해 확정한 다음 막상 원단 입고는 브랜드들이 거래하는 지정 프로모션에 납품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상담을 패션브랜드와 했지만 막상 대금을 청구해 받는 것은 중간 프로모션 업체이어서 원청 브랜드 회사와 원단대금 청구 주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나마 건실한 프로모션은 가격은 후려치지만 낮은 가격이나마 클레임을 제외하고 원단 값은 결제해주면 다행이다. 수개월째 미루던 원단 대금을 약속어음으로 끊어놓고 몇 개월 후 만기일에 은행에 돌리면 부도 처리되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이다. 억울하게 돈을 떼인 원단 업체는 당초 상담한 원청 패션 브랜드에 하소연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우리는 모르니 그곳과 협의하라”는 식이다. 아주 이상한 거래구조다. 이 때문에 대구 직물업계에서 가장 불신 받는 기업은 某 아웃도어 브랜드다.
프로모션 업체뿐 아니라 대형 패션 브랜드와 직거래하는 경우도 사정은 유사하다.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중 하나인 某 업체는 MD들이 거의 전부 원단 클레임을 제기하고 있다하여 업계에서 악평이 자자하다. 이제는 하도 많이 당한 원단 업체 중 일각에서 상습적으로 클레임을 제기해 가격 네고를 일삼는 프로모션이나 원청 패션 브랜드 명단을 작성했다. 회사 영업담당자들에게 블랙 리스트와는 아예 상담조차 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고, 작성한 자료를 동 업계와 공유할 방침이다.
허탈한 탄식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某 유명 아웃도어 회사는 1년에 상ㆍ하반기로 나눠 원단업체와 협력 프로모션 업체를 불러 친선 골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골프 모임에 참석하는 협력업체 대표로 하여금 참가비로 500만원씩을 강제 징수하고 있을 정도다. 참가비를 받는 계좌는 해당 아웃도어 회사 오너의 개인 계좌로 입금시키고 뱃속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협력업체 골프모임 주최 목돈 수금 얌체

골프대회 당일 주최 측인 이 회사가 참가 협력사 대표에게 주는 것은 티셔츠 한 장, 모자 1개다. 시중에서 도합 1만5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다. 올해는 양심이 찔려서인지 계좌번호를 다른 지인 이름으로 개설해 입금시키도록 했다. 어떤 경우는 골프 모임 전에 미리 식사를 하고 오라고 통보까지 한다는 것이다. 협력업체 대표가 뻔한 속셈을 알고 골프모임에 “불참 하겠다”고 하면 주최한 아웃도어 업체 임원들이 득달같이 참가를 채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매출이 몇 천억 되는 회사의 오너가 하는 짓이 이 정도라는데 협력업체들이 속으로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이같이 우리 업계에 만연된 무절제하고 몰상식한 행태를 근절시켜야한다. 패션 브랜드도 정당한 가격에 프로모션 업체를 활용하고 프로모션 업체 역시 원단 클레임으로 채산을 확보하는 부도덕한 행위를 포기해야한다. 이 같이 고약한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명단 공개로 크게 망신당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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