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돌아가는 통박이 심상치 않다.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실적이 형편없이 추락했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질 때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어닝쇼크를 자아낸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에 전국이 불안성 가연심리가 팽배해지고 있다. 현대차 실적도 전만 못하다.

재벌그룹도 성한 곳이 별로 없다는 소문이다. 소가 밟아도 끄떡없을 것 같던 동양그룹이 공중분해 됐고, 월급쟁이 신화창조 주역이던 STX도 허망하게 무너졌다. 동부그룹도 소문이 안좋고 두산그룹도 구조조정을 위해 두타를 매각한다는 소문이 나돈다.

언론의 비유대로 이웃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을 청산하고 질주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국제통화기금 비판을 비웃듯 달러화처럼 돈을 마구 찍어내 엔화값을 18%나 떨어뜨렸다. 경제가 활성화되니 대졸 취업률이 94%에 달하고 증시도 50%나 껑충 뛰었다.

“창업 이후 이런 불황 처음이다” 한 목소리

박근혜노믹스의 1년 6개월은 증시가 하락하고 실업률은 상승했다. 청년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 캥거루족 돌보느라 부모들의 허리는 계속 휘어진다. 수출 경쟁력의 바로미터인 환율이 5.6%나 떨어져 오더 가뭄에 수출할수록 적자가 쌓인다. 꽁꽁 얼어붙은 내수경기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다. 전례 없는 거액경품을 내건 백화점 여름세일도 파리 날리고 있다. 겨우 일부 잘 사는 사람들이 지갑을 열어 명품 판매만 늘었을 뿐 패션 경기는 오뉴월에도 찬바람이 쌩쌩 분다.

실물경기가 냉각되면서 지수경기에 반영되자 한국은행까지 올 성장률을 4%에서 3.7%로 내려잡았다. 꺼져가던 이웃 일본은 배터지고, 우리는 배곯는 현상이 지금 현주소다.

우리가 속해 있는 섬유패션 경기 역시 여전히 엄동설한이다. 가뜩이나 바닥경기를 헤매다 세월호 참극까지 겹치면서 내수패션 경기는 땅굴로 가라앉았다. 절대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섬유수출은 수출 역사상 최악의 불황을 호소하고 있다. 20년 된 기업도 40년 된 기업도 하나같이 창업 이후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한다.

과거에는 고성능 직기 돌아가는 소리가 돈 버는 소리였지만, 지금은 망하는 소리로 들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요즘 편직공장과 제직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너 죽는다, 너 죽는다”는 소리로 회자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봉제산업이야 이미 공동화된 지 오래여서 새삼 거론할 게제가 아니다. 니트직물과 화섬, 교직물 등 수출주력 직물경기가 바닥 밑으로 주저앉으면서 화섬업체들도 원사 소진이 안 돼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중언부언하지만 전 세계 시장 어느 곳 하나 쨍하는 곳이 없다. 과거에는 미국이 나쁘면 유럽이 좋았고, 유럽과 미국이 나쁘면 중동, 동구권, 중남미 시장이 벌충해줬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시장 전체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마의 여름 비수기에 라마단이 겹쳤고, 우크라이나와 이라크 내전 등 국제 정세까지 경기회복에 훼방을 놓고 있다. 화섬니트나 우븐화섬직물 업체들은 아예 기계를 세우겠다는 극약처방을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다. 쌓이는 재고를 감당하지 못한 채 더 이상 재고를 쌓을 공간도 없다는 하소연이다.

설상가상으로 해외 시장 경기 냉각으로 막장투매가 큰 기업 작은 기업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제조원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중국발 염료파동으로 염색가공료는 따라 오르고 이달부터 폴리에스테르사 가격도 올랐다.

문제는 콩 값은 뛰는데 두부 값은 제 자리는커녕 오히려 떨어지는 있다는 점이다. 공장을 세우는 수밖에 길이 없다.

경편업체 중 내노라하는 某업체의 가동률이 지금 30%라는 소문이다. 환편, 경편, 우븐직물 모조리 불황터널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한 달 크면 한 달 작듯, 경기가 상승과 하강을 교체한다는 안일한 생각은 이제 접어야 한다. 구조적으로 한국섬유산업의 경쟁력이 한계상황에 몰려있다.

화섬산업부터 갈수록 고립무원의 상태다. 중국산 화섬사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산 POY에 치여 사경을 헤매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한국 화섬업계에 대한 신소재 개발 신뢰도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나이키나 아이다스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들은 지금 이 순간도 신소재 개발의뢰를 대만 화섬업계에 요청하고 있다. 대만 화섬기업들이 품질과 규모뿐 아니라 개발능력을 한국보다 훨씬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비해 한국 화섬업계는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국제적인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아쉬움을 보이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한 마디로 국내 섬유산업은 지금 아주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 같으면 비수기에 만들어 재고를 잔뜩 쌓아놓아도 성수기에 실어내며 어려움을 벌충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성수기가 따로 없이 비수기만 지속되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
세계 전역에서 “더 싸게, 더 싸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더 싸게”가 아니라 “더 비싸게”를 고집할 수밖에 없다.

생산 현장에 돈 보다 급한 것이 사람인 것을 보면 지금은 불황이라 그렇지 경기가 조금 살아났다 싶으면 사람이 없어 오더를 치울 수 없다. 아직도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보다 7~10배나 비싼 고임금에 가격경쟁력 자체가 없어진 것을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이제야말로 생존전략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결정해야 한다. 이미 중국에 당했지만, 중국과 경쟁하는 품목은 백전백패다. 우리보다 수십년 앞선 섬유선진국 일본이 한국에 의해 섬유산업이 몰락했다. 그 같은 전철을 우리가 중국에 당하고 있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다. 물리적인 현상을 거역할 힘도 없고 할 수도 없다.

의류수출 벤더 섬유업계 같이 가야한다.

그 바탕위에서 글로벌 기업과 손을 잡아 윈-윈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 곳이 미국기업이건 중국기업이건 상관없다. 우리 독자적으로는 할 수 없는 분야를 같이 제휴해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제조업뿐 아니라 유통ㆍ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영향력 큰 글로벌 기업과 힘을 합쳐야 한다.

당장은 국내 섬유업체와 잘 나가는 의류수출 벤더와 협력해야 한다. 소통하고 협력하면 국산 소재 사용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 이것만 성사돼도 우리 섬유산업은 일취월장할 수 있다. 그 전제는 싸고 좋은 경쟁력이 필수다.

이 공황에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 그 바탕에서 함께 멀리 가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