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이 없다. 경천동지할 충격적인 사건사고를 막아달라고 고사라도 지내야할 것 같다. 대통령이 나라 먹거리를 위해 열사의 나라에서 세일즈외교를 벌이는 그 순간 국내에서 또 큰 사단이 터졌다. 한ㆍ미 동맹을 배 아파한 종북론자가 백주에 서울 한복판에서 주한 미국대사를 난도질했다. 선혈이 낭자한 충격적인 광경에 온 국민은 할 말을 잃고 집단 실어증을 호소했다.

자유민주국가에서 어떤 명분으로도 폭력과 테러의 자유는 없다. 범인에게는 살인미수 뿐 아니라 반공법을 적용해서라도 사회에서 영원히 꿈틀거리지 못하도록 격리시켜야 한다.

말을 바꿔 우수ㆍ경칩이 지나 계절은 봄이지만 돌아가는 통박은 봄이 아니다(春來不似春). 경제는 내려앉고 최고 청년실업이 100만명을 넘어선데다 국가부채, 공기업부채, 가계부채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부채공화국이다. 정치권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졸속 김영란법을 제정해놓고 호랑이 등 뒤에 타 좌불안석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보다 기업 할 수 있는 나라를

김영란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벌써 내수업종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고급식당, 한우, 전복 선물까지 제약받게 돼 경기부양이 아닌 경제 죽이기에 나섰다. 꾀를 생각해도 죽을 꾀를 만든 것이다.

모두가 살기 팍팍해 날카로워진 상황에서 잔인한 4월에 또 대규모 파업이 예고돼있다. 민노총과 공무원 노조, 전교조에 이어 한국 노총까지 가세할 움직임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 박근혜 정부의 주요 아젠다가 실종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재벌기업을 제외하고는 기업들이 존립위기를 맞고 있는 판에 부총리가 난데없이 임금인상론을 제기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불능력이 생기면 당연히 임금인상에 앞장서지만 현재도 사경을 헤매는 기업들에게 간판 내리고 문 닫으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언필칭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강조하지만 제발 “기업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냉정히 기업 현실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보자. 고래심줄처럼 강한 섬유산업부터 물이 목에까지 차올라 간판 내리거나 아니면 남은 기업도 줄지어 해외로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임금 한 달 분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임금 1년 치와 맞먹는 상황에서 그나마 생산 현장에 사람이 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비단 섬유산업만이 겪는 고통은 아니다. 전자와 석유화학, 조선, 중공업 관계자들은 그래도 섬유 쪽은 “가마 타고 양주목사”가는 격이라고 부러워한다. 자신들의 업종은 섬유보다 훨씬 심각한 불황 아닌 대공황에 깔려 생사기로를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남의 연병이 내 고뿔만 못하듯” 섬유산업이 남의 걱정할 처지가 못 된다. 지금 놓여있는 우리 상황이 벼랑 끝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변하고 변해 변곡점이 꼭대기에 와 있다.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고 과거 만들면 팔리던 천수답 경영으로는 안 된다는 자계훈이 나온 지 십수년이 지났다. 대구ㆍ경북 섬유산지부터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며칠 전 대구ㆍ경북직물조합 정기총회가 끝나고 대구 시장과 업계 중진들 간에 오찬 간담회가 열렸다. 업계가 놓여있는 참담한 현상을 하소연하고 시당국의 적극 지원을 요청하는 이런저런 건의가 나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오래 전부터 대구염색공단이 제기해온 이전 문제를 놓고 대구 시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대구 비산염색공단이 도심과 가까워 환경상 여러 문제점이 있으니 새로운 단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물론 이전의 당위성이야 있겠지만 대구 섬유업계 인사들은 비산공단에 입주한 업체가 아파트단지로 뛰어오를 땅값만 챙기고 새로운 단지로 얼마나 많은 기업이 거액을 투자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부호를 찍고 있다. 오를 대로 오른 땅값만 챙기고 이전 장소에 안 거가나 가더라도 축소지향해 목돈을 챙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계상황에 도달한 대구ㆍ경북직물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로 의류 완제품 생산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는 공감이 간다. 세계적인 화학 및 섬유소재 업체인 일본 도레이도 연간 6~7억 달러 규모의 의류완제품을 글로벌 소싱을 통해 유니클로에 공급하고 있는 사실을 예증으로 들고 있다. 

 그렇다면 업계 스스로 TF팀을 구성해 중장기 전략을 만들고 어디까지나 주체는 업계가 돼야 할 텐데 이날 나온 얘기는 인건비의 상당부문을 대구시가 보조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대구 시장이 이 소리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정부나 지자체에 의존하고 특혜를 받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밀라노 프로젝트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섬유개발연구원과 다이텍연구원 그리고 서울에도 없는 웅장한 패션센터를 지어났으면 섬유ㆍ패션산업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슈퍼섬유 융합제품개발이나 하이브리드 섬유융합제품을 개발한다고 수천억씩 정부 자금 지원받아 그 성과가 무엇인지 아리송할 뿐이다. 지역 섬유ㆍ패션산업을 살리는 일에 총력을 경주해야지 해당 기관 연명하는 예산으로 오해받을 행태는 바꿔야 한다. 올해도 당연히 한국패션협회가 주도해야할 사업예산이 대구의 다이텍연구원에서 예산을 따 사업주체가 거꾸로 가는 이해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대구산지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각 섬유ㆍ패션스트림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한마디로 나침반을 잃고 방향감각을 못 찾고 있다.

섬유 각 스트림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한다. 십수년 전부터 세계의 공장 중국이 한국 섬유산업을 잡으러 온다는 예고가 레코드판처럼 반복해왔다. 최신 설비로 세계 최대 규모를 향한 규모경쟁으로 나올 때에 대비책을 준비하라고 넌덜머리  나도록 강조해왔다. 그때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천수답 경영으로 응수하다 지금 요 모양 요 꼴로 주저앉고 있는 것이다.

대구ㆍ경북 섬유산지부터 패러다임 바뀌어야

정부의 섬유ㆍ패션지원 예산규모가 1000억 원을 훨씬 넘고 있어 정부지원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돈이 업계의 당면한 첨단 설비투자나 신기술 개발, 해외 마케팅 개발,  글로벌 패션브랜드 개발 등 적재적소에 요긴하게 다 쓰이지 않고 상당 부분이 기관 운영자금으로 줄줄 새고 있다면 큰 문제다.

섬유ㆍ패션업계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한다. 글로벌 브랜드 개발을 십수년 전부터 강조해왔지만 아직도 한국산 명품브랜드 하나 없다. 중국과 동남아산 섬유제품보다 5배, 10배 더 받지 않으면 한국의 섬유ㆍ패션제품은 죽은 목숨이라는 지적이 나와도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섬유기업들이 그동안 난파선에 쥐 빠져 나가듯 떼를 지어 해외로 탈출했다. 가는 기업은 가서 성공하면 되지만 국내에 남은 기업도 살려야하는 것이 우리 업계나 정부의 책무다. 비상구로 거론되는 개성 섬유공단도 2~3년 내 결론이 안 나면 소용없는 말장난이다. 다 죽고 난 다음에 명약을 써본들 소용없는 짓이다. 해는 저물고 갈길 먼 우리 섬유ㆍ패션산업을 살리기 위해 고단위 처방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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