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 원단업체 (주)SCENIC 장신익 대표

관세혜택-결제방식 등 업고 對中 수출 확대 기대
제품 퀄리티 자신감 “이제 상하이에 둥지틀어야죠” 
 

한-중 FTA가 지난달 10일 타결된 가운데,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온 섬유업계 강소기업이 있다.
서울 충신동에 있는 원단업체 (주)SCENIC(대표 장신익. 53)이다.

이 회사는 여성복 정장스타일 원단을 제조해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알짜 기업이다.
지난해 순수 자사 제품으로만 20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중개무역까지 포함하면 매출 규모는 10배를 웃돈다.(장 대표는 매출 규모를 밝히면서도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구 꺼렸다.)

장신익 대표는 한-중 FTA 타결이 예고된 지난달 10일 이른 아침부터 언론을 통해 타결 공식발표를 시시각각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가 한-중 FTA를 환영하는 것은 ‘제품경쟁력’과 ‘결제시스템’ 두 가지 이유에서다.
(주)SCENIC은 100% 메이드인 코리아 원단을 취급하고 있는데 장 대표 자신이 모두 디자인한 것으로 한-중 FTA 발효 이후 13% 관세철폐의 혜택을 보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L/C 등 외상거래 없이 현금결제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중국인들의 속칭 ‘3-3-3-1 결제방식’(선결제, 받고, 쓰고, 떼먹기)으로 클레임을 걸어오거나 돈은 떼인 경우가 허다해 속앓이했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을 토로했다.

장 대표는 SCENIC은 이제는 이에 대응할 필요ㆍ충분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FTA가 체결된 이상 이젠 70%는 도태되고 30%만 살아남을 겁니다. 원단도 공급과잉 시대에 도래했습니다. 동대문 시장의 경우 모르긴 해도 올해 기준 50% 이상이 중국 원단입니다. 소비자 트렌드에 맞는 웨어러블 가치만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됩니다”

자신의 (주)SCENIC은 30% 안에 포함된다는 얘기다.
말을 아끼던 장 사장은 은연중 속내를 털어놓았다.
“우리(섬유업계) 마인드는 하드웨어(공장) 밸류만 중요시 할 뿐 소프트웨어(품질)은 소홀해왔던 경향이 있어요”

그에 따르면 상당수 섬유업계 CEO들은 공장규모나 시설을 과시하면서도 하이 퀄리티 제품 개발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보니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중국에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섬유업계가 잘 나갔을 때 2선에 있는 사람들이 돈을 벌었죠. 무슨 말이냐 하면 1선에 있는 개척자들이 시행착오와 개발비를 투입해 뭔가 하나 개발해 놓으면, 2선에서 그걸 바로 베낀 뒤 팔아버리는 겁니다.”

때문에 나 자신 또한 세상에 자꾸 드러내고 싶지 않는 겁니다.
그는 바이어들에게 샘플을 보내고 이를 토대로 직거래를 하면서 조용히 실속을 챙기는 것이 훨씬 좋다며 아직도 숨어서 산다고 했다.

실제로 동대문 일대 회사 주변지역이나 관련업체들에 대해 물어보자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원단 개발에만 20년을 쏟아 부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자신의 방엔 100년 역사를 지닌 각종 이탈리아 디자인 자료집으로 빼곡이 차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아이디어를 짜내며 연구ㆍ개발한 뒤 대구, 포천, 의정부 등 30여 곳에 제품 생산을 의뢰한다.

장 대표는 또 동대문시장엔 이른바 ‘안테나 숍’을 두고 시장 동향, 트렌드, 바이어 마음을 파악하는데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귀뜸한다.
듣고보니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이 회사의 구성원은 사장 포함해서 6명이다.
경리, 샘플 제작 등 장 대표 보조 역할을 한다. 세일즈와 영업은 자신이 직접 뛴다.
그는 중국 전시회 때마다 빠짐없이 참여해 자사 부스를 구성해 현장에서 바이어들을 밀착 공략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 베이징, 7월 선전, 9월 상하이 전시회에 참가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중국 바이어들이 많이 달라져 패션에 눈을 떴다는 것.
수년전만 해도 패션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무조건 비싸다고 푸념했는데 이제는 이탈리아 제품 가격대와 비슷한 마당 15~20달러에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중 FTA가 타결됐으니, 상하이로 본거지를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LG 상사에서 근무하다 1988년 혈혈단신 지금 회사가 있는 이곳에서 창업했다.
2000년 서울 청담동에서 옷가게를 하다가 쓴맛을 보고 원단장사로 복귀했다.

중국전시회에서는 현지 바이어들의 계약의사를 믿고 있다가 귀국 후 물거품으로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후 절치부심 노력 끝에 오늘날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현재 ‘고기능’ 자카드, 디지털프린트, 마직물, 도비원단으로 자라, 망고, 바나나리퍼블릭 등 글로벌 벤더들과 거래하고 있다.

그는 섬유ㆍ패션업계 젊은이들에도 일침도 가했다.
“요즘 사람들은 프로 근성이 없고 쉬운 일만 찾다보니 갈수록 전문가가 부족해요” 이러다간 중국에 다 뺏길 판예요”

지난달 23일엔 광저우 최대 거상 A사의 초대로 현지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장 대표는 “A사가 SCENIC의 소재를 활용한 제품으로 패션쇼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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