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허병희 (호치민 무역관장)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체결을 앞두고 베트남 섬유산업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2014년 들어 4개월 동안 베트남의 섬유ㆍ의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59억 달러에 이르는 등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약 7000개 기업이 275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섬유산업은 베트남 경제를 먹여 살리는 핵심산업이다. 섬유산업은 전체 제조업 총생산액의 10%를 차지하며, 베트남 총 수출액의 15%에 해당하는 연간 200억 달러를 규모다.

베트남의 섬유 수출액은 개혁개방의 시발점인 ‘도이머이(Doi Moi)’ 정책이 시작된 1986년 대비 250배 이상 증가했고, 동기간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21.8%를 나타냈다.

현재 베트남 섬유의류는 전세계 180개국에 수출되고 있고, 이중 50개국에 각각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을, 16개국에 각각 1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ㆍ유럽ㆍ일본은 베트남 섬유 의류의 3대 수출시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섬유의류부문 총 수출액의 75%를 차지한다.

한국시장에서 ‘Made in Vietnam’ 제품의 수입 점유율은 중국에 이은 17%로 2013년에만 37%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여느 산업과 마찬가지로 베트남 섬유산업에서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차지하는 위상이 높다.
베트남 관세청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투자 부문의 섬유의류 수출 비중은 2005년 44%에서 2013년 60%로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와 대만은 베트남 섬유산업에 투자한 대표적인 투자국이다.
약 500여개의 우리나라 투자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있으며 이는 투자건수 기준 베트남 섬유의류산업의 40%에 해당하는 수치다.

최근 베트남 섬유의류산업을 관통하는 최대 이슈는 TPP다.
방적ㆍ염색ㆍ가공 등 원부자재를 중심으로 자국의 TPP 참여 여부와 무관하게 수혜효과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50% 이상의 세계시장 공급점유율을 과시한 중국을 대체할 생산거점으로 부상한 베트남 섬유산업이지만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에만 의존하는 산업구조는 약점으로 지적된다.
로컬기업 또는 베트남 진출 외투기업 대부분이 CMT(Cut-Make-Trim) 방식의 단순임가공형태의 수출 거점으로 가동되고 있는데, 현지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원자재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다.

이는 기업들이 원부자재 공급선에 대한 결정권을 갖거나, 디자인ㆍ생산ㆍ판매단계에 직접 참여하는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또는 OBM(Original Brand Manufacturing) 생산방식으로 발전시키는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 관세청에 따르면 수입 원부자재를 가공해 생산한 제품의 2012년 수출액은 전체 의류 수출액의 96.5%를 차지했고, 베트남 섬유의류협회(VITAS)는 2013년 베트남 섬유의류산업에서 원부자재 수입액이 총 수출액의 48%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저렴한 인건비와 부한 노동력만이 베트남 섬유의류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을 보장해주기는 어렵다.
일례로 라오스,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을 원산지로 하면서 생산된 제품은 유럽의 GSP(일반특혜관세제도)에 따라 유럽시장으로의 접근이 자유로운 반면 베트남에서 수입되는 제품에는 평균 11.7%의 관세가 부과된다.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TPP가 2015년 발효될 경우 미국이 현재 베트남 의류수입에 부과하는 관세 17.5%가 점진적으로 낮아져 최종적으로 완전 철폐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베트남의 주요 의류수출국 가운데 TPP 협정 참여국인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말레이시아로의 수출액은 약 117억 달러로 전체 의류수출액의 65%를 차지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MOIT)는 TPP 발효시, 2017년 베트남의 對美 섬유의류 수출은 현재의 연 13%에서 20%로 증가해 수출총액 연간 250~3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미국 수입의류시장에서 현재 10% 미만인 베트남 의류의 시장점유율이 TPP 발효 이후 35%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TPP 발효에 따른 TPP 회원국으로부터의 급격한 의류 수입증가에 대비한 미국내 섬유의류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얀포워드(yarn-forword)’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생산된 섬유의류제품은 원사생산에서부터 방적ㆍ방직ㆍ염색 공장을 포함한 완제품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공정이 TPP 회원국내에서 이루어져야만 무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얀포워드(yarn-forword)’ 규정은 의류생산에 사용되는 섬유 원부자재의 대부분을 TPP 비회원국인 중국과 한국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베트남 측에 불리한 규정이나, 한편에서 원부자재에 대한 높은 수입의존도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베트남 섬유의류산업에서 TPP가 이미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MPI)에 따르면 TPP 협상 시작 이후 이미 3억5000만 달러 이상의 외국인직접투자 자본이 베트남 섬유산업으로 유입되었으며, 향후 약 10억 달러의 투자자본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