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니트로 이야기하는 착한 브랜드

- 伊수입원사,10~30만원대 가격
- 토털보다 니트 아이템 고집
- 百핵심점 3시즌 연속 팝업
- 홈쇼핑·홀세일도 진행 중

리플레인의 정종우(왼쪽), 김정은(오른쪽) 공동대표. 정 대표는 외국계 광고회사 TBWA에서 어카운트 디렉터로 재직 중 부인인 김 대표가 론칭한 리플레인의 마케팅과 운영을 돕기 위해 합류했다.

새롭고 익숙한 옷. 형용모순이지만 ‘리플레인(RePLAIN)’을 이보다 더 담백하고 명징하게 드러낼 수 있는 표현이 있을까. 형태미보다 ‘니트’라는 재료 자체, 원형질의 아름다움에 천착하는 것. 그것이 바로 리플레인이 주목 받는 이유다.

리플레인은 한섬 출신의 14년차 니트 디자이너, 김정은 대표가 2013년 론칭한 니트 전문 브랜드다. 울·캐시미어·알파카 등 이탈리아 수입원사에 전 제품 국내 생산, 10~30만원대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니트는 비교적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지만, 속사정을 아는 지인들은 모두 사업성을 의심했다. 5~6배수인 일반 여성복에 비해 마진율이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햇수로 3년차에 접어든 리플레인은 보란 듯이 초심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제법 주류 유통에서도 주목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높은 퀄리티의 옷을 더 많은 사람들이 입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소수가 공유하는 브랜드를 지양하면서도 거리에 넘쳐나는 SPA브랜드의 길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론칭 배경과 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한섬에서 근무하며 10년간 국내 여성복의 흥망성쇠를 지근거리에서 경험했다. 그리고 스마트 컨슈머(Smart Consumer)로 변모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확인했다. 재고와 유통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기존 ‘착장’의 개념보다 캐릭터가 명확한 ‘아이템’의 제안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였다.

“어떤 분들은 우븐까지 해서 토털로 가야한다고 조언하세요. 저희도 무척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왜 풀착장이어야 하나’라는 의문의 생겼어요. 요즘 소비자들은 똑똑합니다. 리플레인에서 니트를 산다고 해서 팬츠와 아우터도 함께 구입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템에 집중해 니트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이너의 고집과 자부심이 형형한 눈빛으로 전해졌다. 이는 리플레인의 소재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품질은 실 한 올부터 시작된다’는 소신으로 김 대표는 100% 천연 울·캐시미어·알파카 등 이탈리아 원사를 고집하고 있다. 피렌체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원사전시회 ‘피티 필라티’도 꾸준히 방문해 직접 눈으로 품질과 회사의 규모 등을 확인하고 있다.

올 봄에 가장 많이 쓴 원사는 까리야기社의 제품이다. 이 회사는 ‘브루넬로쿠치넬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글로벌 브랜드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대기업에서도 쓰기 힘든 소재를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시작이 다르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좋은 실은 좋은 짜임을 이루고, 좋은 짜임은 좋은 니트가 됩니다. 사람들의 니트에 대한 기대치는 좋은 소재, 좋은 컬러, 좋은 핏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사는 니트의 본질적인 가치와 아름다움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한 절대원칙입니다.”

듣고 보니 미니멀리즘을 극단으로 밀어붙인 듯 한 디자인도 자연스레 이해됐다. ‘순수한’ ‘깨끗한’의 의미인 동시에 ‘민짜’라는 니트 용어인 ‘플레인(Plain)’을 브랜드명으로 선택한 배경과도 맞닿아 있었다. 김 대표는 “물론 니트에도 다양한 디자인이 있지만, 오리고, 자르고, 갖다 붙인다고 좋은 니트 디자인은 아닌 것 같다”며 “브랜드 이름이 ‘다시 플레인해지자’는 의미인 만큼 리플레인은 복잡하지 않고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독특한 브랜드에 시장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백화점에서 직접 찾아와 팝업 매장을 제안하고, 협업과 수출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흐름과 타이밍이 잘 맞아 운 좋게 기회를 잡았다”고 말하지만, 영업 한 번 없이 순전히 브랜드의 힘으로 거둔 성과였다.

리플레인은 현대 무역·목동, 신세계 강남·죽전, AK 분당 등 핵심점에서 지난해 가을 팝업스토어를 진행해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다. 성과를 인정받아 모두 올 겨울도 장기 팝업을 진행하고 있고, 봄 시즌까지 팝업 스케줄이 예정돼 있다. 롯데에는 편집숍에 입점 중이다. 현대와 신세계에서는 단독매장도 제안하고 있지만, 김 대표는 좀 더 긴 호흡으로 브랜드를 전개할 계획이다.

“백화점에 서둘러 입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여름엔 같은 니트 카테고리인 저지 제품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지만, 니트라는 단일 아이템으로 사계절 안정 매출을 자신할 수 없습니다. 재고에 대한 부담도 있고요. 당분간은 팝업매장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현재 현대(2개)와 롯데(4개)에서 진행 중인 편집숍 숍인숍을 10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지난해 GS홈쇼핑과 협업으로 진행한 캐시미어 100% 니트 아이템도 호성적을 거뒀다. 디자인 컨설팅으로 참여한 이 제품은 한 장에 12만원 고가에도 불구하고 2만장 물량을 3번 방송에 80% 소진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 3월에도 봄 시즌 니트를 선보인다. 내년엔 리플레인이 아닌 별도 세컨브랜드 론칭을 구상 중이다.

미국 시장 홀세일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미국 교포가 운영하는 쇼룸업체의 한국지사에서 먼저 제안이 왔고, LA 쇼룸에 입점했다. 지난달 마켓위크에 이어 이달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캡슐쇼를 통해 글로벌 바이어를 만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옷이 구현되는 행위와 과정 또한 중요하다고 믿는 디자이너다. 작은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쉽게 만들지 않은 니트를,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하자’는 초심을 잃지 않을 생각이다. 끝으로 그에게 시즌 콘셉트와 계획에 대해 물었다.

“세상은 점점 자극적이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리플레인은 포근한 촉감과 자연스런 멋으로 자기만족과 자기치유에 더욱 집중할 겁니다. 리플레인은 하나만 입었을 때 도드라지는 옷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옷을 받쳐주는 역할이 크죠. 앞으로도 ‘기본 조직’이라는 의미처럼 잔잔하고 튀지 않지만, 꾸밈없이 올곧은 옷으로 고객과 만날 계획입니다.”

  

 

리플레인 김정은 대표는 누구
2002 이화여대 의류직물학과 졸업
2002 한섬 입사
      ‘시스템’ 선임 디자이너
      ‘마인’ 니트디자인팀 총괄 팀장
2013 리플레인 론칭
     현 리플레인 니트스튜디오 공동대표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