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라고 어렵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까, ‘死卽生’ 각오면 극복 못할 불황 없습니다”

새해경기 비관론 많지만 업계 내공 강해 극복 기대
섬유ㆍ패션산업 글로벌 경쟁력 상실 고단위 처방 절실
산업현장 돈보다 급한 인력난 외국인 연수생 도입 확대시급
첨단 설비 투자 필요하지만 시장 없어 투자기피 현상
섬산련, 업계위한 선도 단체 소명의식 서비스 강화 할 터
새해 경기 미국 호전 유럽 냉골 내수패션 투매경쟁 우려
섬산련 회장 직무 전력투구 위해 해외출장 회사업무 축소노력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67)이 우리나라 섬유ㆍ패션업계의 首長인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에 취임한지 4개월 10일이 됐다. 난공불락 세계 초일류 아웃도어 기업을 축성한 거물 기업인인 그는 1년이면 200일 이상을 해외 출장으로 보내는 격무 속에서도 섬산련 회장 직무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모기업인 영원무역의 아웃도어 OEM수출과 노스페이스 내수판매를 포함 연간 매출 2조원을 바라보는 세계 초우량 기업의 경영전략과 열정을 섬산련 회장 업무에 접목시키는 모습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섬유ㆍ패션업계의 삼성전자로 통하는 영원무역 경영 못지않게 섬유ㆍ패션업계의 首長으로서 우리 업계가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나침반이 되기 위해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때마침 한 해를 결산하는 세모(歲暮)에 세계최대 아웃도어 생산기지인 영원무역 방글라데시 공장을 점검하고 막 귀국한 성기학 섬산련 회장을 지난 24일 성남 사옥 집무실에서 본지 조영일 발행인이 잠깐 만나 신년 대담을 가졌다.


-먼저 2014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 소회는….
“그야말로 질풍노도 속에 보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세월호 같은 경천동지할 사건이 있었고 경기도 많이 안 좋아 우리 업계가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슬기롭게 극복하신 섬유ㆍ패션기업인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새해에는 좀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섬유ㆍ패션업계의 수장인 섬산련 회장에 취임하신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업무파악은 끝나셨는지요.
“여러가지 부족한 제가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동안 계략적이나마 업무파악은 했습니다. 섬산련에는 예상외로 인적자원이 좋더군요. 새해부터는 여러 가지 업무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봅니다. 문제는 섬산련이 잘 되는 것보다 우리 섬유ㆍ패션업계가 잘 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업무의 포커스를 업계 발전을 위한 중장기 발전 전략과 선도단체의 역할에 충실해야 된다고 봅니다.”

-회사업무로 1년이면 2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머무는 격무 속에 일 많은 섬산련 회장을 맡아 과로하시는 것 아닙니까.…(웃음)
“아니에요. 물론 평소 제 업무 스케줄에 리듬이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매일 출근 하는 것도 아니어서 크게 무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취임 초기에는 한 주에 몇 차례 나가 업무를 챙기고 각종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많았지요. 또 서울뿐 아니라 스트림 간, 지역 간 협력체제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에도 가봤습니다. 대구에 2회, 경기도와 부산, 전북 지역을 돌아보면서 지역 섬유업계의 목소리를 많이들은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경영에 큰 지장이 없는 한 회사 업무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섬산련 회장 직무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역 섬유ㆍ패션업계를 투어하시면서 스트림 간, 지역 간 갈등을 느끼셨을 텐데요.
“업종과 지역 간 이해관계에 따라 상반된 견해가 있었어요. 하나의 예증으로 최근에는 부산 신발업계와 대구직물업계 간의 동반성장 방안을 부산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산 신발소재 업체들이 강하게 어필하더군요. 정부의 섬유ㆍ패션정책에서 다소 소외된 지역에서는 섬산련의 역할을 더욱 강하게 요청하는 등 섬산련이 기대하는 요구가 너무 많더군요.…(웃음) 그 동안은 내 업종에 치중해 생각하고 판단한 것과는 달리 섬유ㆍ패션산업 전반을 점검해본 결과 단체 간, 스트림 간, 지역 간의 입장차가 있고 요구하는 사항과 갈등국면이 의외로 많다는 점을 느꼈어요.”

-본질문제로 들어가 국내 섬유ㆍ패션업계 상황이 심각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섬유ㆍ패션업체의 首長으로서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방금 말씀드리다시피 지금까지는 우리 회사와 직결된 상황만 파악하고 있었으나 전체를 들여다보니 매우 심각한 사실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면방, 화섬업계가 매우 어렵고 대표적인 섬유산지인 대구ㆍ경북지역 설비의 절반이 세워져 있어 연쇄적으로 염색가공업계도 일감이 부족해 50% 남짓 가동하고 있다는 거에요. 경기북부도 오더가 줄었고 과거 메리야스 메카였던 전북지역도 많이 어렵더군요. 우리 섬유ㆍ패션업계가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다시 한 단계 도약해야 할 텐데 쉽게 답이 안 나와 고민입니다.”

-우리 섬유ㆍ패션업계가 이같이 어려워진 것은 단순히 경기 탓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전근대적인 천수답 경영이 가장 큰 원인이어서 과감한 구조혁명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우리 업계가 근본적으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죠. 국내 생산으로는 값싸고 품질 좋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우리의 구조로는 시장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시대에 해외진출은 필연적인 논리이지만 국내 남아있는 기업의 경쟁력 배양방안을 어떻게 시급히 강구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녹록치만은 못한 것이 우리 현실이에요.”

-구조혁신이나 개혁의 전체조건은 업계 스스로의 자구노력입니다만 체질강화를 위한 정부의 통 큰 지원이 병행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물론이죠. 기업의 생존전략은 기업 스스로가 해결할 문제지요. 과거처럼 정부 특혜나 요청하고 손 벌리던 시대는 지났어요. 그러나 산업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원해야할 요소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섬유사업장에는 돈보다 더 급한 것이 사람문제입니다. 노동의 국수주의를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산 현장에 국내 인력이 오기만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지만 떡 쪄놓고 빌어도 생산현장에 내국인근로자가 안 옵니다. 결국 50대 60대 어른이 마지못해 근무하지만 생산성이나 품질을 보장 받을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런 것부터 풀어줘야 할 겁니다.”

-외국인근로자 도입확대 말씀입니까?
“그래요 다른 나라들처럼 외국인근로자 취업을 대폭 개방하거나 완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산업연수생제도를 활용해 좋은 인력을 국내 생산현장에서 좀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해주면 그만큼 인력난으로 인한 어려움이 해소 될 테니까요. 최근 청와대 회의에서 외국인근로자 도입쿼터제를 확대해야겠다는 보도를 봤는데 만시지탄입니다. 언필칭 국내 실업자가 많은데 외국인에게 일자를 뺏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내국인이 안 오니까 불가피한 차선책으로 필요한 것이죠.”

-구조혁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노후설비로는 더 이상 품질과 생산성을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 국내 섬유산업의 현주소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설비투자를 위한 초저금리 장기융자 같은 것도 필요한 것 아닙니까.
“저는 첨단설비 투자를 위한 금융지원이 구조혁신의 핵심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물론 자동화 첨단설비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자는데 반대할 리 있습니까만 시장을 보고 투자를 촉진해야하죠. 솔직히 지금과 같은 시장상황에서 금융권이 돈을 준다고 해도 선뜻 투자할 기업인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자신감이 없는 거죠. 오히려 지금은 기존 설비를 최대한 보강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강화할 필요는 있지요.

-구조혁신의 당위성은 절실하지만 그만큼 쉽지 않다는 말씀입니까.
“물론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으면 최대한 속도를 내야겠지요. 첨단설비 투자가 시급하지만 현실적으로 거액을 들여 투자하는 기업이 얼마나 있겠느냐 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현재도 설비과잉 논란이 있는 상황임을 잘 고려해야 할 겁니다. 여기에 신기술 개발이나 인력양성 패션디자인 개발에도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입니다.”

-섬산련 운영의 포커스도 거기에 맞추실 겁니까.
 “앞에서 말씀드리다시피 스트림 간, 단체 간 이해관계가 생각보다 깊어요. 앞으로 2~3개월 더 파악하고 고려해서 대안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원칙은 섬산련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섬유ㆍ패션산업 발전을 위한 단체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전제에서 업계에 대한 여러 서비스를 강화해야 합니다. 또 섬산련이 임대 수익에만 의존해 안일하게 과다 낭비하는 것이 있다면 이런 것도 개선해야 합니다. 내 개인 돈을 쓰는 것은 얼마든지 내 맘대로 쓰지만 공익성을 갖고 있는 섬산련은 절제해야 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모든 업종별 단체의 선도적 기능을 섬산련이 제대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화제를 바꾸겠습니다. 지난 2014년 섬유ㆍ패션경기는 안팎으로 어려웠습니다. 영원무역은 계속해서 난공불락 영업이익 1위 기업을 고수해 독보적 기업이지만 대다수 기업들이 어려웠습니다.
“불황에 장사 없다고 영원무역이라고 좋았겠습니까?(웃음) 그렇지만 어려울 때 일수록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극복책을 강구해야겠지요. 수출도 어려웠지만 내수패션은 더욱 고통스러웠습니다. 불황에 세월호 여파로 얼어붙은 데다 아웃도어는 과잉공급으로 투매경쟁이 심해 외형보다 내용이 많이 안 좋았을 겁니다.”

-새해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크게 좋을 리가 없지요. 수출은 미국 시장만이 호전될 뿐입니다. 언론의 표현대로 지난 3분기에 미국 경기가 누구도 예상 못한 폭풍 성장을 기록했으니까요. 실제 저희 영원무역의 오더 상황을 봐도 미국은 많이 늘었어요. 그렇지만 반대로 유럽시장은 엄동설한입니다. 가장 큰 독일과 프랑스의 경기가 좋지 않고 재고도 많아요. 유럽시장이 너무 안 좋습니다.

또 내수패션 경기도 크게 호전될 요소는 없습니다. 지난해보다는 호전될 것으로 전망을 합니다만 저가투매 경향이 심해 내용은 별로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봐요. 아웃도어 분야는 각기 사정이 있겠지만 너무 과열현상이 지속돼 좀 더 절제 있고 정직한 기업문화가 정착했으면 합니다.

-끝으로 새해를 맞아 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인사가 있다면.
“섬유ㆍ패션업계뿐 아니라 모든 산업이 다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우리가 언제라고 어렵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까? 섬유ㆍ패션업계의 저력과 내공은 극복 못할 불황도 없다고 봅니다. 업계 모두가 새해에도 강한 신념을 공유하며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전력투구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2015년에 섬유ㆍ패션인 모두가 화합과 단결을 바탕으로 희망과 도전의 한 해가 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귀한시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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