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에 부쳐…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초일류 섬유ㆍ패션 전문지 국제섬유신문이 6월 2일로 창간 21주년을 맞았다. 다양한 글로벌 정보의 보고(寶庫)인 국제섬유신문의 오늘이 있기까지 성원해주신 식견 높은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환희와 성취욕을 느낄 여유가 없다. 온 국민이 집단 우울증에 걸린 시리고 먹먹한 가슴을 주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망망대해 푸른 바다 창파에서 수중고혼이 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생각하면 비통한 마음 가눌 수가 없다. 300여명의 생사람이 비명횡사한 참극에 산천도 울고 국민도 울었다.
생각해보면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드러낸 폭발물이었다. 안전불감증의 구조적인 부실과 책임회피, 탐욕과 이기주의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었다.

(주)한국섬유ㆍ패션산업의 소명의식

세월호 참사로 국민이 집단적 불신과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경기침체다. 희생자 유족들의 뺨 위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면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처방이 급선무다.
말을 바꿔 돌아가 돌이켜보면 21년 전 섬유ㆍ패션업계의 등대이자 진정한 동반자를 자임하며 출범한 국제섬유신문은 오직 섬유ㆍ패션산업 발전을 위해 분골쇄신 전력투구 해왔음을 감히 자부한다. 비판과 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책무 못지않게 우리 섬유ㆍ패션산업이 어디로 가야한다는 대전제를 제시하며 직필정론을 고수해왔다.

분초를 다투는 변화의 속도에 맞춰 지구촌 곳곳의 섬유ㆍ패션정보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25시를 뛰었다. ‘주식회사 한국섬유패션산업’의 안정성장과 글로벌화를 위한 소명의식으로 총력을 경주해왔다.

그 결과 홍수를 이루는 유사 전문지의 아류와는 확연히 차별화된 전문지로서 열독율 1위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귄위와 신뢰에서 초일류 섬유패션지의 위상을 확고히 다졌음을 자부한다.
국제섬유신문은 여기에 자만하지 않고 다시 한 번 21세기 초일류 섬유ㆍ패션전문지로 거듭날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 단순한 정보 전달자로서뿐 아니라 스트림간 동반성장을 위해 강자적 입장과 약자적 처지를 조화롭게 조정하는 중재역에도 충실할 것을 다짐한다.

업계와 정부간 가교역할에도 충실해 섬유ㆍ패션산업 육성정책이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는데도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이다. 국내외 지구촌 곳곳의 따끈한 정보를 신속 정확히 입수해 업계의 경영지침서가 되도록 혼신을 다할 것을 거듭 다짐한다.

사실 지금 우리 섬유ㆍ패션업계가 서 있는 현주소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단하고 팍팍함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제섬유신문은 잠시도 방심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과 위기극복이라는 처방을 제시하기 위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섬유수출과 내수패션 환경이 안팎으로 불황의 깊은 터널에 갇혀 심하게 허우적거리고 있다. 수출경기부터 아직 회복되지 못한 채 엄동설한이다.
불황의 여파로 오더가 줄고 가격이 추락해 시난고난한데 이어 최근에는 설상가상 환율까지 추락해 수출기업들이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실제 원ㆍ달러 환율이 1120원대에 머물러 2012년 초 1155원80전보다 무려 131원 80전이 떨어졌다.

솔직히 섬유뿐 아니라 우리 수출상품 중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이 환율 덕에 버텨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불과 1년 5개월 만에 원ㆍ달러 환율이 11%이상 떨어졌다는 것은 채산의 한계상황을 벗어난 것이다.

당연히 환율이 추락했으면 수출 단가를 올려야 할 텐데 해외 바이어들은 콧방귀도 안 뀐다. 한국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구입선이 있기 때문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1020원대에도 섬유수출업계를 비롯해 대다수 업종이 ‘악’소리를 내는데 하반기엔 10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금융권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원화 상승률이 급격한 만큼 섬유수출 업체들은 싫으면 싫을수록 누적적자가 쌓인다.

이미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섬유수출에 빨간 전조등이 켜진 것이다.
화섬은 중국에 이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산이 물밀듯 들여온데 이어 베트남산까지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우리 화섬업계가 도저히 가격경쟁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고 들어오고 있다.
화섬산업이 고립무원의 한계 상황에 돌입할 위기 국면 속에 잘 나가던 국내 면방업계까지 심하게 출렁이고 있다. 올해는 성수기 없이 비수기로 직행해 재고가 쌓이면서 막장투매가 기승을 부린다.

수출비중이 가장 많은 편직물 경기가 바닥으로 내려앉았고, 대구산지의 화섬우븐직물 오더도 급감하고 있다. 우리 업계끼리 제살깎기 경쟁 속에 중국과 인도네시아산 원단이 저가공세로 시장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두자리 숫자 이상 고도성장을 만끽하고 있는 의류수출 벤더들도 요즘 환율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룬다는 소문이다. 월 1억달러 이상씩 네고하는 대형 의류수출 벤더들은 환율 폭락으로 인해 도둑맞은 것처럼 수익성 악화에 고민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섬유ㆍ패션업계뿐 아니라 내수마저 가라앉아 목졸림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경기침체로 장사가 안 된지 오래지만 올해는 세월호 악재까지 겹쳐 체념이 길게 밴 한숨소리만 요란하다.
이같은 수출ㆍ내수 위축이 지속되면 섬유ㆍ패션업계까지 게도 구덕도 다 놓치는 위기국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별한 반전의 전환점이 없으면 고래심줄처럼 강한 섬유ㆍ패션산업도 속절없이 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 없는 시절도 극목 못할 위기도 없다. 생명력이 유난히 강한 섬유ㆍ패션업계가 절망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가물가물하지만 희망의 바로미터는 개성공단이다. 지난해 4월부터 5개월 반 동안 문 닫았던 개성공단은 이제 정상화되면서 가장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다. 아직은 남북관계가 경색돼 5ㆍ24조치가 해체되지 않고 있지만 돌아가는 통박을 보면 개성공단은 호재요소가 가장 많은 곳으로 볼 수 있다.


국산 원자재 10% 더 쓰기가 대안이다.

개성공단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섬유 전용공단이 조성되면 우리 섬유ㆍ패션산업은 새로운 르네상스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리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남ㆍ북간 긴장완화와 경협확대를 통한 이익창출을 위해 개성공단은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가능성을 열어 놓을 수 있는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대형 의류수출 벤더들의 역할이다. 15개 의류수출 벤더들의 올해 수출규모가 100억달러를 훨씬 웃돈다.
수출외형의 절반이 원부자재 가격이고 그중 20~30%는 국산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을최대한 갖추면서 이들에게 국산 소재를 사용하도록 협조를 구해야 된다.

다만 그 전제는 품질과 가격조건이다. 국내 섬유업계가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노력하면 못할 것도 없다. 이를 위해 본지가 펼치고 있는 국산 원자재 10% 더 쓰기 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혼자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인식을 벤더와 소재업체가 공유해야 한다. 그 전면에 국제섬유신문이 나설 것이다. 애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채찍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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