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머무는 4박5일 100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행복했다. 종교는 달라도 왕 중의 왕 교황의 방한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큰 기쁨이자 축복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울음은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다. 윤일병 사망사건으로 군대 보낸 부모의 마음은 화석으로 변했다. 교황이 방한한 그 순간 북한은 또 미사일을 동해로 쏘아대는 무례를 저질렀다. 분단의 아픔을 생생히 드러낸 것이다.

여와 야는 여전히 내편 네 편으로 갈려 반목과 갈등을 부추긴다. 보수와 진보는 극우 극좌로 위험한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정치는 국민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인데 우리 정치는 국민의 뺨을 때려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교황의 리더쉽은 소외되고 가난한 자 만을 편애하는 것이 아니다. 가진 자들도 머리 숙여 숭배하고 있다. 그는 우리 국민에 깊이 자리한 피멍과 상처를 쓰다듬어 줬다.

섬유패션업계 首長성기학 회장에게 길을 묻다

제발 여ㆍ야 정치권부터 이참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리더십을 본받아야 한다. 감언이설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 국민이 환호하며 따라오는 정치로 바꿔야 한다.

우리 얘기로 돌아가 지난 6개월 간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지루하게 끌어온 섬유패션업계 首長을 뽑는 행사가 사실상 마무리 됐다. 공식 발표는 19일 총회에서 이루어지겠지만 두 차례에 걸친 5인 추대위원회에서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섬유패션업계 인사라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성 회장의 섬산련 회장 선출을 업계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서도 전화위복이라는 찬사와 갈채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으로서 세계 초일류 아웃도어 기업을 일으킨 능력과 지도력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 40년을 맞는 성 회장의 영원무역은 단 한 해의 적자를 내지 않고 매년 수식 상승 고도성장을 유지해온 경영의 귀재로 통한다. 연간 매출 1조5000억 원 이상에 영업이익이 2011년에 3000억 원에 달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지난 97년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국내에 전개시켜 지난해 7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우리나라 단일 패션 브랜드 사상 1위를 마크했다. 노스페이스가 선도해 우리나라 아웃도어 시장 규모를 7조원으로 끌어올려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 큰 시장을 형성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한 선구자로 불린다.

그늘지고 소외된 곳을 향해 알게 모르게 뭉칫돈을 쾌척하고 있으며 국내외 25개국에 지난 10년간 1000억 원 규모의 의류를 쾌척한 사회봉사자로 통한다. 거물 섬유패션 기업인 성기학 회장이 13대 섬산련 회장 취임을 계기로 어려운 국내 섬유패션업계가 어디로 가야한다는 나침반이 되고 이정표가 되고 등대가 되어줄 것을 기대한다.

더불어 그동안 섬산련 회장직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4명의 후보자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개개인을 따지면 어느 한 분 빠지지 않고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평가하고 싶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동대문 시장에서 3평짜리 가게로 시작해 오늘날 1조원 매출을 올린 탁월한 기업인이다. 입지전적인 기업인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최 회장은 능력과 열정은 물론 대 정부, 대 정치권의 마당발을 감안할 때 섬산련 회장으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춘 분이다.

또 글로벌 의류수출 기업인인 세아상역 김웅기 회장은 섬유패션업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훌륭한 기업인이다. 맨손으로 창업해 올해 수출 16억 달러를 바라보는 세아상역의 오너인 그는 기업 규모의 우위뿐 아니라 글로벌 간판기업인으로서 명성을 쌓는 분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에 가장 유망한 힐러리 클린턴의 부부와는 그야말로 절친한 사이이고 과테말라 대통령과 니콰라과 대통령 등 국가 원수들과도 교분이 넓은 통 큰 기업인이다. 인디에프란 내수패션업체를 함께 경영해 나무랄 데 없는 큰 거목인 것이다.

박상태 성안 회장은 대구를 대표하는 섬유 기업인이다. 선친인 고 박용관 회장의 장남으로서 직물과 화섬, 염색을 겸영하고 있는 섬유인의 아들이다. 다만 5명의 후보 중 기업규모가 다소 쳐지고 해외 직물경기 불황으로 흑자를 많이 못내 아쉬움은 있지만 직물과 화섬을 함께 경영하는 정통 섬유기업인으로서 자격을 인정받고 있다.

또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처음 출사표만 던졌을 뿐 적극적인 노력은 펴지 않았으나 능력과 자격은 충분한 분으로 평가 받고 있다. 가방 전문 회사인 가나안을 필두로 대우그룹의 신성통상을 인수한 후 회사를 탄탄하게 키워 수출과 내수를 포함 1조원 매출을 달성한 뚝심 있는 기업인이다. 미얀마에 일찍 진출해 선점하는 등 글로벌 경영전략이 돋보이는 기업인이다.

어찌됐건 섬유패션업계 首長자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의욕을 보였던 4명 기업인이 아깝게 탈락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 분들은 이번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차기에도 기회가 있으리라 믿고 권토중래를 노려야 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이번 섬산련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빚어진 볼썽사나운 행태는 부끄럽고 창피한 오점을 남겼다는 점에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12대까지 오는 동안 지난 38년간 섬산련 회장 선출과정에서 이번처럼 반목과 갈등이 빚어진 것은 전대미문의 현상이다.

물론 서로 “안 하겠다”고 나서지 않은 것보다 “내가 나서 봉사하겠다”는 의욕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다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상대를 헐뜯고 비방하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다.
섬유패션인의 축제 분위기 속에 훌륭한 지도자를 옹립하는 지난날의 관례를 깔아뭉갠 채 경선을 하자는 주장은 지나친 발상이었다. 경선은 곧 지역과 업종 간에 내편 네편으로 갈리고 결국 상대 후보에 대한 흠집 내기 십상이다.

반목과 갈등 씻고 화합과 단결 축제되길

애플이나 나이키가 자체 공장 하나 없이 세계 1등 기업이 된 것을 예증으로 볼 때 섬유제조업이 없는 패션유통회사는 안 된다는 논리도 넌센스였다. 글로벌 의류수출 벤더가 세계 경영에서 성공하고 국내 내수패션업체를 병행하면서 수천 개 협력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기업인을 국내 물정을 모르고 해외에서만 돈 벌었다고 매도하는 것도 소가 웃을 일이다.

이 나라 섬유패션산업이 언제까지 대구 일변도로 운영돼야 하고 또 대구가 섬산련 회장을 맡겠다는 것은 섬산련 운영을 대구 중심으로 고착시킨다며 반대하는 것도 논리의 비약이었다.

아무튼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그동안 정치판 같은 비방과 음해가 난무할 듯한 부박하고 성급한 볼썽사나운 행태는 이제 막이 내렸다. 다시는 이같은 불미스런 과열현상이 재연되지 않도록 자중자애하고 화합과 단결로 다시 뭉쳐야 한다.

크건 작건 추대나 경선을 불문하고 선출 행사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승자에게 축하를, 패자에겐 위로를 통해 섬유패션인 특유의 화합과 단결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19일 열리는 섬산련 총회가 축제의 한마당이 돼 어려운 섬유패션산업에 꿈과 희망의 불씨가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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