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광 KOTRA 이스탄불 무역관장

- 섬유산업 세계 6위, 노동자 20% 종사… 1차 세계대전후 급성장
- 90년대 총 수출 9.3%… FTA 효과보려면 가격보다 브랜드 집중

터키에 부임한지 3년여 만에 임기를 마치고 귀임을 하게 된다.
필자가 터키에 처음 왔을 때 한국에서 양복, 셔츠, 점퍼 등 여러 벌의 옷을 부랴부랴 사갖고 왔던 기억이 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터키에서 훨씬 저렴하게 동일 수준의 디자인, 품질 옷을 구할 수 있었는데 괜한 수고를 한 느낌이다.

총 노동자의 20%가 종사하고 있는 터키 섬유 산업은 2013년 매출액 기준으로 유럽에서 독일, 이탈리아 다음으로 3위, 세계적으로는 6위를 기록한다.

그렇다면 터키 섬유 산업은 언제부터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을까. 터키 섬유산업 발전의 역사를 다소나마 소개해 보고자 한다.  

터키 섬유 산업은 오스만 제국(Ottoman Empire) 시기인 16, 17세기에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 당시 섬유 산업은 국가의 중요한 산업 중 하나였으며, 당시 술탄(황제를 의미한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분야이다.

역사적으로도 산업혁명 이전에는 의식주, 특히 의복은 왕실의 권위를 높임과 동시에 서민들에게도 필수적인 요소였음은 자명하다.

제국 내에서 내수 위주로 성장하던 터키의 섬유산업은 20세기 들어서 대외적으로도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에 동맹국에 선 오스만 제국이 패하여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터키공화국이 들어선 1923년부터 섬유산업의 규모가 급속도로 확장되었다. 

1933년, 터키의 국책 은행인 슈메르 은행(Sumerbank)의 설립은 터키 섬유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슈메르 은행은 터키 내 섬유 산업 발전 및 섬유 공장 건설을 위해 자금을 제공 했고, 섬유 업계 종사자들에게 섬유 생산과 투자에 대한 교육을 했다. 이를 통해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모여 섬유 생산 업체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1935년 슈메르 은행은 터키 카이세리에 최초로 섬유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당시 1차 세계대전과 독립 전쟁 이후 어려웠던 터키 경제 사정을 고려해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섬유를 판매하였다.

1980년대 이후 터키의 섬유산업은 본격적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특히 1990년대에는 EU와의 관세동맹, 섬유 및 의류에 관한 협정 그리고 터키 정부의 수출 지향 정책으로 섬유산업이 더욱 발전하였다. 해외 시장의 진출로 1990년대 섬유 산업은 총 수출 중 9.3%로 높은 수출률을 보였다. 마치 우리나라의 반도체가 수출효자 종목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터키 섬유 산업의 발전에는 터키산 목화의 역할도 크다. 섬유의 가장 중요한 원재료인 목화가 다량으로 재배되고 있고, 이는 섬유 생산 발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터키 목화는 주로 이즈미르, 안탈리아, 츄쿠로바 그리고 아나톨리아 지역 등 터키 전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그중 이스탄불 부르사 등 산업화된 도시들이 속해있는 마르마라 지역은 비교적 큰 규모의 섬유 공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즈미르와 데니즐리 그리고 섬유 관련 기업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인 츄쿠로바 지역에도 많은 중소형 섬유 업체들이 위치해 있다.

원료를 자급자족 할 수 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이익이다. 터키의 목화 생산량은 세계 7위로 연간 30만 톤이 넘는 목화가 생산되고 있다. 또한 터키 면화는 고품질로 알려져 있어, 중국, 인도 등 타 경쟁 국가에 비해서 품질면에서 바이어들의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터키는 원단뿐 아니라 봉제품 또한 수출하고 있다. 이는 터키가 이전부터 여러 유럽 브랜드의 주문자제조생산(OEM)을 담당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리학적으로 유럽과 중앙아시아 사이에 걸쳐서 위치하고 있어 다른 경쟁국가 보다 운송면에서 유리한 면도 있다.

최근 자라, 망고, 에잇 세컨즈, H&M 등 SPA 브랜드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SPA 브랜드란 ‘Speciali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로, 의류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직접 맡아서 하는 브랜드를 뜻한다. 백화점과 같은 고 비용 유통업체를 통하기보다는 직영매장 운영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다품종, 대량 생산 방식을 통한 효율성과 빠른 상품 회전이 특징이다.

주로 원단을 공급 해왔던 터키에서도, 터키 SPA브랜드 및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 이전부터 유럽 브랜드 제조를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의류 제조에 있어서 필요한 기술력과 의류 품질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기에 가능한일이다.

코톤(Koton), 마비(Mavi), LC 와이키키(LCwaikiki) 등이 터키의 대표 SPA브랜드이다. 이 중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마비이다. ‘마비(Mavi)’는 터키어로 ‘파란색의’ ‘청색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마비 브랜드의 제품들을 보면 대다수가 청재킷, 청바지 제품으로 매장에 들어서면 청색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이 브랜드는  미주, 유럽 등 50여개국에 352개 매장을 개설하였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터키 SPA 브랜드들은, 터키 뿐 아니라 국제적 브랜드 창출에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유럽 내 터키 SPA 브랜드들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고 특히 기존 유럽 브랜드들과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터키가 섬유산업을 패션화해야 하는 숙제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와의 FTA 발효 후 터키 섬유시장과 한국 섬유시장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자.

한.터키 FTA 발효 후 섬유 부분의 對터키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FTA 관세 인하 후 주력 수출 품인 화학섬유와 직물의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며 섬유류 전체 수출이 18.5% 증가하였다. 2023년까지 의류산업을 3배 이상 증대라는 터키의 정책을 감안할 때, 부수적 원자재의 수입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터키에 수출해오던 한국의 편직물 등의 섬유 수출 증가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필자가 터키 정부측 관계자로부터 늘 듣는 볼멘소리가 있다.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 국가 중 무역적자가 가장 심한 곳이 터키다. 모든 품목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작년 10월까지 수출한 금액은 이미 2013년 한 해보다 많은 62억 달러, 터키가 우리나라에 수출한 금액은 6억 달러 수준이다. 무역적조율이 90%에 육박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터키의 섬유는 우리나라의 반도체와 유사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강한 분야이다. 우리나라의 섬유수출이 증가할수록 FTA와는 별개인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우리기업들이 가격 보다는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꾸준히 연구개발 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독일산 자동차, 이태리산 의류, 국산 TV가 보지 않고도 어떻게 느낌이 오는지 잘 알 것이다.
터키도 터키산 패션이라는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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