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조’ 저임금·장시간 근로 등 열악한 환경 성토

- 인턴 20만원에 야근 비일비재… 노동부 진정 계획 

 

곪을 대로 곪은 패션업계의 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지난달 17일 2015 S/S 서울패션위크가 열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 가면과 선글라스를 쓴 한 무리의 청년들이 ‘당신은 공짜가 아니다(You are not free)’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패션업계의 저임금·장시간 근로 등 열악한 근무환경을 성토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이들은 ‘패션노조’라는 네이버 카페(cafe.naver.com/rightfashion)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고, TV와 신문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유명 디자이너의 실명이 거론되는 등 부조리한 업계 실태를 알렸다.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중의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핵심 쟁점은 최저임금에 턱없이 모자란 임금과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근무, 고용과정에서의 부당한 차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패션노조 측은 A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해당 브랜드의 수습 직원 월급은 10만원이며 인턴 직원의 월급 역시 30만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정직원 전환 후 급여를 120만원으로 인상했으나 초과 야근 근무가 비일비재해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인 5580원에 못 미치는 3000원 정도의 금액을 받는 셈이라는 것.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불합리한 채용 조건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당연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패션노조 측은 주장했다. 피팅모델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55사이즈의 체형을 지원 조건으로 내세우는 가하면, 서울 강남 지역 거주자를 선발 원칙으로 하는 등 능력 밖의 조건으로 채용이 결정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패션노조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근로계약서 미작성, 부당임금, 몸매 차별, 수당 미지급이라는 4대악을 철폐할 것을 요구한다’는 ‘전쟁선언문’을 공개했다. 이들은 향후 사례 수집을 통해 노동부와 여성부 등을 통해 진정을 넣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7일 기준 3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패션 노조의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추천해 그들의 손을 들어줬다. 좁디좁은 패션업계에서 실명 계정으로 ‘좋아요’를 누르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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