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영숙 영우 T&F LEAD 대표이사

영우 T&F LEAD 이영숙 대표

섬유는 패션과는 다르다. 섬유는 창작의 영역인 패션에 차용된 소재라는 의미가 우선되며,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오랫동안 여겨져 왔다. 그러나 여기, 섬유에 패션 못지 않은 영혼과 꿈틀대는 창의력을 불어넣은 이가 있다.
스스로 소재 트렌드 쇼케이스를 열고, 디자이너에게 앞서 트렌드를 제안하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이. 바로 젊은 기업 영우 T&F LEAD(이하 영우)의 대장, 이영숙(51) 대표이다.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섬유는 디자인보다 섬세하며 트렌드보다 감각적이다. 그 자체로 굳건히 버티고 선 하나의 집합체다. ‘만든다’가 아닌 ‘짓다’는 동사가 그에게 더 어울리는 이유다.


 
■ 섬유회사가 쇼케이스? 영우만의 문화는 ing

- 먼저 쇼케이스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매출을 위한 전시회 참가나 수주회 개최가 마케팅 활동의 전부인 소재업계에 신선한 충격이다.
“지난달 초 인덕원 본사에서 2016 S/S 트렌드 쇼케이스를 진행했는데, 이번이 네 번째다. 우리는 영업을 위한 영업은 하고 싶지 않았다. 영우만의 개성과 색을 담은 소재를 통해 전반적인 트렌드를 제시하고 고객사와 제품 기획 단계부터 교감을 나눔으로써 맞춤형 기획 소재개발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쇼케이스를 시작했다.”  

-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쇼케이스는 영우를 상징하는 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다. 한 두 번 잘한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앞으로도 꾸준히 쇼케이스를 진행하면서 작게는 영우, 크게는 우리나라의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감각을 소재를 통해 전달하고 싶다. 오래 계획해온 바이고, 주변에서도 이런 의도를 이해하시고 많은 분들이 기꺼이 도움을 주셨다.”

- 이번 쇼케이스는 ‘Dawning - 새로운 시대를 덧입다’라는 타이틀로 진행됐다. 함의가 궁금하다.
“새로운 출발이라고 할수 있다. 새로운걸 덧입기도 하고 온전히 새롭게 태어나기도 하고… 관습·습관처럼 답습되어온 잘못된 것은 단절하고, 새롭고 긍정적인 변화를 통해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런 맥락에서 한라산·백두산·강원도 등 전국에서 떠오르는 해를 영상을 쇼케이스에서 선보여 메시지를 전달했다.”

- 명함에 있는 직위가 ‘대표이사’가 아니라 ‘대장’으로 찍혀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직위체계는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라 들었다. 그래서 우리말을 사용해 바꿔봤다. 궁궐제도라 호칭이 다르기는 하지만 회사조직에 적용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말은 세계의 어떤 언어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표현력이 풍부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서양과 일본의 단어를 깊이 생각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 소재에도 각각의 색감과 질감에 맞춰 우리말 이름을 붙인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말은참 아름답다. 색깔 하나도 ‘어둡다’ ‘어두침침하다’ ‘어슴프레하다’ 등 열단계 이상 분류가 가능해 온전히 전달할 수 있지만, 영어는 ‘라이트’ ‘미들’ ‘딥’ 세단계가 고작이다. 세미나를 할 때도 패션 용어들을 우리말로 바꿔서 사용해보기도 했다. 디자이너들에게 전달이 잘 안됐지만, 차후 영우가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르면 전부 우리말로 바꿀 생각이다.”

- 쇼케이스와 한글사용, 이쯤되면 영우만의 문화라 불러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영우는 독창적인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매주 월요일에는 전 직원이 아침식사를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다양한 문화활동과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직원들 모두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웃음)”

- 이러한 영우를 만드는 데 핵심역할을 한 부서가 바로 전략기획실일 것같은데. 
“전략기획실없이 회사의 일관된 계획과 비전, 메시지를 만들 수가 없다. 향후 10년 20년 30년 후의 영우의 모습, 그리고 섬유업계에서 영우가 해야할 역할, 대한민국에 어떻게 기여해야할 것인가까지 회사와 관련된 모든 스텐스를 그리는 역할을 한다. 비서는 없어도 전략기획실은 있어야 한다.(웃음)”


■ 끊임없는 투자·투명거래 고집, 영우의 상징

- 1990년 설립이래 영우는 24년간 교직물 분야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 비결은 누가 뭐래도 끊임없는 소재개발일 것이다. R&D연구소를 설립하고 매년 10억원이상 개발에 재투자하는 걸로 아는데, 리스크에 대한 부담은 없는가.
“소재개발은 영우의 모토이자 존재 이유다. 소재는 기획이 패션보다 1년 이상 앞서기 때문에 당연히 리스크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업계를 리딩하는 입장에서는 우리가 만들면 기준이 되기 때문에 훨씬 편하다. 그리고 계획을 세워 소재를 만들어도 느낌이 예상과 다르게 나올 수도 있고, 그 것이 히트작품이 될 수도 있다. 원사가 됐든 원단이 됐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행복하다. 또한 대중의 취향과 심리가 움직이는 흐름의 연장선에 맞춰 기획을 하면 리스크도 낮출 수 있다.”

- 수익과 무관하게 디자이너들의 소량의 소재 의뢰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익을 생각하면 할수없다. 하지만 종자씨 없이 열매 맺어지나? 어차피 개발은 해야하고 그렇게 함께 개발한 소재가 좋은 씨앗이 돼서 대량 생산의 기틀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추상적인 개념을 갖고 소재를 만드는 것보다 마음을 다해서 구체적인 디자이너의 의도와 목적을 생각해서 만들면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이제는 대량상산 기반의 기성복 마인드로는 어렵다. 오뜨꾸띄르 시대가 다시 오고 있는 만큼 기회로 생각한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 요즘도 메모리 소재하면 영우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다. 부담스럽지 않나.
“메모리는 누가 뭐래도 영우의 상징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재를 만들지만 단편적인 경우 지속가능한 장기적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하지만 원천기술을 갖고 다양한 파생 아이템들을 생산할 수 있다면 더욱 안정적으로 진일보한 결과물들을 만들 수 있다.”

- 100% 전수검단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품질과 고객만족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다. 전수검단은 2004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다. 우리는 전문직인 동시에 서비스업이라고 직원들에게 십년째 교육하고 있다. 바이어에게 제품의 품질로 서비스를 완벽히 해야한다. 지금까지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주고 있는 영우 마니아들이 내가 영업을 열심히 뛰어서 생긴 게 아니다. 품질이다.”  

- 소재의 품질뿐만 아니라 투명한 윤리경영으로도 업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영우는 24년동안 비리·뒷돈 얘기가 나온 적이 없다. 영업팀에도 접대, 리베이트 등의 편법은 절대 하지 못하도록 엄금하고 있다. 사업 초창기 내로라하는 패션기업에서도 좋은 조건으로 거래를 제안했지만 ‘그쪽 회사를 위해서라면 내가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당신 개인 주머니에는 단돈 1원도 채워줄 수 없다’고 단호히 거절했었다. 당사자는 참 황당했을 게다. 남들은 밀어달라고 난린데, 밀어준다고 해도 싫다니 말이다.(웃음) 종합시장에서도 우리가 처음 모든 거래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눈총을 받았지만, 지금은 많은 업체들이 동참하고 있다. 우리의 시도가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있겠는가.”

- 지나고 봤을 때는 정답이지만, 당시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물론이다. 엄청난 손해와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입바른 소리 안하고 타협하고 물흐르듯 왔으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맛봤을 것이다.(웃음) 그래도 당시 실무를 담당하셨던 분들이 지금은 경영인이나 임원이 되셔서 영우에 대한 진심을 알아주시니 얼마나 보람이 있는지 모른다.”

영우 T&F LEAD를 함께 이끌고 있는 전재성(좌) 공동대표와 이영숙 대표


■ 10년후 영우? 기대하는 만큼 성장하겠죠

- 국내 못지않게 해외에서도 영우 소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해외 진출 현황은 어떤가.
“중국, 유럽 등 10여개국에서 MOU를 체결해 원단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로컬이든 컨버터든 영우 소재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 현재는 이탈리아 플라토(Prato) 쪽에 공장을 괜찮게 하는 회사 중에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 10년 후 영우의 모습이 궁금하다.
“10년 후 우리가 어떤 모습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주변사람들이 현재의 영우를 통해 미래의 영우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기대를 가지면 우리도 그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10년 후 영우는 어떤 모습일 것같은가? 우리가 더 궁금하다.”

- 현재의 경영 마인드를 고스란히 유지 발전시킨다면 10년뒤에는 차별화된 소재와 완성도 높은 기술로 더욱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제품뿐 아니라 건전한 윤리경영으로 업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존경받는 리딩 기업으로 우뚝 설 것으로 기대한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영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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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 T&F LEAD는 어떤 길을 걸어왔나

1990
영우직물(직영매장)설립
CI 제정

1992
본사설립
이영숙 대표이사 취임

2004
청강문화산업대 산학협동 협조 위촉
교직물 전수 검단 제도 실시

2005~2006
(주)오브제 주관 우수협력업체 선정
제40회 납세자의 날 ‘우수납세자’ 선정
본사 확장이전(영등포구)

2007~2009
대구지사 및 대구R&D연구소 설립
순수 우리말 컬러코드 개발 및 시행
컴퓨터DB 자동화 시스템 완성

2012
본사 확장이전(안양)
CI리뉴얼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해외확장 진출

2013
트렌드 쇼케이스 개최
전재성 공동 대표이사 취임
섬유R&D 기술연구소 설립
컨설팅 전문 디자이너, 상무이사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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