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상광(이스탄불 무역관장)

인구 1400만 명에 1인당 GDP 2만 달러 이상, 그리고 억만장자가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곳은 어디일까!
이 정도면 선진국 대열에 합류 할 수 있는 경제지표이다. 

바로 터키의 경제수도 이스탄불이다.
인근 국가인 불가리아나 크로아티아 전체의 인구 보다도 도시 하나가 더 큰 셈이다.
국가 전체가 아니 도시 한곳을 얘기한다는 것은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한 세분화의 개념을 알기에 적합하다.

흔히 우리에게 터키는 중동의 느낌으로 각인돼 여성들이 히잡을 착용하면서 얼굴을 가리는 이슬람 국가로 여겨진다.

그러나 터키는 이슬람교를 받아들였을 뿐 아랍식 이슬람과는 거리가 멀다.
인구의 대다수인 98%가 이슬람을 종교로 갖고 있기는 하지만, 이스탄불에서 실제로 이슬람의 율법을 잘 따르냐고 묻는다면 둘 중의 하나는 그냥 종교는 종교라고 대답할 것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스탄불에서 실제 이슬람을 종교로 따르는 층을 절반 수준으로 본다.
다시 말하자면, 터키를 놓고 볼 때 유럽 대륙에 살짝 걸쳐있는 이스탄불과 나머지 지역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섬유를 방직기계 돌아가는 수준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고급 백화점에 전시되어 과감한 디자인과 명품으로 보아야 한다.

이스탄불의 비즈니스 중심가에서 히잡을 쓴 여성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길을 다니는 여성들의 복장은 원피스나 정장차림의 미니스커트 복장이 훨씬 많다.
비즈니스를 할 때 터키 마케팅이 아닌 이스탄불 마케팅으로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이다.

앞으로 터키도 SPA라는 개념을 더욱 전파할 것 같다.
SPA는 잘 알려진 것처럼 ‘Speciali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로 ‘자체 상표의류를 제조·판매하는 전문소매점’을 의미한다.

패션상품의 기획과 디자인, 생산 등의 제조 및 유통기능까지 갖추며 대량생산 방식을 통한 효율성과 빠른 상품 회전을 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는 스페인의 자라와 망고, 스웨덴의 H&M, 일본의 유니클로와 같은 브랜드들이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패션 트랜드를 선도하고 있는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터키는 어떨까?

터키에도 이같은 패턴으로 성장하고 있는 SPA 브랜드가 있다.
바로 마비(Mavi)라는 상표인데 마비는 터키어로 ‘푸른, 파랑’을 의미한다.
마비의 매장은 주로 청바지, 자켓, 청색 남방 등 푸른색 의류가 대부분이다.
브랜드 로고 역시 파랑색 글씨를 영어 소문자로 써놓았다.

터키 곳곳의 백화점에 대형매장으로 입점해 있는 당당한 브랜드이다.
코톤(Koton) 역시 면(Cotton)의 터키식 이름으로써 주변 국가들에 매장을 진출시켜 중저가로 다양한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SPA는 기존 전통적 제조자 중심의 상품 공급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낮추기 위하여 기획, 생산, 유통 프로세스를 한 기업이 수직 통합시켜 상품을 제조ㆍ판매하는 전략을 취하며 그 경쟁우위를 두고 있다.
터키에서도 SPA가 발달하고 있다는 것은 기존의 방식으로 더 이상 섬유를 이끌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의 터키가 섬유산업단지에서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원단 위주의 공급을 했다면, 지금의 터키는 브랜드 의류를 런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터키가 EU 시장의 주요 의류 수출 국가로서 중국과 경쟁 중에 있으나 품질 면에서 우수함을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유럽 브랜드의 제조를 오랫동안 담당하면서 제조한 경험으로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터키 전체 제조업 종사자중 섬유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약 20%에 해당할 정도로 고용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부분은 패션 및 유통업계에 진출하여 섬유를 상품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현재 터키 의류 생산업체들은 국제적 브랜드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많은 생산업체들이 곳곳에 매장을 만들고 있다.

앞서 언급한 터키의 대표 의류 브랜드인 mavi는 현재 전 세계 50개국에 326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30%의 성장을 보이며 2006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20대 청바지 브랜드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SPA의 경우 전반적인 브랜드 인지도는 유럽에 부족한 편이며 매출은 내수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에서도 점차 터키인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등 터키 전통무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짐에 따라 터키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어느 한 곳에 속하지 못하고 융합된 역사를 바탕으로 일어서는 터키가 앞으로 터키를 이끌어 온 섬유산업을 패션, 디자인, 브랜드가 접목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가꿔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사뭇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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