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도 보지도 못한 메르스란 열병이 한 달 이상 창궐하고 있다. 겁에 질린 국민들은 300년 된 유럽 인구의 절반이 희생된 흑사병의 공포가 재연되는가 싶어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 물론 우리의 앞선 의술로 치유가 가능하지만 초기 대응을 잘못해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무능하고 무기력한 얼간이 당국자들은 분기충천한 국민의 이름으로 치도곤을 맞아야한다. 오만하게 방심한 평택병원과 삼성병원도 매한가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제가 말이 아니다. 버팀목인 수출이 6개월째 후진가속이 붙은 데다 내수는 세월호에 이어 더욱 젓 담고 있다. 올 경제 성장률이 2%대로 참담하게 무너질 판국이다. 분수를 모르고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려 하늘이 노한 것인지 가뭄까지 겹쳐 대지가 쩍쩍 갈라지고 있다.
먹고살기가 팍팍하다보니 시민들은 악에 받쳐 정부와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산에 가서나 계곡에서나 외침은 메아리로 되돌아온다. 한 마리의 개가 달을 보고 짖으면 온 동네 개가 함께 짖는다는 촉견패월(蜀犬吠月)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국가 대위국(大危局)을 수습할 수 있는 고단위 처방이 시급하다.

5ㆍ24 조치 해제보다 더 급한 것은 인력 대책

본질문제로 돌아가 동토의 나라 북한 땅에 개성공단이 가동된 지 어느덧 11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남북경제 교류의 상징이자 대화의 유일한 창구인 개성공단의 중요성은 남북 모두가 공감하며 외양적으로나마 비교적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체 1000만평 계획 중 시범공단 100만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124개 입주 업체가 5만4000평의 북측 근로자를 고용하며 열심히 가동 중이다. 물론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남북 간의 특수 상황으로 인해 위기도 많았고 긴장도 그치지 않지만 그런 과정에서도 개성공단은 흔들림 없이 돌아가고 있다. 2013년 4월부터 북측의 일방적인 폐쇄조치로 5개월 반 동안 가동이 중단됐고, 올 들어서는 임금 인상을 놓고 남북이 첨예하게 반목했지만 이런저런 고비를 거쳐 이제는 다시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남북 교역액 총 23억4000만 달러 중 개성공단을 통한 교역 비중이 98%에 달해 개성공단이 없으면 남북교역은 절벽상태일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22일 임금타결 이후 국내 원청 기업인 패션 브랜드회사들이 다시 오더를 늘려 평탄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개성공단은 아직도 신주단지처럼 남북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폐쇄해서도 폐쇄할 수도 없는 곳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양질의 북한 근로자를 월 기본급 70.5달러라는 저임금을 활용해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 가져오고 있다. 내국인 거래라 관세도 없고 물류비도 싸 개성공단만큼 유리한곳이 없다. 여기에 원부자재 100%를 국내에서 공급하고 있어 4000여개 남측 협력업체의 가동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더구나 한ㆍ중 FTA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로 인정받는 유리한 생산 기지다.
북측은 5만4000명이 벌어들인 연간 1억 달러 가까운 수익이 보장된 달러박스다. 아마 북측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임금을 받는다면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상류층의 부유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 개성공단이 시장경제의 시범을 보이고 있고 북한 사람들의 의식을 탈바꿈시킨 유일한 장소란 점에서 그 가치는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이 개성공단이 외양적으로는 순탄하게 돌아가고 있는 반면 아직도 개선해야 될 요소 또한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5년 전 천안함 사태 이후 우리 정부가 취한 5ㆍ24 조치가 아직 해제되지 않아 신규 투자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지금쯤은 5ㆍ24 조치를 선제적으로 해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지만 우리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그러나 내시경으로 내용을 들여다보면 5ㆍ24 조치가 해제된다고 모든 것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5ㆍ24 조치를 백번 해제한다 해도 개성공단에 대한 인력 수용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그동안 개성시내 인력이 동이 나 인근 개풍군을 비롯한 주변 지역으로 통근버스 노선을 확대했지만 신규 인력조달이 벽에 부딪혔다. 북측이 간헐적으로 인력을 신규로 일부 보충하고 있지만 올 들어 자연 퇴직자 자리만 채울 뿐 사실상 증원이 안 되고 있다.
바로 북한 타 지역에서 데려다 사용할 수 있는 기숙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확보된 기숙사 건립용 남북교류협력 예산이 이명박 정부에서 거둬들인 이후 현 정부에 까지 굳게 닫힌 상태다. 개성공단 확대를 통한 국내 경공업 분야, 특히 섬유패션산업의 신 르네상스 시대가 한 발짝도 못나간 이유가 인력 추가 조달을 위한 기숙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기왕 개성공단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면 정부와 업계가 하나가 되어 북측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해 북측 근로자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한다. 우리 법인장이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북측에서 나온 직장장이 직원들을 컨트럴 하다 보니 공산주의식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개성공단의 북측 근로자 생산성은 베트남의 5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임금이 싸지만 생산성이 떨어지니까 단가가 베트남보다 조금 비싸고 입주 기업들의 수익성도 생각보다 훨씬 떨어지고 있다 . 처음에는 그런대로 고분고분해 열심히 하는듯했으나 갈수록 적당히 농땡이 쳐도 월급받는다는 사회주의 근성이 되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경제 원리대로 열심히 잘한 사람과 못한 사람과의 차등대우 대책이 있어야한다는 것이 입주기업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만큼 입주기업의 법인장이 북측 근로자 인사권 행사가 시급한 과제란 점에서 남북 간 당국 간 협의를 통해 이를 쟁취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만 입주기업들도 명심해야할 것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특성상 한번 허점이 보이면 그걸 집요하게 이용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는 특성이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그 가장 큰 초점은 임금 인상에 대한 철저한 정부 방침 준수다. 무슨 이유를 들이대더라도 임금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가이드라인이 무너지면 그 다음부터 주도권은 그들에게 넘어감을 명심해야한다.

북측 근로자 인사권 쟁취해야 성공한다.

더불어 통일부 당국은 한ㆍ중 FTA의 역외가공과 남북경협, 시장경제 전파를 위해 필연적인 논리이자 현실적인 대안인 개성공단의 확대 정책과 입주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한다. 천재지변과 같은 2013년 4월의 개성공단 폐쇄 당시 지원했던 경영 안정자금 상환을 겨우 6개월 정도 연장하는 식은 호응을 얻기 어렵다. 중언부언 하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단순한 이윤추구보다 남북 교류 협력의 최 일선 선봉장들이다. 전 재산을 그곳에 투입해 항상 칼날 위를 걷는 기분으로 기업을 영위하면서 시장주의를 전파하고 있는 애국자인 것이다.
개성공단을 북측을 도와주는 것으로 착각하거나 퍼주는 것으로 오도하는 사람들은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개성공단 기업인을 통한 북한 사람들의 시장원리 터득과 의식 변화는 정치인이나 총칼로 할 수 없는 위대하고 값진 역할이다. 이들이 마음 놓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주무당국부터 앞장서 조성해야한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입주 기업들을 압박해 기업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발목을 잡는 일이 있다면 하루 빨리 그 적폐를 과감히 없애야한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