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스튜디오, 이청청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해외에서 맹활약 기대 '라이' 글로벌 브랜딩 진두지휘
해외 수주 전년대비 300% 신장, 패션코드 5만불 계약 쾌거
홍콩 이태리 스위스 파리 미국 뉴욕이어 중국 확대
라이 안착되면 남성복도 런칭 야심

 

파리 밀란 뉴욕 등 세계적인 패션 도시에서 개최되는 유명 패션 전시회들이 ‘프리쇼(pre-show)’를 강화하고 나섰다.

파리 트라노이 전시회 주최측은 1년에 두 번씩 열리는 트라노이 팜므와 트라노이 옴므, 그리고 전시 개최보다 두 달 앞서 제품을 미리 선보이는 형태의 ‘트라노이 프리뷰(TRANOI Preview)’를 열고 있다.

전 세계 셀렉트 숍들은 ‘핫 한 디자이너를 발굴하기 위해 '프리뷰'쇼를 찾는다.
제품 수주에 앞서 미리 마켓 테스트를 할 수 있고 트랜드를 미리 살필 수 있는 데다 추후 ‘선택과 집중’의 셀렉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프리뷰 기간에 함께 열리는 파리 후즈넥스트와 베를린 프리미엄도 컬렉션기간보다 두달앞서 상품을 선보이는 전시회다.

전 세계 패션 비즈니스는 해를 거듭할수록 시즌이 앞당겨지고 있다.
국내 역시 내수시장에서 똑똑한 국내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글로벌 SPA 브랜드 등 해외 브랜드와 경쟁해야하는데 가장 급선무가 ‘남보다 앞선 기획력’과 ‘빠른 생산’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다.

내수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해외 비즈니스 노하우를 배워야한다는 진리로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패기와 글로벌한 감각을 무기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핫 디자이너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해외 패션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시즌을 앞당겨 기획하고 생산할 수 있는 준비된 자만이 바이어들의 선택을 받는다.

최근 국내에서 야심차게 진행된 패션 문화 전시회인 ‘패션코드 2014’에서 가장 높은 수주액을 달성한 이도 ‘준비된 자’였다.

바로 이상봉 스튜디오의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브랜드 ‘라이(LIE)’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청청(36)씨다.

그는 최근 파리 후즈넥스트와 독일 베를린 국제패션박람회에서 지난 시즌대비 300% 이상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국내패션박람회인 ‘패션코드2014’에서 5만불 이상의 수주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청청 디자이너는 “시즌에 맞는 제대로된 상품과 타깃형 바이어 비즈니스”가 이번 성과의 비결로 꼽았다.

해외시장이 국내시장과 맞물려서 브랜드를 키울수 있는 방법을 공격적으로 연구한다.
런던 세인트마틴 출신의 이청청 디자이너가 이끄는 라이(LIE)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상봉의 하우스 브랜드다.

지난 7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적인 트레이드 쇼 ‘후즈넥스트(WHO'S NEXT)'와 7월 8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독일 베를린 국제패션박람회 ’프리미엄(PREMIUM)'에 참가해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스위스, 도쿄, 홍콩, 중국, 쿠웨이트 등 세계 각지의 바이어들에게 오더를 받았다.

그는 철저한 사전 준비로 해외 비즈니스에 임하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런칭 2년차인 ‘라이’의 수출실적은 지난 시즌대비 약 300%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이뤄냈다.

상품력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라이의 2015 춘하 컬렉션은 평소 좋아하는 추상미술의 대가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특유의 컬러와 라인을 살려 그래픽적인 요소를 가진 디자인과 실루엣, 프린트를 보여주며 컬러 분할과 직선의 조합으로 색다른 라이의 매력을 선보여 호응을 받았다.

“평소 좋아하는 몬드리안의 컬러조합과 구성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또 여성스러운 패턴으로 풀어넨 네오 카모플라쥬도 반응이 좋았죠. 재미있는 건 중국 바이어를 위해 핑크로 풀어낸 것들은 오히려 인도네시아 바이어가 선호하더라구요. 해외 비즈니스는 예측이 정말 어려워요, 그런데도 너무 신나고 재밌어요”

감각적인 상품력 뿐 아니라 룩북, 가격, 타깃바이어, 라인시트 등 전반적인 준비가 철저했기에 바이어들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홀세일가로 원피스와 재킷이 최고 15~20만원대인 가격경쟁력도 라이의 글로벌화에 한몫 하고 있다.
“한국 디자이너들의 작품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절대 뒤처지지 않아요. 그런데 해외전시회에 나가보면 시즌에 안 맞는 상품부터 가격, 비즈니스 매너, 룩북 등 전반적인 기본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아 판매에 어려움을 겪죠. 사실 해외 비즈니스는 예측이 정말 어려워요. 팔릴 것 같은 상품은 안 팔리고 될까 싶은 제품이 오히려 대박나는 경우가 자주 생기거든요. 하지만 철저하게 준비하고 독창적인 상품을 제대로 마케팅하면 늘 성과가 좋죠.”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 디자이너들은 남보다 앞서 기획하고 개발하며 완성된 작품을 미리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국내 비즈니스에서도 주목을 끈다.

지난해 이어 2번째로 개최된 패션코드에서의 성과도 전년대비 우수 바이어들이 대거 초청됐지만 시즌에 맞지 않는 상품을 전시한 곳이 수두룩했다는 비평을 받고 있던 터라 ‘라이’의 선전은 더욱 값지다는 평가다.

현재 뉴욕과 런던, 파리, 밀라노 스위스 도쿄 홍콩 중국 쿠웨이트 등 전 세계로 팔려나가고 있는 ‘라이’는 최근 뉴욕과 이태리에 새롭게 쇼룸을 추가 구성하면서 더욱 글로벌 행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도 롯데 잠실점에 이어 대대적인 리뉴얼로 9월 1일 개점을 앞둔 두타 1층 디자이너 존에 굵직한 매장을 연다.

영국 세인트마틴 수학시절 다양한 학문 연구
창의성 집중하는 교육방식 한국도 필요해


그는 이력이 독특하다.
대학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하다 불현듯 유학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제 어릴적 꿈은 선생님이었어요. 여느 입시생들처럼 수능을 보면서 너무나도 바쁘게 사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꿈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역사교육과에 입학해서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뭔가 제 안에 꿈틀대는 욕망이 갱기더라구요. 어릴 때 그저 위대하고 어렵게만 보였던 아버지 사업을 제가 제대로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그때가 스무살이었죠.”

그렇게 갓 스무살 젊은 청년은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영국의 센트럴세인트마틴예술대학에 편입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당시 영국 세인트 마틴은 4년제를 졸업해야 입학이 가능했어요. 그래서 입시부터 다시 시작했죠. 파운데이션 코스를 밟고 1999년 세인트 마틴에 입학해 2002년까지 미디어와 공간디자인을 공부하고 다시 전공을 바꿔 아트앤디자인과 남성디자인 학사를 수료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패션 디자이너는 전 산업의 다양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체학, 건축, 영화, 사진, 인테리어, 파인아트, 그림 등등 다양한 학문을 접하려고 노력했던 것이  지금의 크리에티브한 작업에 집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상봉’ 브랜드의 해외컬렉션 팀장과 컨템포러리 여성캐주얼 브랜드 ‘라이(LIE)'의 총괄 디렉터로 활동 하고 있는 그는 콜라보레이션에 남다른 재능을 갖고있다.

국내 서울예술종합학교에 종종 특강을 나가는 그는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졸업생들이 브랜드를 쉽게 창업하고 쇼핑몰을 열고 스트리트 패션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다”라며 “실무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조언한다.

“사실 국내 패션 전공 학생들을 접해보면 제대로 옷을 만질 줄 아는 친구들이 별로 없어 안타까워요. 너무 이론과 학과 공부에만 치중하는 국내 교육시스템도 아쉽구요.. 적어도 5벌의 컬렉션라인을 졸업 작품으로 구성해야하는 영국과는 비교되는 부분이죠. 자신의 컬렉션에 스토리를 입혀 다양하게 풀어낼 줄 알아야 자신의 철학을 고수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봐요.”

그는 마지막으로 남성복 ‘맨즈 라이(MEN’S LIE)‘를 런칭하기 위한 야심찬 청사진도 살짝 공개했다.

“라이를 국내에 안착시키고 난 후에는 꼭 남성복을 런칭할 거에요.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남성복 ‘맨즈 라이’는 올 가을 서울컬렉션의 제너레이션 넥스트에서 살짝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알렉산더 맥퀸처럼 창의서과 상업성 모두 놓치지않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이청청씨.
그가 국내 패션계를 이끌어갈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날이 멀지 않음을 느낀다.

조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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