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송이 피었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방한 효과가 예상을 뛰어 넘었다. 한ㆍ중 양국 정상회의에 담긴 정치, 경제, 군사적 효과뿐 아니라 깊은 시름에 찌든 국민의 마음이 활짝 펴졌다.

연일 언론에 도배질하는 세월호 참사와 육군 임 병장의 총기사살 사건, 박근혜 정부의 인사파동, 축구 참패로 이어진 상심을 잠시나마 싹 가시게 했다. 미래로 희망으로 가는 한ㆍ중 양국의 우호와 협력에 그동안 연이어 소태 씹은 심정의 국민을 오랜만에 흐뭇하게 한 것이다.

한 가지 고약하고 괘씸한 것은 이웃 일본이 남의 잔치에 재를 뿌린 어깃장을 놓은 점이다. 일본이 한ㆍ중 양국의 정상회담에 배가 아파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전격 해제한 것이다.

이미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냈다.

아직은 일부이지만 일본이 8년 만에 대북제재를 해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 북한은 20억달러 규모의 무역이 늘어나 고립무원의 한계 상황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문제는 이번 1차 해제뿐 아니라 일본과 북한 간에 밀월 관계가 깊어지면 북한에 대한 한ㆍ미ㆍ일 공조체제가 붕괴됨은 물론 북한에 기를 살려주는 엄청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북ㆍ일 간에는 청구권 보상형식으로 10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이 약속돼 있다는 소문이 나돈 지 오래다. 북한이 오히려 배짱을 부려 15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은 국제 외교가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럭비볼 행보를 벌이고 있는 아베 총리가 소문대로 8월에 방북해 선뜻 타결할 경우 그 후폭풍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일본이 100억~150억 달러를 북한에 제공할 경우 북한은 그야말로 빈집에 소 들어 가는 것이다.

이 자금을 활용해 북한에 대규모 공장과 공단이 조성되고 건설과 군사용으로 투입하면 기고만장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개성공단 운영과 확대에도 큰 차질을 빚을 개연성을 떨칠 수 없다.

지금은 춥고 배고픈 경제사정으로 부황 든 인민들을 위해 개성공단에 고분고분하지만 배부르고 등 따듯해지면 태도가 달라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근로자 임금을 턱없이 올려 달라고 요구할 것이고 일자리 많이 생기면 인력공급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그렇게 바뀌면 남한 측에 손 내밀고 사정하는 것도 사라질 수 있고 거드름 부리며 고자세로 나가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북한이 끼니가 간세 없는 어려운 시기에 진즉 개성공단도 확장하고 인력을 수용하며 기숙사를 지어 우리 경제가 더욱 큰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선제적 대응이 아쉬운 것이다.

화제를 바꿔 이번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한ㆍ중 FTA 타결을 연내에 매듭짓도록 노력키로 합의함에 따라 한ㆍ중 FTA는 받아놓은 밥상이다. 섬유나 농산물 쪽에 피해가 예상되지만 정치, 군사, 외교적 사항을 고려할 때 대세를 거스를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이미 섬유산업연합회가 용역을 주어 조사한 대로 FTA로 인해 관세가 철폐될 경우 우리의 대 중국 섬유 수출은 2013년 기준 7.7%늘어난 2억 달러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 중국산 섬유류의 한국 수입은 11.7%나 늘어난 5억8000만 달러가 늘어나 우리 수출 증가율보다 2.5배나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실적을 봐도 우리나라의 대 중국 섬유류 수출은 전년보다 불과 0.2%증가한 27억3000만 달러인데 반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전년보다 8.4%나 증가한 63억2200만 달러에 달했다.

섬유부문의 무역 역조가 35억9200만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중국 섬유 수출보다 훨씬 많다. 지난 해 뿐 아니다. 2010년에도 섬유부문의 대 중국 무역적자가 26억3200만 달러였고, 2011년에도 35억4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에 31억4000만 달러로 적자 폭이 다소 줄었다가 작년에 더욱 늘어난 것이다.

결국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 세계 최대 섬유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에게 우리 안방을 내주고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전체 섬유 수입량의 71%에 달하는 의류제품은 국내 산업이 공동화권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동ㆍ남대문시장에서 판매되는 의류제품의 70%이상이 중국산인 것이다. 특히 세계 최대 화섬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행리 1개 회사 생산량이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보다 많은 규모경쟁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기본 관세 8%와 반덤핑관세 5% 내외를 포함해도 국산과 가격경쟁이 불가능하다. 과거와 달리 최신설비로 생산한 원사 품질로 한국산보다 좋거나 비슷한 실정이다.

화섬 직물생지도 대량으로 반입되고 있다. 국산 생지 원가보다 훨씬 싼 값에 컨테이너 베이스로 들여와 대구 염색공단에서 가공해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FTA와 상관없이 중국산 섬유류는 한국의 안방시장을 유린하고 있다. 싸고 좋은 제품의 시장원리에 따라 국산 섬유류가 규모경쟁, 품질경쟁, 가격경쟁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가뜩이나 중국산 섬유의 출몰로 위축되고 있는 국내 섬유업계가 FTA까지 체결되면 더욱 빠른 속도로 떡쌀 담그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대로 FTA와 무관하게 이미 중국산 섬유류가 상당부문 이미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ㆍ중 FTA협상이 시작된 지난 2012년부터 우리 섬유업계는 “다 죽게 된다”고 아우성을 치며 정부를 협박하다시피 했다. 섬유산업연합회 노희찬 회장이 전면에 나서고 화섬협회, 대구직물업계가 각혈하다시피 건의해 대다수 품목을 초민감품목과 민감품목으로 묶는데 성공했다. 구체적인 품목 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농산물과 비슷한 150여 품목을 그렇게 묶어 놓아 FTA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중언부언하지만 FTA와 무관하게 우리 섬유산업이 중국과 경쟁에서 시난고난 주저 않고 있다. “외할머니 떡도 싸고 맛있어야 사먹듯” 중국산이 싸고 좋으니까 수요자들이 사는 것을 무슨 재간으로 막겠는가.

13억 중국시장 금맥 노다지 보인다

우리 섬유패션업계는 이제 받아놓은 밥상인 한ㆍ중 FTA를 활용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13억 중국시장 은 상전벽해로 변했다. 고급ㆍ고가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과 같은 품목으로 경쟁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지만 틈새시장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차별화 소재는 값을 불문하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류열풍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동양인 체형이 같고 패션이 앞선 한국산을 선호하고 있다.

황금의 금맥이 중국 전역에 깔려 있다. 이랜드가 연간 2조원 매출을 올리는 것을 벤치마킹하면 안 될 것도 없다. 한국보다 수입관세가 더 비싼 중국이 FTA가 되면 한국산 소재와 패션은 다른 국가보다 훨씬 유리한 경쟁력이 있다. 13억 중국 시장에서 금맥을 캐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력투구하면 우리 섬유패션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한ㆍ중 FTA공포에서 벗어나 한국 섬유패션산업이 일취월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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