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지리도 복이 없다. 여당이 압승한 4.29 재보선까지 뭉그적거리고 버티다보면 성완종 사건도 유아무야 될 뻔했는데 그 새를 못참고 사표를 던졌다. 여당이 선거결과를 자화자찬해서도 안되지만 유체이탈화법으로 일관해도 참패한 야당이 물고 늘어질 동력을 상실했다. 패색이 짙은 기사(棋士)도 돌던지는 시점을 선택하듯 이완구 전총리가 성급하게 사표를 던진 일을 놓고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을까 싶다.
여당은 기고만장하고 야당은 패닉상태를 몰고온 미니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후임총리 선출문제로 또다시 나라가 들썩거릴 것 같다. 박근혜 정부 임기 5년중 절반 이상을 국무총리 뽑느라 세월 다 보낼 판이다.
말을 바꿔 안팎으로 돌아가는 통박을 보면 “허허 웃어도 빚이 천냥”인것 처럼 속이타고 소태씹는 심정이다. 경제는 자꾸 뒷걸음쳐 올 성장률이 2%대로 후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던 미국경제가 올 1분기 0.5%대 성장에 그쳐 전세계가 비상이 걸렸다.

정부 섬유패션 산업정책이 안보인다.

한ㆍ일 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힌 상태에서 미국은 어제의 전범을 오늘 영웅으로 대접해 우리에게 어깃장을 놓고 염장을 지르고 있다. 아베 방미를 계기로 세계 1,3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TPP(한ㆍ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협정 체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세계 국내 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아시아 태평양 12국간에 추진되는 TPP협상에 한국은 아직도 변방신세다. 미ㆍ일이 주도하는 TPP협정에 한국이 좌고우면하다 견제당하면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치, 경제, 외교 모든 것이 답답하게 돌아가 허탈한 탄식을 떨칠 수 없다.
답답하고 분통이 터진것은 반도체와 휴대폰등 극소수 업종을 제외하고 많은 산업이 일패도지(一敗途地) 위기에 몰렸는데도 정부의 산업정책은 회생을 위한 뚜렷한 방향이 없다. 산업사회와 달리 정보화 사회에서 정부가 산업을 육성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바로 죽든지 살든지 기업이 알아서 해야지 정부지원을 기대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주장이다. 어찌보면 울타리가 사라진 글로벌 시대에 각자 도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틀린것은 아니다.
그러나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처절하게 망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예방하고 피해갈수 있는 가이드라인은 최소한 정부 몫이다. 산업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게 제도를 개선하고 때로는 파격적이고 통큰 지원책을 강구해 산업경쟁력을 살리는것이 정부의 산업정책이다.
타 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가 속해있는 섬유패션산업도 업계의 자구 노력과 정부의 정책지원만 제대로 이루워지면 얼마든지 미래가 있다. 경쟁력의 기본인 품질과 생산성을 위한 첨단설비 투자와 혁신기술개발, 마케팅 개발의 동력만 제대로 뒷받침되면 순발력 강한 한국기업은 길이있다.
선진국이 섬유패션산업을 쉽게 포기하지못한것은 의식주란 인류의 기본 생필품으로서 뿐 아니라 부가가치 높은 문화산업임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진 후진국 모두의 최우선 과제인 고용문제가 걸려 있는 것이다.
우리 역시 국가기간산업인 섬유패션산업은 제조업체만 4만5000개사가 넘는다.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3%에 달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생산현장의 고용인원은 아직도 30만명을 상회해 아직도 전체 고용의 8%에 달하고 있다.
아무리 외형이 많은 중화학과 반도체등이 고도성장을 한다해도 업체수와 고용은 섬유산업과 비교할수 없이 작은 규모다. 만약 이 산업이 소멸됐을때 국가 경제가 대위국(大爲局)을 맞는것은 불문가지다. 유럽 선진국에서 보듯 포기할수도 포기해서도 안되는 산업인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고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 섬유패션산업은 이대로 방치하면 처절하게 망가질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쇠락의 징검다리에 진입했지만 건너기 전에 산업을 살릴수 있는 혁명적인 처방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솔직히 현재의 상황은 10종 허들도 모자라 온갖 해저드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한마디로 임금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보다 10배나 더 비싸다. 실업자가 넘쳐나도 생산현장에 사람이 없어 기업마다 “돈보다 더급한것이 사람”이라고 피말리는 고통을 호소한다. 제조 원가에서 인건비 다음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료는 3년간 40%나 올라 베트남은 물론 미국보다 비싸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한국산 섬유패션제품은 중국과 베트남 제품보다 5배는 비싸야하지만 같은가격에 경쟁하느라 코피 터진 싸움을 하고있다. 이런 악전고투속에 그동안 국내 섬유기업들이 난파선에 쥐빠져 나가듯 무려 6000개 가까운 기업이 해외로 탈출했다.(2013년말 기준). 투자금액도 자그마치 7조 5000억원에 달한다.
가장먼저 의류봉제산업이 탈출러시를 이루면서 국내는 공동화(空洞化)현상이 덮쳤다. 종업원 100명 넘는 기업이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철저하게 망가졌다. 봉제가 해외로 나가 원부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하다보니 직물, 니트, 염색 등 미들스트림이 나갔고 2-3년전부터는 업스트림의 면방업체까지 경쟁적으로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임금, 인력난, 비싼 전기료를 감당할 수 없어 너도나도 나갈수밖에 없었다. 국내서 앉아 죽는것보다 나가서 살겠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문제는 남아있는 4만 5000여개 업체도 국내에서 떡쌀 담글것인가, 아니면 탈출행렬에 동참할것인가를 놓고 양단간 결단을 할수밖에 없다. 대세는 나가야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렇게 됐을때 한국에는 쭉정이만 남고 알짜는 해외로 나간 후 거미줄과 곰팡이만 가득한 섬유패션 산업현장을 무얼로 매꿀것인가 하는것이다. 한국에는 R&D센터만 남고 텅빈 폐허에서 무슨 발전을 기대하고 미래를 보장할것인지 상상만해도 소름이 끼칠일이다.
더욱 해외로 나가는것이 살길이지만 그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솔직히 해외투자를 공짜로 하는것이 아니다. 거액의 투자가 선행돼야 하지만 능력이 없는것이다.
섬산련이 베트남에 섬유전용단지조성을 위해 수요조사를 했더니 희망업체는 20개사도 못미친것이 하나의 예증이다.

알맹이는 다빠지고 쭉정이만 남아서야

그렇다면 나갈수있는 기업은 나가되 국내에서 영위하겠다는 기업은 할수있는 바탕이 마련돼야한다. 고임금 구조야 바꿀수없지만 사람기근이라도 해소하도록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수입쿼터를 과감히 늘려야한다. 지금처럼 한국에 온 근로자가 수천만원씩 내고 오는 송출제도부터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한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불합리한 산정방식을 개선해야한다.
한국의 섬유산업구조가 화섬산업구조란 점에서 가격과 품질, 차별화를 지원하기 위해 조(兆)단위 자금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과감히 통크게 지원책을 강구해야한다. 대기업인 화섬업체지원이 아니라 한국의 전체 섬유패션산업을 살리기위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것이다.
어영부영 시간을 허송해 3-5년이 지나면 그때는 때가 늦다. 이미 떡쌀 담근 다음에 사후지원책은 소용없는 일이다. 정부의 딱 부러진 산업정책이 발등의 불이다. 업계 스스로도 강한 신념을 갖고 투자해야한다.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한다. 정부나 업계가 더이상 좌고 우면하다는 게도 구럭도 다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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