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 기상은 극히 저기압이다. 대통령도 국민도 모두가 우울하다. 300여명의 생사람을 수장시킨 세월호 통곡은 여전히 귓전에 울려 온 국민의 가슴이 시리고 먹먹하다. 촉견폐월(蜀犬吠月ㆍ촉나라 개는 달이 뜨면 짖는다)처럼 두 사람의 국무총리 후보자를 복날 개잡듯 여론재판의 융단폭격으로 자퇴 시켰다.

궁여지책으로 정홍원 국무총리를 유임시키자 야당은 “오기인사, 먹다 남은 음식을 다시 내온 격”이라고 가시 돋친 비판을 쏟아 낸다.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으로 헌정 사상 처음 정홍원의 도로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는지 고뇌에 찬 결단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국태가 심하게 흔들리고 민안도 그르쳐지고 있다.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은 분열되고 국가가 악화되고 있다.

섬유ㆍ패션업계 상반기 결산이 겁난다.

이럴 때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것은 스포츠가 명약이다. 월드컵 축구에서 우리 선수의 승전보가 터졌다면 한 방에 통합감을 불러일으켰을 텐데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비참하게 끝났다. 지지리도 복이 없다. 

대통령학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은 임기 5년중 제대로 일할시간은 2~3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당선 후 처음 1년은 국정 파악하는데 보내고 재임 3년 이후는 레임덕 때문에 령이 제대로 안 선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2년차인 지금이 국정 수행에 가장 탄력이 붙는 시점이다. 예기치 않은세월호 때문에, 인사 때문에 국정 수행이 제대로 안 될까봐 걱정이다.

본질 문제로 돌아가 요즘 섬유ㆍ패션기업인들은 상반기 결산을 앞두고 한숨소리가 요란하다. 매출도 영업이익도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은 세계 경기 침체에다 환율추락의 악조건 속에 우리 내부의 원가 인상요인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내수경기 역시 계속되는 침체 속에 세월호란 메가톤급 악재가 터져 땅굴 속으로 폭삭 주저앉고 있다.

무엇보다 의류수출은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5년 만에 가장 나쁜 마이너스 2.9%를 기록했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섬유수출이 연쇄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직물이나 사류 수출 여건도 더없이 내려앉고 있다. 중국시장이 침체되면서 면사 수출이 주저앉았다. 세계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와 이라크의 내전으로 큰 변고가 생겼다. 이라크에 직물 직수출이나 터키를 통해 대량으로 들어간 이라크 봉제 수출이 꽉 막혀버렸다. 우크라이나는 조금씩 수습 단계지만 아직도 시장이 냉각상태다.

중언부언하지만 그나마 대형 의류수출 벤더 빼고는 전 스트림에 땅 꺼지는 한숨소리가 길게 토해지고 있다. 우리 섬유산업의 대들보를 자임하는 화섬업계부터 비상 등이 켜진지 오래다. DTY사는 중국산이 POY는 말레이시아산이 싸고 좋은 품질로 안방까지 치고 들어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기본 관세 8%에 덤핑관세를 추가해도 중국의 밀어내기 앞에 속수무책이다. 한국 화섬업계를 초토화 시키려는 무서운 음모인줄 알면서도 수요자들은 우선 싸고 좋다며 수입사를 선호한 것이다. 한국 화섬산업이 붕괴되면 지금의 염료파동처럼 원사값을 폭등시킬 의도를 알면서도 의리는 뒷전이고 수요자들이 수입사를 선호하고 있다. 재고는 쌓이고 가격은 내려가고 화섬경영이 단섬유를 제외하고는 이미 가지 밭에 김이 나간 상황이다.

우리 섬유산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면방 역시 지금 폭삭 주저앉고 있다. 첨단설비로 앞 다퉈 증설을 했지만 시장이 꺼져가면서 공급과잉을 초래했다. 역시 중국이란 거대시장이 막히니까 우리 업계끼리 치고받는 과당경쟁으로 제살깎기 고통을 겪고 있다. 다행히 자율감산과 가격 폭락 마지노선을 설정해 질서를 회복해가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수출 섬유류 중 가장 비중 큰 직물분야도 최근 피가 마르고 있다. 경기불황이야 이미 각오하고 있지만 중국이 독식하고 있는 염료 파동으로 염색 가공료가 턱 없이 뛰어오르고 있다. 이 불황에 폴리에스테르사값이 7월부터 오른다. 전력료, 인건비 등의 기본 요소도 오르고 생산 원가 중 가장 비중 큰 원사값, 염색료가 덩달아 뛴 것이다.

콩값이 오르면 두부값이 따라 올라야 하지만 직물 수출가격은 제자리걸음이다. 더구나 우리의 독점품인 ITY싱글스판도 들쥐떼 근성으로 소나기 진출해 공급 과잉으로 막장투매가 가관이다. 대형 업체가 생지값에 불과한 가격에 재고를 처리하는 바람에 시장 전체가 겉잡을 수없이 망가지고 있다. 우븐직물도 중국산의 대량 유입으로 제대로 풀가동하는 공장 찾기가 바늘구멍이다. 니트직물중 환편뿐 아니라 경편 경기가 더욱 죽을 써 요즘 某대형 업체의 공장 가동률이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섬유 수출 중 해외소싱을 제외한 국내 스트림은 어느 것 하나 쨍하는 것이 없고, 줄초상 위기를 맞고 있다. 

내수경기 역시 동반 추락하고 있다. 세월호 이후 폭삭 주저앉은 패션매출도 브랜드뿐 아니라 원부자재 공급업체들도 동반 흉년이다. 내수용 국내 봉제업체들도 5~6월 리오더가 끊겼고 심지어 가장 경쟁력 강한 개성공단 마저 S/S용 리오더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물론 한 달 크면, 한 달 작듯 경기 역시 상승과 하강을 교차하지만 최근의 돌아가는 통박은 주기적인 현상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란 점에 심각성을 안고 있다. 지금의 혹독한 불황이 풀릴 기미만 있으면 참고 기다릴 수 있으나 돌아가는 통박을 보니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중국의 초토화 전략 속수무책인가

기업들이 지금 당장은 죽는 것보다 잃는 것이 낫다는 절박함으로 당분간은 투매를 하며 재고를 정리하지만 누적되면 살아날 재간이 없다. 덤핑투매해서 오래 살아남은 기업은 없다. 스트림에 따라 이해상관이 다르지만 지금의 돌아가는 현상은 우리 섬유산업이 목졸림을 강요당하는 위험한 형국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중국의 무서운 협공이다. 이미 화섬 생산에서 세계 수요를 초과한 과잉생산 시스템인 중국은 가장 먼저 무너뜨릴 대상을 한국으로 겨냥하고 있다.

중국 화섬업체가 돈이 남아서 한국에 밀어내기 하는 것이 아니다. 밑지며 파는 중국의 목적은 한국 화섬산업을 초토화 시키겠다는 계략임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 화섬산업을 붕괴시키면 염료처럼 부르는 게 값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 들어 갑자기 불거진 염료파동은 단순한 염색업계 차원이 아니라 한국의 니트ㆍ화섬ㆍ교직물 등 직물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대전제에서 중국 고위관계자들이 염료를 희토류로 간주하면서 “한국 직물 수출은 끝났다”고 공언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우리 섬유업계가 어느 몽둥이에 맞아 죽는 줄 제대로 알고 대비해야 한다. 물론 지금 당장은 살아남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지만 설마하다 줄초상 당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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