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조영일 본지 발행인

“섬유 전 스트림 공황 기존 패러다임 바꿔야 삽니다”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 아닌 ‘무엇을 팔 것인가’에 초점을
중국의 무차별 증설 공급과잉 2013년부터 세계시장 폭풍 강타
일시적인 현상 아닌 장기화 대구산지 구조혁신 발등의 불
자기만의 독특한 차별화 제품 가져야 생존 가능
한국과 중국은 직물생산 판매시스템 달라 한국 업계 희망적
수출조합은 해외 마케팅 강화에 역점 지원사업 크게 강화할 것
전 조합원 상대 설문조사 조합원 바람 무엇인지 파악할 것
삼성, SK, 효성 등에서 개성 섬유공단 조성에 앞장서면 급진전 기대
블랙원단 대명사 탁월한 능력 경영학 박사 지도자 자질 통 큰 기업인
“무거운 책임 통감, 분골쇄신 최선 다할 터”


국내 화섬직물 수출업계의 간판 기업인이자 업계에서 보기 드문 경영학박사인 민은기 (주)성광 회장(61ㆍ동성교역(주)회장)이 섬유직물 수출업계의 새 首長으로 취임했다.

지난 4일 열린 한국섬유수출입조합 총회에서 전임 박상태 이사장((주)성안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받아 명실공히 우리나라 직물수출업계를 이끄는 지도자로 등장한 것이다.

선친인 민병옥 회장이 대구에서 지난 65년 동성직물을 설립해 동성교역과 (주)성광 양사로 확대한 우리나라 화섬직물의 간판기업의 경영을 맡아 45년간 경영일선에서 뛰고 있는 민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화섬직물업계의 중진.

탁월한 경영능력과 글로벌 감각이 앞선데다 직물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구파이자 통 큰 기업인이다. 천성이 겸양지덕을 중시해 남다른 친화력을 두루 갖춰 각계각층과도 교류가 두텁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선을 다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는 뜻인 ‘지성사달(至誠事達)’을 경영철학이자 생활신조로 삼고 있는 민 이사장의 능력과 지도력에 벌써부터 고단하고 팍팍한 직물수출업계가 전폭적인 지지와 기대를 걸고 있다.

취임 이튿날부터 63빌딩에서 열린 중소기업청 주최 해외바이어 초청 행사에 참석하는 등 동분서주한 민 이사장을 본지 조영일 발행인이 만났다.


-직물수출업계의 首長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은….
“여러 가지 부족한 제가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더구나 우리업계가 총체적으로 가장 어려울 때 책임을 맡아 부담이 많이 됩니다. 전임 박상태 이사장이 전환기의 어려운 환경에서 훌륭하게 이사장 업무를 수행하셨습니다. 박 이사장의 좋은 지도이념을 계승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해 분골쇄신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수출조합 수석 부이사장을 오래 맡으셔서 조합 운영 내용은 소상히 알고 계시지요.?
“박 이사장 전임이신 강태승 이사장(전 승우무역 회장)때부터 부이사장을 맡았으니까 오래 됐지요. 그 후 박 이사장 재임 12년간 수석 부이사장도 맡았지요. 그러나 직접 조합운영에 관여하거나 결재권자가 아니어서 깊이 모릅니다. 빠른 시일 내에 조합 업무 전반에 걸친 브리핑을 받고 나름대로 운영방침을 내놓을 생각입니다”

-섬유단체장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적으로 육체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많은 희생이 뒤따릅니다.…(웃음)
“각오하고 있습니다.(웃음) 능력껏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실 그동안 여러 차례 권유도 받았지만 박상태 이사장이 전력투구하고 계셔서 적극 지지하며 홀가분하게 지켜본 상황이었죠. 늦었지만 이제 그동안 섬유업계로부터 여러 가지 성원을 받아 회사가 성장해 온 점을 고려해 이제부터 업계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봉사해야할 때가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야 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섬유 전체 스트림이 어렵습니다만 특히 대구산지의 주종인 화섬직물이나 니트직물 경기가 엄동설한입니다. 실상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정말 상황이 심각합니다. 화섬, 면방, 직물, 염색가공 전 스트림 경기가 장기간 냉골상태입니다. 2013년 하반기부터 급속히 냉각된 후 좀처럼 회복국면이 안 보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화섬과 합섬직물에서 중국의 무차별 증설결과가 공급과잉을 초래했습니다. 이 불황이 일시적으로 끝날 상황이 아니란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안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공황이라고 볼 수 있지요.”

-화섬직물 분야라도 회복 가능성을 언제쯤으로 보고 계십니까.
“대구 산지의 불황이야 과거에도 많이 겪었지요. 제가 기억하기로도 지난 82년에 대구에 부도 선풍이 불었고, 89년에도 부도가 많이 났어요.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중국발 공급과잉 상태가 너무 심각해 전 세계적으로 수급에 대한 밸런스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경기회복 시기를 점치기가 그만큼 어려워요. 실제 우리뿐 아니라 겁 없이 무차별 증설을 해놓은 중국 자체부터 가동률이 많이 떨어지고 있거든요. 지금은 우리 업계가 웬만큼 원가를 낮춰서 해결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화심직물부터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생산자 중심에서 제품을 생산해 왔지만 앞으로는 시장 중심 수요자 니즈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야 합니다. 하나의 예증으로 의류수출 벤더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잘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직물업계도 벤더들의 경영방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요자 중심, 다시 말해 바이어가 원한대로 토털 서비스를 강화해야 할 겁니다. 우리 직물업계가 뭘 생산할 것인가 보다 뭘 팔 것인가를 생각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국내 섬유산업이 갈수록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고임금에 사람은 없고 기업환경이 팍팍하다 보니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벌써 봉제에 이어 편직, 제직, 염색은 물론 면방까지 해외로 탈출하고 있습니다. 직물업계도 해외로 나가야 합니까.
“시장 있는 곳으로 갈수만 있다면 가야겠지요. 그러나 대구직물업계는 보유 설비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쉽게 나가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우리 업계가 지금까지 동업계끼리 중복되는 품목, 더구나 중국과 중복되는 품목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판명난 지 오래입니다. 각기 자기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품목만 있다면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이 점에 보다 많은 투자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솔직히 우리 직물업계가 중국과의 경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닙니까.
“방금 말한 대로 똑같은 품목이라면 상대할 수가 없지요. 그러나 꼭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중국의 생산판매 시스템과 우리의 생산판매 시스템은 완전히 달라요. 한국의 직물기업은 CEO가 원사선택에서 제직, 편직, 위사사용, 염색가공, 판매 전반을 일목요연하게 전개하고 있어 개발과 품질관리가 훨씬 유리합니다. 반면 중국은 원사, 제직, 편직, 염색가공, 판매 모든 것은 각기 딴 사람이 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품질관리나 생산 판매의 일관성과 전문성이 부족해요. 이런 점을 제대로 활용하면서 중국이 하지 않는 품목의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면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고임금과 인력난을 비롯해 국내에서 기업환경이 어려워지다 보니 해외 탈출과 함께 개성공단 섬유공단 조성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제조업 입장과 마케팅 전문기업 간의 입장이 다를 겁니다. 공장과 설비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개성공단으로 가는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만 분명한 것은 개성공단 섬유공단 조성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저임금과 양질의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면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벽에 부딪치는 것은 우리 업계 입장에서는 개성이란 특수성의 위험부담을 의식해 정부가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주면 입주기업의 기업을 영위하면서 단계적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그것도 향후 2~3년 내 가시적인 플랜이 나와야지 5년 이상 지나면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저 개인 생각입니다만 삼성이나 SK같이 섬유로 재벌을 축성한 대기업이나 효성 같은 재벌기업이 현대, 아산처럼 개성 섬유공단을 조성해 섬유 기업을 입주시켰으면 합니다. 재벌 기업이 나서면 그렇게 많은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도해볼만한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남북문제에도 정치ㆍ경제적인 면에서 상당한 기대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요.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차원이지 실현가능성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화제를 바꿔 섬유수출입조합의 기능과 역할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아직 업무현황에 대해 보고를 받지 못해 성급하게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출입조합이 가야할 본연의 업무는 해외 마케팅 강화와 지원사업이 돼야할 겁니다. 소극적인 해외 전시회 알선이나 가이드 역할 차원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외마케팅 지원사업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둬야할 겁니다. 지금까지는 하고 싶어도 예산문제로 한계를 보였지만 앞으로 더욱 이 문제에 중점을 두고 전력투구할 생각입니다.”

-섬유수출입조합 회원사가 250개사를 상회할 정도로 한국 대표 핵심수출 단체입니다. 명실공히 업계를 위한 수출단체 역할에 기대를 걸겠습니다.
“먼저 빠른 시일 내에 전 조합원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할 생각입니다. 수출조합이 어떻게 변해야 되고 어떤 업무에 지원을 강화해 주기를 바라는지 생생한 업계 요구를 파악할 겁니다. 그 바탕에서 업계가 요구하고 바라는 분야로 바꿔 나가야겠지요. 이 기회에 조합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섬유수출입 단체인 저희 조합을 업계가 최대한 활용해 수출 극대화를 누리실 것을 권합니다. 업계를 위한 수출단체로서 최선의 서비스를 경주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민은기 이사장은…

경북고등학교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일어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경영학박사 학위 취득)
동성교역(주) 총괄이사
(주)성광 설립
동성교역(주) 전무이사
현 동성교역(주) 사장
현 (주)성광 대표이사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
중소기업 유공 국무총리 표창
제27회 섬유의 날 은탑산업훈장 수훈
부인 김홍숙 여사와의 사이에 2녀 1남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