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가 석 달 안 간다는 말이 실감난다. 경천동지할 세월호 통곡도 어느새 엷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자”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자”며 여ㆍ야가 각혈하며 싸우던 6ㆍ4지방선거도 무승부로 끝나 잊혀져 가고 있다.

여ㆍ야간 날카롭게 대립하는 치열한 선거전이 끝나 경제에 올인 할 줄 알았더니 넌덜머리나는 선거판이 또 임박하고 있다. 판이 무척 커진 7ㆍ30 국회의원 보선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행사로 바람 잘 날이 없는 상황에서 ‘1인 지하 만인지상’인 국무총리 선출이 왜 이다지 시끄러운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국민검사 출신 안대희 씨가 낙마한 후 이번에는 참신한 언론인 출신 총리가 나온다고 반겼으나 또다시 질그릇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정치인은 물론 언론인, 종교인 가릴 것 없이 사람은 항상 세치 혀를 조심해야 한다. 더구나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가를 경영해야할 국무총리라면 본의건 아니건 책잡힐 구실을 줘서는 안 된다.

중국의 독무대 염료산업 타산지석 돼야

이같이 혼란스런 상황에서 그나마 박근혜 정부의 2기 개각에서 친섬유ㆍ패션 장관인 윤상직 장관이 유임된 것은 전폭 환영할 일이다. 태생적으로 섬유와 깊은 인연을 가지면서 섬유ㆍ패션ㆍ신발산업에 남다른 애착과 철학을 갖고 있는 윤 장관 유임은 섬유ㆍ패션ㆍ신발업계에 일대 낭보인 것이다.
본질문제로 돌아가 중국의 무차별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국내 섬유산업이 급속히 붕괴위기를 맞고 있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물리적 현상이지만 예상보다 빨리 한국섬유산업을 초토화 시키려는 무서운 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시장원리에 따른 단순한 잠식 수준이 아니라 고도의 계산된 전략으로 한국 섬유산업을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다. 이미 봉제산업이 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이 공세에 밀려 공동화 되듯이 스트림 하나하나 그렇게 시난고난 무너질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금 돌아가는 통박을 보면 중국이 세계 염료시장을 재패한 후 마음대로 시장을 휘두르고 있는 것과 맥락을 함께하고 있다. 알다시피 유럽과 일본이 재패하던 세계 염료 생산기지가 중국으로 이전된 후 중국의 독무대가 되고 말았다. 물론 중국 자체의 환경규제도 영향이 있겠지만 염료시장의 수급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가격도 제 맘대로 올리고 있다.

금년 들어서도 반응성염료와 산성염료 가격이 200%이상 폭등했다. 분산염료 가격도 폭등했다. 중국 이외에 다른 구매처가 없어 독주에 항변조차 할 수 없다. 까다롭게 나오면 염료 공급 안 하겠다는 배짱이다.
염료로 국한될 문제가 아니다. 당장 화섬이 뒤를 이을 전망이다. 국내 의류용 폴리에스테르사 생산능력이 전체 7만3000톤이고 실제 현재 생산량은 5만2000톤에 불과하다. 작년 상반기 월평균 생산량보다 9.4%나 감소됐다. 이마저 다 팔리는 것이 아니고 재고가 쌓여 현재 폴리에스테르사 재고량이 6만5000톤을 상회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원인은 중국산 DTY를 중심으로 월 1만8000톤이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생산량의 33%를 수입 화섬사가 차지하고 있다. 증가속도가 가파른 것은 물론 수량도 한 달이 멀다하고 늘어나고 있다.

한국 시장에 전략적으로 가격투매를 통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엔티덤핑 관세도 겁내지 않고 파격적인 가격으로 국내 수요업계를 장악하고 있다. 폴리에스테르사의 한국에 대한 수출가격은 덤핑관세를 부담하고도 국산보다 10~20%나 가격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 같으면 화섬직물이나 니트업계에 애국심을 호소해 국산 원사 사용을 권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외할머니 떡도 싸고 맛있어야 사먹는 세상이다.

더구나 중국의 화섬사 품질이 오히려 국산보다 좋거나 같은 수준인데다 가격이 훨씬 싸다보니 수요자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국내 생산량의 33%를 점유하지만 이대로 가면 2~3년 내에 국내 수요량의 50%이상을 넘보는 것은 불문가지다.

시장 원리에 따라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국내 화섬 메이커의 떡쌀 담그는 극한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다보니 화섬업계가 거대한 신규투자를 할 의욕이 없으며 특히 레귤러 위주 시스템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화섬도 염료와 같은 꼴이 안 되라는 법이 없다.
화섬뿐 아니다. 비교적 니트원단은 한국이 훨씬 강한 경쟁력을 자랑해왔으나 중국의 공세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홍콩의 나이스다잉이나 퍼시픽 같은 메이저 원단밀들의 시장 독점 능력뿐 아니다. 황주 인근 쓰조우에 있는 편직기 2500대를 보유하고 있는 한 대규모 니트직물 업체는 자체 염색가공 기술이 문제가 되자 중국 내에서 니트염색이 가장 발달한 복건성에서 염색을 해 질 좋은 니트원단으로 시장을 휘젓고 있다.

거래 조건도 파격적이다. 한국의 트레이딩 업체에게 경기북부보다 훨씬 싼 값에 그것도 외상으로 2컨테이너 물량을 보내고, 써보고 대금을 주되 클레임이 있으면 그만큼 공제하고 결제해달라는 것이다.
니트직물뿐 아니라 중국산 생지값은 우리가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수준이다. 이미 한국의 폴리에스테르직물 주종인 치폰은 국내 연사료 폭등여파로 중국이 손대면서 국내 공장은 오더 기근에 몰렸다. 15데니어를 이용한 심지용 원단은 야드당 중국산과 무려 400원 차가 날 정도로 가격경쟁력이 없다.

중국은 적자를 감수하며 규모경쟁으로 한국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이 시장 석권의 발톱을 드러내면 우리는 스트림하나 성한 곳이 없게 된다. 그 같은 전략을 시장 석권 때까지 손해를 감수하며 무차별 공격을 하되 염료처럼 한국의 생산 공장이 붕괴되면 한꺼번에 벌충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중국산이 싸고 좋다고 우리업계가 사용량을 왕창 늘리고 있다. 우리 섬유업계는 중국의 무서운 공략에 눈 뜨고 당하면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의 강점 살려 선택과 집중해야

이 시점에서 우리 섬유ㆍ패션업계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겠지”하는 천수답 경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중국의 무차별 공세를 방치하면 국내 산업은 게도 구덕도 다 놓치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 처방은 도저히 중국과 경쟁해도 백약이 무효인 취약구조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대신 중국보다 강한부문을 최대한 활용하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다.

정부부터 2020년 세계 4위 섬유ㆍ패션 강국의 장밋빛 청사진에서 과감히 탈피해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책임지듯 섬유ㆍ패션업계 스스로 자구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첨단설비 도입과 신기술 개발, 마케팅 전략의 기본 요소를 중시하며 중국과 부딪치지 않는 분야로 차별화 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한 정부와 업계, 단체, 연구소의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 섬유ㆍ패션산업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는 절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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