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한꺼번에 바뀔 수 없다. 인생의 반은 습관 만드는데 쓰고, 나머지 반은 습관이 만든 대로 살아 갈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안전지침이 없어 물에 떠 있던 세월호를 속수무책으로 눈 뜨고 가라앉힌 것이 아니다. 최소한 지켜야할 기본 규칙마저 적당히 외면하고 망각한 잘못된 습관 때문이다.


“침몰 책임은 청해진호이지만 인명 희생의 책임은 해경”이라고 뻔뻔한 궤변을 늘어놓은 구원파 대변인의 반박이 걸작이다. 가당치 않은 적반하장이지만 무능하고 비겁한 해양경찰이나 엉망진창 안정행정에 대해 정부 당국은 곱씹어볼 의미도 있다.

사람이 한 평생 살면서 가장 못할 짓은 부모보다 자식이 먼저 가는 참혹한 일이다. 그래서 예부터 자식을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나보내는 일을 참척(慘慽)이라고 했다.

중국산 원단 유럽명품 브랜드 장악

그것도 본인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사도 아니고 탐욕에 눈이 먼 선박회사와 무능한 정부로 인해 자식을 잃은 부모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부서진 파도만큼 허망한 탄식에 두려울 것이 없다. 감정을 절제 못한 비판도 있지만 희생자 부모가 총리에게 삿대질하고, 대통령에까지 대드는 비분강개를 이해해야 한다.

배가 가라앉아 생떼 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악에 받친 심정은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막말로 대통령이 하야한다고 사태가 수습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참사를 교훈으로 안전문제를 포함한 국가 개조를 통해 어린 학생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혁명적인 대책으로 위로를 삼아야 한다.

정부도 진정성 있는 희생자의 명복과 함께 살아있는 유가족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직장에 못나가는 유족들에게 지난 8일부터 4인 가족 기준 월 108만원을 그것도 6개월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너무 약략스럽다.

천안함 희생자에게는 국민 성금을 모아 46명 용사 유족들에게 5억 원씩 지급했고 장학금과 사회복귀를 지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도록 과감하게 도와야 한다. 유가족들의 억울함을 위로하여 온 나라에 창궐한 국민 우울증을 치료해야 한다. 이젠 세월호 슬픔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게도 구덕도 다 놓치고 국가대위국(大爲國)으로 갈 위험이 크다. 내수경제가 주저앉아 서민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신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본질 문제로 돌아가 최근 중국에서 발행되는 영자지 베이징 비즈니스 투데이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원단업체가 ‘아르마니’와 ‘휴고보스’, ‘제냐’ 등 유럽 최고 명품 하우스에 정장과 자켓용으로 대량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됐다. 산시아 텍스타일의 모기업인 중국 산동루이 그룹에서 미터당 수십위안에서 수백위안짜리 원단을 수백수천만 미터규모로 대량 공급키로 계약 했다는 것이다. 이들 중국 원단을 구매한 유럽 명품 브랜드들은 슈트 한 벌에 최소 1만위안(1600달러)짜리를 만들면서 미터당 최고 800위안(128달러)짜리 중국산 원단을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계약조건은 중국산 원단의 노출을 꺼려 당사자들끼리만 비밀로 협정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들 명품 브랜드들은 주로 이태리산 고급원단을 사용했고, 일부 한국산도 구매했지만, 이같이 중국산 원단으로 대거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려졌다. 소비자들이 싼 중국산이란 이미지를 겁내 원산지 노출을 꺼리고 있으나 중국산 비중이 대폭 확대하고 있다는 증거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유럽 명품들이 중국산 원단 구매를 늘리는 것은 단순한 가격 메리트 때문만은 아니다. 품질에서 그만큼 유럽산과 격차가 줄었거나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중국산은 세계 최대 생산설비를 활용한 규모경쟁뿐 아니라 품질경쟁에서도 세계 정상수준에 도달하고 있음을 반명하고 있다. 1개 화섬 생산규모가 한국 전체 생산량을 초월하고 전 세계 소비량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 중국이다.

면방도 한국의 100배 이상 설비를 보유하고 있고 제직, 염색섭리 모두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이같이 생산능력의 대량체제와 더불어 품질경쟁력까지 급진전됐다면 우리 섬유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실제 이미 양뿐 아니라 질까지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중국의 인건비는 아직도 우리의 10분1 수준이지만 설비는 대부분 10년 이내 최신 기종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양적 경쟁력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지만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는 질적 경쟁력 앞에 작아지는 것은 한국 섬유패션산업이다. 중국뿐 아니다.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섬유대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인도, 방글라데시 등 세계의 공장들도 2020년까지 중장기 섬유패션산업 전략을 수립해 매진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쇠락의 징검다리를 건넌 한국섬유산업은 앉은뱅이 상태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 섬유산업의 차별화 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같은 명제 앞에 우리 업계는 갈지자 게걸음에 소걸음이니 표류와 방황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중저가품의 경쟁력을 잃은 지 20년이 다 되고 있는데도 차별화는 구호와 구두선에 그리고 있다. 삽질하지 않고 물이 고이기를 기대할 수 없는데도 섬유스트림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40년 된 설비에 의존하고 있는 일부 화섬업체와 내용 연한이 20년이 지난 제직, 편직기에 의존하는 직물 기업이 부지기수다. 세계적인 설비를 구축하지 않고는 단순 기술 경쟁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수없이 되 뇌이지만 차별화 바로미터인 설비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직물원단의 차별화 특화는 직물업계 독자기술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원사 소재부터 차별화돼야 한다. 우리 화섬산업의 차별화가 정체돼 있는 것도 원단의 특화가 제대로 진화되지 못하는 원인이다.

규모경쟁이 품질경영까지 참패

면방이 요즘 중국의 수요부진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단위기업 당 500억~1000억 원을 과감히 투자하는 결단으로 화이트사 품질에서 최고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화섬과 면방 소재부터 차별화 돼야 우리가 뚫어야할 유럽 명품브랜드를 공략할 수 있는 길이다.

화섬은 원사메이커의 차별화 못지않게 가연업체들의 차별화 기술이 병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화섬과 가연업계 간 긴밀한 협력이 선행돼야 함에도 우리는 국내 생산량이 절대 부족한 POY사 반덤핑 제소문제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설비투자도 부진하고 스트림간 협력도 삐걱거리고 그렇다고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아닌 우리 현실이 답답하다. 우리가 가야할 유럽 명품브랜드 공략을 중국에 기선을 뺏기고 있으니 앞날이 캄캄하다. FTA가 체결되면 금방 떼부자 될 것으로 믿었던 것도 신기루였고, 슈퍼섬유가 황금알을 낳을 거위로 봤지만 갈 길이 험난하다. 봉제야 이미 공동화 됐지만 화섬, 면방, 직ㆍ편직, 염색 모두 표류하고 있으니 세월호 만큼이나 답답하고 속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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