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김명신(상하이무역관 차장)


중국의 내수 불경기 때문에 섬유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의류 재고가 쌓이면서 원단수요가 줄고, 경기부진으로 의류브랜드들이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고급 원단보다는 중저가 원단을 선호하면서 한국산 원단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보다 매출이 늘어난 섬유업체를 눈씻고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중국에 2, 3년 전부터 울이나 편직물이 유행하면서 화섬원단 수요를 잠식했다. 특정 원단이 유행할 경우 중국 의류업계의 쏠림현상은 무척 심하다.

따라서 취급하는 원단의 종류가 적거나 몇 종류에 집중하면 시장점유율이 반짝 좋았다가 갑자기 급락하는 롤러코스터를 타기 쉽다.

중국의 여러 업종이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섬유산업에도 공급과잉 조짐이 나타났다.
이는 화섬업체들이 2009년과 2011년 섬유산업 경기를 너무 낙관적으로 판단해 앞뒤 가리지 않고 투자를 늘린 것과 관련이 있다. 

2013년 중국의 화섬업종 이윤 총액은 259억 8000만 위안으로 2012년에 비해 18.3% 늘었다.
이윤율은 2012년보다 0.3%P 올랐지만 방직업 이윤율(5.4%)를 크게 밑도는 3.7%에 그쳤다.
폴리에스테르 업종의 이윤 총액은 3.1% 감소한 반면, 스판덱스는 3.4배 늘어나는 등 업종간 희비가 엇갈렸다.

중국의 화학섬유 생산량은 연 4000여만 톤으로 공급과잉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화학섬유업계 전반이 재고가 늘고 가격이 내려가면서 기업이윤이 줄거나 적자를 보는 경우가 많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가 쉽게 나온다.
중국 세관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화학섬유제품 수입이 2013년 87만 2000톤으로 2012년에 비해 6.2%, 수출은 268만 톤으로 8.6% 늘었지만 화섬 원재료 수입은 줄었다.

주요 수출 품목은 폴리에스테르 필라멘트와 폴리에스터 단섬유이며, 각각의 수출량은 폴리에스터 필라멘트가 129만 2000톤으로 화섬 수출량의 전체의 48.2%를 차지하고 폴리에스터 단섬유는 73만 4000톤으로 전체 화섬수출량의 27.4%를 차지했다.

2013년 중국의 화섬 원재료 수입은 1349만 5000톤으로 2012년에 비해 15.9% 줄었다.
이중 에틸렌글리콜(Ethylene Glycol)의 수입이 823만 8000톤으로 전체 화섬 원재료 수입의 61%를 차지했다.

반면, 폴리에스테르의 초급원료인 PX수입은 904만 8000톤으로 2012년에 비해 43.9% 늘었다.
PX에 대한 중국의 수입의존도가 2013년 45%에서 앞으로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내수불경기보다도 우리 섬유업계를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한국과 중국의 원단수준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산 원단이 중국산에 비해 강점을 가진 것은 염색 등 후가공부분인데 이 역시 중국산 원단의 추격이 거세다. 아직까지는 한국산 원단의 패턴 디자인이 유니크하고, 핸드필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안심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원단이 중국시장에서 빠르게 확장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한국 원단을 거래할 만한 중국의 고가 의류브랜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나마도 최근에는 불경기 때문에 의류기업들이 원가절감에 나서면서 한국원단의 입지가 많이 줄었다.
중국시장에서 한국산 원단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격대비 품질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에 비해 해답을 너무 무성의하게 내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해답은 여기에 귀결된다.
왜냐하면, 한국산 원단은 이탈리아산이나, 일본산에 비해 품질면에서 하위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면서도 중국산과의 품질격차는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의류 디자인이 아직까지는 고급원단을 소화할 만큼까지 성숙하지 않았다는 것도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중국의 의류 디자인 자체가 아직까지는 중저가 원단을 사용해도 무난한 수준의 것이 많다.
이들의 디자인 감성과 색채감각이 중고급 수입원단을 광범위하게 쓰기에는 아직까지 부족한 것이다.
이점에서 원단과 의류디자인을 함께 수출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특정 원단으로 특정 형태의 의류디자인을 할 경우 제품이 어느 수준까지 구현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중국 섬유시장 공략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중국 패션업체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원단 등 패션소재에 대한 중국 로컬기업의 문턱이 보다 낮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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