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모두 상생…정치ㆍ군사적 휘둘려선 안될말

“北 일방규정 중단ㆍ南 5.24조치 해제 시점” 중론
새해 남북화해 무드 FTA 타고 제품 세계화 기대 
 


개성공단이 출범 12년째를 맞았다.
2004년 6월 개성지구 시범단지에 15개 기업이 입주를 시작한 이래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을 훌쩍 넘은 것이다.

지난 1일 촬영ㆍ방송한 TV 화면속 개성공단은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을 배경으로 아늑하고 평온한 모습이다.

하지만 10여년의 산천은 의구해도 개성공단은 평온한 듯 평온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북한은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담은 일방적 노동규정 개정 통보했고, 우리 정부가 이에 항의 통지문을 전달하려 했지만 북측이 거부해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말이 나왔으니 잠깐 지난해를 돌이켜보자.
1월 15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전자출입체계(RFID) 설비가 완공돼 상시 출입경이 가능한 체계로 만들었다.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진일보 조치로 크게 반겼다.

5월 21일엔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이 개성공단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평양교구를 관할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북한을 직접 방문한 것이다.

앞서 4월에는 개성공단 섬유업체 7개사가 참여한 공동의류 브랜드 시스브로(SISBRO)를 런칭한 후 9월 29~30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엔글로벌콤팩트 행사에서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 등 기업대표 8명이 현지를 방문 시스브로(SISBRO)을 세계에 알렸다.

이 제품은 12월 2~3일 국회에서 마케팅을 열었다. 국회의원회관 신관 1층에서 ‘개성공단 우리기업 상품전시 및 판매전’을 열어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9월 30일엔 해외 한인 상공인들이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한상들은 개성공단 제품의 우수성을 확인하고 수출로 연결시킬 의향을 내비쳤다.

한-중 FTA(11월 10일 체결)와 한-베트남 FTA(12월 10일 체결)에서는 개성공단 제품이 역내산으로 인정받게 됐다.

나진ㆍ선봉 등에 제2개성공단 조성 가능성도 등장했다.
반갑지 않은 소식도 들려왔다.

지난해 11월 개성공단 입주 업체인 ‘아라모드 시계’가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해산신고서를 제출하고 철수 방침을 굳혔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은 데다 2013년 북한이 느닷없이 감행한 6개월간의 조업 중단 후유증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개성공단의 기업 해산은 2009년 6월 모피제조업체 스킷넷에 이어 두 번째다.
공단 입주업체가 124업체로 줄게 됐다.

11월 20일 북한이 돌연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 상한선 등 13개 규정을 일방적으로 수정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항의를 담은 통지문을 지난달 15일과 16일 북측에 전달하려했지만 북한은 “개성공단 노동규정 개정은 북조선의 주권사항이므로 협의할 필요가 없다”고 고집했다.

정부는 남북한 합의 위반이며 공단의 안정성과 경쟁력을 크게 헤치는 퇴행적 조치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은 이처럼 우여곡절과 부침을 겪으면서도 성장을 거듭해 현재 남북의 유일한 경제협력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남한의 자본ㆍ기술과 북한의 토지ㆍ노동력은 저비용 고효율뿐 아니라 남북화해와 평화의 상징으로 납북경제협력의 가장 합리적인 모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개성공단은 정치군사적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휘둘리며 입주업체들로 하여금 노심초사하게 만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설문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개성공단의 입주업체 100%와 전문가 집단의 71.4%가 개성공단이 ‘남북 간 정치ㆍ군사적 영향에 민감하다’는 점을 꼽았다.

북한의 막무가내식 근로자 철수나 일방적 노동규정 개정 통보를 보면 마치 개성공단이 볼모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우리 정부 또한 ‘5.24조치’를 해제할 때가 됐다는 것이 대다수 업계의 생각이다.
5.24조치는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제재조치다. 이후 4년이 흘렀지만 대북 투자와 인적교류에서 여전히 발목이 잡혀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새해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 5.24조치가 해제되지 않아 신규 투자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사업계획은 오는 3월 이사회를 열어 결정할 예정이만 현재로서는 신규사업에 포커스가 맞춰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남북 정치권이 새해엔 대결 국면을 풀고 대화를 하겠다며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북한을 끌어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 기반을 구축해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김정은도 같은 날 “최고위급(정상)회담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빠른 시일 안에 남북 국회의장 회담이 성사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치권의 해빙무드는 그동안 대북투자와 개성공단의 입지를 좁혀왔던 5.24조치에 대한 해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밖에도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12월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개성공단 입주기업 간담회에서 ‘개성공단은 남북의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은 옥동자’라며 개성공단 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현했다. 불확실성을 제거해 더 큰 발전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입주기업이 요청한 물류단지 조성에 대해서는 신중하지만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의 ‘개성공단이 정치적 특수성을 갖고 있어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며 ‘킨텍스 인근에 물류단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대한 답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지난해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평양-개성간 고속도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도로 개보수 등으로 원거리 근로자를 확보하고, 출퇴근버스 증차 등으로 수송능력 확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하지만 진척된 것은 없다.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13년 말 독일 미앤드프렌즈社의 對삼덕통상 투자 방침 이후 외국자본의 개성공단 투자 의향도 감감한 상태다.

새해도 개성공단의 기계는 돌아가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FTA를 타고 중국ㆍ동남아 등으로 더욱 활발하게 진출하게 될 것이다.

개성공단이 발전하려면 철저한 정경분리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의견이다.
정치적 논리에 당사자인 남한이 소외되면 대북 경협에서 중국 등에 밀려 2선으로 쳐질 가능성이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 2월 기준 125개 기업이 가동 중이며, 762명의 우리측 주재원과 5만 2300명의 북측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생산액은 지난해 1~2월보다 약 20% 정도 낮아진 월평균 3244만 달러 정도다. 개성공단 가동이래 올 2월까지 누적 생산액은 22억 6000만 달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개성공단을 통해 지금까지 남한은 32억6000만 달러, 북한은 3억8000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얻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개성공단의 활성화에 따라 앞으로의 효과는 이보다 훨씬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개성공단은 정치적으로도 남북 긴장완화에 큰 역할을 하며 남북 모두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새해는 ‘남북 옥동자’ 개성공단이 더욱 활기를 뿜어내며 제품이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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