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어렵다 말할 때, 기회 찾아 도전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


비즈니스는 보병의 야전이다. 야전은 순간순간 상황이 변하는 전장이다. 그 급박함에서 살아나려면 순간순간 판단하고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때문에 경영인은 항상 남들보다 앞서서 생각해야 하고, 사회 기저에 흐르는 조짐을 먼저 읽고 이론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민하게 기업의 방향을 선택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업가의 감각이고 통찰이다.
이와 같은 동물적인 경영감각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업계 경영인 가운데 한 명이 바로 패션그룹형지(이하 형지) 최병오 회장이다. 그는 장기화된 경기 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패션업계가 시장확대에 소극적인 가운데서도 공격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우성I&C, 에리트베이직, 에모다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통해 종합패션기업으로 올라섰고, 바우하우스를 통해 패션유통까지 업역을 확대하고 있다.

본지는 2015년 신년 특집호를 맞아 이와 같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2조원 패션그룹형지의 미래 청사진을 살펴보고, 불황과 소비위축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는 내수 패션산업의 진단과 돌파구에 대한 의견도 함께 들어봤다.  
 

- 효율경영으로 1200억 차입금 상환
- 부산·경남 유통사업으로 新성장동력
- 2020비전선포식서 3조 로드맵 공개
- 대통령 순방 동행해 해외진출 다짐
- 가성비 높이고 창조·융합 나서야
- 종합패션&라이프스타일기업 목표

 

-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형지에 딱 어울리는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두가 성장이 어렵다고 단정할 때 공격적인 경영으로 시장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경영과 투자에 대한 철학과 원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기업인이나 경제 전문가들은 저성장이 상시화 되었다고 하며, 이제 일상화된 위기 상황에서 기회를 찾는 경영자의 눈과 실행력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었습니다. 위험 요소는 분명 있지만 남들이 다 어렵다고 말할 때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는 것이 바로 도전적 기업가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하기 힘들기에, 기업가는 기업의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또 시대가 우리 기업인들에게 원하는 것이 아닐까도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에는 분명 기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몇 년간 브랜드 인수를 추진하면서 첫째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지 않은 것을 찾았고, 둘째 성장성이 있는 기업이나 브랜드는 과감하게 선택하였으며, 셋째 내실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 2012년부터 ‘내부역량 강화’ 전략에서 벗어나 ‘외부 M&A를 통한 볼륨성장’으로 변화했습니다. 이를 두고 외부에서는 ‘제 2의 창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평가에 동의 하시는지요? 그리고 경영인의 입장에서 2012년 전과 후 형지의 변화와 차이를 설명해주십시오.
“제2의 창업이라고 말씀하셨듯이 저희 형지는 미래의 지속성장을 위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였다고 자평합니다. 형지가 그동안 불황을 이기면서 지속 성장해올 수 있던 원동력은 결국 훌륭한 인재들이 들어와 이들이 역량을 발휘해준 탓입니다. 저는 제2의 도약에 걸맞는 인재와 사내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하여 새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여 차별성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비단 사내 임직원 뿐만 아니라, 전국 1900여개 매장까지 대상으로 하여 회사의 가치를 공유하고, 또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해줄 수 있는데 힘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 본지는 지난 12월 1일자 보도에 형지의 2014년 영업이익이 500억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단순 흑자전환을 넘어 불황과 세월호 악재에도 불구하고 거둔 성과입니다. 비결이 무엇입니까?
“M&A를 통하여 종합패션유통기업으로 성장하고, 바우하우스를 필두로 한 유통사업이나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화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존 브랜드 사업은 효율 경영으로 추구하여 내실을 기하였습니다. 즉 수익성을 제고하여 2014년에는 규모의 성장 보다는 내실화에 주력했던 것이지요. 올해 내실경영을 최우선시해 현금 수지 개선 목표로 한 ‘다 캐시(Da-Csah)’ 경영혁신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이 운동의 핵심 골자는 ▲재고 현금화 ▲생산구매 원가절감 ▲전사 비용절감 ▲비효율 직영점 정리 ▲자산 효율 증대입니다. 또 2014년 추동시즌에는 생산량을 줄이고 재고 처분에 주력하였으며, 무엇보다 올해 차입금만 1200억원 가량 상환해 재무건전성을 대폭 높였습니다.” 

 

- 중국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걸로 압니다. 현재 형지의 중국 진출 진행상황과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형지는 올해 중국 시장 진출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지난 3월 아시아 최대 규모 시크(CHIC) 패션박람회에 참가하여, 현지 바이어 상담을 통해 남성복 브랜드 본을 중국 소주 태화백화점에 입점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후 상해 신세계, 대환 백화점, 소주 지우광 백화점, 장자강 백화점 등 중국에 본 및 ‘예작’ 매장 9개 오픈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샤트렌’은 지난 2013년 하반기 대만 콜린스사와 협약을 맺고, 3개 매장을 오픈한 바 있습니다. 이 가운데 1개 매장은 ‘와일드로즈’ 복합매장입니다. 남성복 ‘본지플로어’도 대만 타이페이 미즈코시백화점에 입점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매장 개설에 의의를 두었다면, 내년에는 좀 더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합니다. 또한 인천 송도에 건립 예정인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는  R&D를 강화하여  중국 등 글로벌 형지로 도약하는 모멘텀을 마련할 것입니다.” 

 

- 고향인 부산·경남 지역 투자에 적극 나서고 계십니다. 현재 부산지역 사업 현황과 향후 전개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요?
“부산·경남 지역의 유통 사업을 통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는 한편, 지역에는 고용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지난 6월 바우하우스 부산점 기공식에서 부산 경남 지역을 거점으로 유통 비즈니스 강화하고, 이 지역 경제와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하구 지역은 부산 지역내에서 개발이 필요한 지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바우하우스가 완공되면 사하구내 최대 복합쇼핑몰이 될 것이며, 패션, F&B, 영화관, 스포츠 시설, 업무시설 등으로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또한 올해 초에 오픈한 부산 괴정동 소재 패션그룹형지 부산타운은 회사의 부산지사를 비롯해, 지역민들을 위한 편의 문화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아울러 양산 물류정보·R&D센터는 대규모의 최첨단 물류단지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민들을 위한 패션라운지를 비롯한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최근 이탈리아 여성복 브랜드 ‘스테파넬’의 라이선스 사업권을 인수했고, 내년에는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까스텔바쟉’의 론칭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에 선택한 배경과 기대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이 두 개 브랜드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명품 브랜드입니다. 그렇다고 형지의 상징인 대중적인 국민복을 등한시 하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들 명품 브랜드들이 기존 브랜드의 노하우와 시너지를 내는데 충분하다고 판단했으며, 또 형지 그룹의 고객층을 더 넓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안정화시키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까스텔바쟉은 30대의 젊은 골프웨어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개성과 창의성 넘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시킬 것입니다. 그래서 디자이너 출신 여성 디렉터를 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하여, 디자인 중심의 사업 전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라인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또한 니트에 강점이 있는 스테파넬은 우리 회사의 강점인 우븐 중심의 여성복들과 협업을 이루어 낸다면 글로벌 여성복 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수차례 동행하셨습니다. 아마 단체장을 제외한 일반 기업인으로는 최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 통해 거둔 성과와 개인적으로 얻은 바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2013년부터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반드시 진출하겠다는 다짐으로, 정상순방 경제사절단에 참가하여 지난 10월 이탈리아 경제사절단까지 총 10차례 참가하였습니다. 우리 중견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면서도 외국에서 낮은 인지도와 진입장벽으로 인해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사절단으로 방문시 상대국에서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실감하였습니다. 스위스 순방시에는 와일드로즈 아시아 상표권을 좋은 조건에 인수했고, 이탈리아 브랜드 스테파넬 라이선스 인수와 중국시장 남성복 진출 등 성과를 거뒀습니다. 미국 LA의류한인협회와 MOU를 체결했는가 하면, 중앙아시아 순방 때는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원료와 노동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경제사절단 활동에서 각국의 친화적인 경제인들을 보며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과 함께 한국 경제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게 됐습니다. 또한 우리 회사나, 우리 업계가 글로벌 진출을 해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형지는 2013년 1조원 매출을 넘어서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는 3조원 달성을 목표로 공언했습니다. 구체적인 3조원 로드맵이 궁금합니다.
“형지는 전사적으로 2020 비전 선포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단기 계획 보다 더 중기적 미래 청사진 마련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2020까지의 로드맵을 세우고 해마다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물론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겠지만, 큰 그림을 중시하겠다는 말입니다. 비전 선포식 이후에 구체적 로드맵을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 국내 섬유·패션업계는 불황과 한-중 FTA 등 내우외환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최 회장님께서 생각하는 위기의 대한민국 섬유?패션 산업의 돌파구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업계의 리더로서 조언하신다면요?
“어려울 수록 가성비 높은 상품이 고객의 선택을 받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치에 의해 승부가 결정된다고 봅니다. 우리 회사는 글로벌 SPA가 강세인 가운데, 오는 4월 40~60대 중·장년층 여성을 겨냥한 초저가 의류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품목당 수십만장에서 100만장 안팎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제조원가를 낮춘다는 구상입니다. SPA가 국내에서 잘 되곤 있지만 40~60대 여성들의 패션은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기에 여기에 집중할 것입니다. 
아울러 창조와 융합의 시대입니다. 기존 질서에 머물러 낙담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퇴보만 있을 것입니다. 기존의 핵심역량에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융합이 앞서가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글로벌 패션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마케팅력 뿐만 아니라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의류 제조력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 최 회장님께서 전망하는 2015년 섬유·패션업계는? 그리고 2015년 형지의 큰 계획과 목표를 밝혀주십시오.
“시장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이 더해지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가치 제공에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융합형 라이프스타일 숍이 주목받을 것이고, 해외 직구와 역직구의 부상, 그리고 유통업체들의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에 혈안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에 따라 형지는 기존 사업 패션, 유통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라면 적극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로써 패션, 유통, F&B 등을 종합하여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행복을 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종합패션&라이프스타일기업으로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형지에 한층 다가서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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