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이 1000개 업체 챙기려니 쉴 틈 없죠”

류종우 부회장 여직원 2명과 전천후 구슬땀
지원예산 없어 살림도 빠듯 “봉사로 뛰어요”
‘양포동’에 K패션디자인빌리지 조성 기대감

류종우 부회장
경기도 양주시 산북동에 있는 경기섬유산업연합회(회장 정명효).
사무실 한 편에 경기섬산련 조직도가 붙어있고, 테이블 뒤쪽에 각종 서류와 관련 서적들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별도의 임원실은 없고 업무 테이블과 응접탁자가 비치된 확 트인 사무실에 직원 3명이 통화를 하거나 컴퓨터와 프린터기를 오가며 업무에 열중이다.

지난주 월요일 기자가 경기섬산련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류종우 상근 부회장은 담당 주임 옆에서 문서를 손으로 짚어가며 뭔가를 대조하고 있는 듯 보였다.

기자를 보자 잠깐 양해를 구하고, 하던 일을 마저 지시하고 자리에 앉는다.
이윽고 여직원이 종이컵에 커피를 내왔다.

류 부회장은 미소를 띠며 맞은편 자리에 앉더니 “11월 7일 ‘경기도 섬유인의날’ 수상업체 관련 내용을 점검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한눈에도 사무실이 바삐 돌아가고 있는 풍경이다.
류 부회장은 말 그대로 팔을 걷어붙인 모습 그대로다.

그는 “요즘 각종 행사를 챙기다 보니 꽤 부산하다”는 말로 담소를 시작했다.
대화중에도 업무와 관련된 전화가 자꾸만 걸려왔다.

오전에 정명효 회장이 주례회의 겸 미팅을 마치고 사무실을 떠난 뒤, 당일 계획된 작업을 처리하고 있었다.

상근 직원 이래봐야 3명이다보니 류 부회장을 포함해 너나 할 것 없이 멀티플레이어다.
때로는 부회장 자신이 직접 워드 문서를 작성하기도 한다고 귀뜸한다.

그는 “부임한지가(지난 7월)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냐”고 반문했다.
류종우 부회장이 경기섬산련에 합류하자 각종 현안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맞았다.
각종 전시회, 설명회, 회원확보마케팅, 취업교육 등.

그는 무엇보다 업체간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워크숍, 세미나에 대한 구상도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계속 진행해오던 행사는 좀 더 알맹이 있게 추진하려다 보니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특히 對유관기관ㆍ업체 네트워크 확충 문제는 미룰 수 없는 현안이라고 강조한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도 코앞에 닥친 ‘경기섬유인의날’ 행사를 차질 없이 치르기 위해 점검하고 있었다.
또한 지난주 의정부에서 개최한 훈련교육생모집 박람회 때 접수된 교육생들을 양주섬유센터(섬유ㆍ염색)와 동두천 두드림센터(봉제)에서 교육하기 위한 준비 작업도 진행중이었다.

경기섬산련에 따르면 경기도엔 현재 남부와 북부에 3500여개씩, 모두 7000여개의 섬유업체가 있다.
이중 경기섬산련 회원사는 1000개 가량이다.

영세기업들이 많은데다 회비로만 운영하다보니 섬산련 살림이 빠듯하다.
중앙ㆍ지방 정부의 지원이 전혀 없어 순전히 자력갱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내년에는 2억 5000만~3억 원 가량이 조성될 예정이어서 숨통이 트이게 생겼다고 안도한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K패션디자인빌리지(가칭) 조성에 대한 진도가 궁금했다.

K패션디자인빌리지 조성은 한국의 밀라노를 꿈꾸며 경기도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섬유산업 클로스터 프로젝트로 남경필 도지사의 선거 공약이기도 하다.

“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라 정보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아직 태동움직임만 보이고 있을 뿐 구체적 액션은 없는 상태”라고 전한다.

류 부회장의 K패션디자인빌리지 조성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그는 다이텍연구원, 봉제기술연구원 등 출범 때 직접 프레임을 짜고 선봉에 선 경험이 있어 이를 토대로 이미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놓은 듯 보였다.

이 건에 대해선 좀 더 길게 얘기했다.
그는 “빌리지는 무엇보다 범디자인으로 포괄해 시너지를 극대화 시키는 것 쪽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산업간 융합으로 멀티디자인 콤플렉스의 형태를 띤 빌리지를 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명칭도 ‘패션’을 빼고 K디자인빌리지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패션에 국한하지 않고 액세서리, 가구, 실버, 문화 관광으로 잘 짜여진 토털 빌리지 형태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머드급 빌리지 조성에 양-포-동(양주ㆍ포천ㆍ동두천) 후보지의 면적이 넓은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외부인들이 이곳에 와서 패션을 시작으로 먹거리, 체험 등 문화 관광 니즈를 한꺼번에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인데 이는 여론도 매우 호의적이라는 것이 류 부회장의 설명이다.

프로젝트는 당초 지난 추석 직후 디자이너연합회, 경기개발연구원, 시, 군대표 등이 참여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공청회 거쳐 시동을 걸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내외 섬유ㆍ패션전시회 등이 이어지면서 의견 수렴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경기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5일 디자이너연합회의 설명회와 29일 도지사 보고가 진행되고 10월초로 예정된 정책토론회를 거쳐 조만간 밑그림이 나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섬유ㆍ패션산업이 밀집돼 있는 ‘양포동’지역에 최대 260만㎡(80만평) 규모의 대단지 조성 얘기는 오래전 나왔다.

특정 지역 유치설이 나돌자 타지역 측 반발이 거세지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부지선정에 진통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류 부회장은 상공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30여 년간 주로 섬유ㆍ패션산업에 몸담아왔다.
다이텍연구원, 봉제기술연구원 출범에 중추적 역할을 했고, 대구시청 섬유과장을 거친 ‘섬유행정의 달인’인 셈이다.

그는 공식 인터뷰를 극구 꺼렸다.
자신의 사진과 이름이 신문에 나가는 것도 손사래를 친다.

이른바 ‘조용한 내조’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봉사해야죠. 제가 그동안 다져온 노하우와 역량을 미력하나며 쏟아볼 겁니다”

그러면서 노희찬 섬산련 명예회장이 입버릇처럼 얘기한 ‘봉사’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섬산련이 입주한 경기섬유종합센터 건물은 지난해 말 완공해 현재는 공실이 거의 없는 상태로 섬유패션관련 업체들이 대부분 입주해 있는 모습이다.

사무실을 나서며 언제 퇴근하느냐고 물었더니, 여직원 둘이 이구동성으로 야근이란다.
류 부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로 복도까지 배웅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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