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타는 국민의 갈증에 한 줄기 소낙비가 내렸다.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유사 이래 최초의 7시간 규제개혁 끝장 토론에 찬사와 갈채가 쏟아졌다.

‘가시 울타리’, ‘대못’, ‘전봇대’, ‘신발 속의 돌멩이’, ‘손톱 밑 가시’ 덕지덕지 덩어리로 뭉쳐 있는 복합 규제 공화국의 오명을 씻을 날이 멀지 않았다. 오죽하면 현직 장관이 대통령과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우리도 미치겠다”고 온갖 가시울타리에 대한 독백을 털어 놓겠는가!

일자리 창출이 국정의 최우선 정책인데도 발목을 잡는 온갖 지뢰가 넓고 길게 깔려 있어 소용없는 메아리였다. 이걸 혁파하지 않고는 이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대통령의 결단이 돋보인다.

대통령이 직접 질문하고 “잠깐만요”하며 다그친 광경은 답답한 국민의 가슴에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오랜만에 쾌거를 지켜본 국민의 마음은 후련했고 기대에 부풀었다. “통치와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하는 안심을 갖게 했다. 빈말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잘한다.

국가경제의 모태 산업이자 주력산업

화제를 바꿔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 따라 산업별 흥망성세가 좌우되는 것은 역대 정부의 궤적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무엇보다 산업정책의 주무부처가 중화학에 편중하면 경공업이 소외됐고, 첨단산업만 싸고돌면 전통 기간산업이 외면당했다.

더욱 산업정책을 다루는 주무 장관의 고정관념이나 경도된 사고가 정책에 반영되면 산업별 양지와 음지가 극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70년대 중반 어느 몰지각한 상공장관이 ‘섬유사양론’을 불쑥 내뱉은 후 이 땅의 빈곤퇴치 주역인 섬유산업이 모진 풍토병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멀쩡하게 잘 나가던 섬유산업에 은행의 돈줄이 죄어졌고, 변 묻은 새발 떨 듯 만져보고 준다고 해도 섬유업계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몰상식한 ‘섬유사양론’은 결국 우리 섬유산업의 성장을 수십 년 후퇴시키는 무서운 해악을 끼쳤다. 그 후유증의 잔류독성이 아직도 섬유ㆍ패션산업을 괴롭히고 있다.

섬유산업이 고래 심줄처럼 질긴 특성도 있지만 그래도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가끔 주무부처에 친 섬유ㆍ패션 장관이 심심찮게 등장한 덕도 톡톡히 봤다. 꼭 집어 아무개 장관이라고 등장시키기는 어렵지만 역대 장관 중 이희범 장관과 직전 홍석우 장관 등이 섬유ㆍ패션산업에 강한 애정을 가졌던 장관으로 기억된다.

더욱 현직 윤상직 장관은 역대 어느 장관 못지않게 섬유ㆍ패션산업과 신발산업에 강한 의욕을 갖고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각료다. 선친이 섬유기업인이고 태어난 곳이 섬유산지이자, 자라고 성장한 곳이 신발메카 부산이어서 섬유ㆍ패션과 신발산업에 개인적으로 유난히 친숙감을 가진 것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상공부와 산업통상부, 지식경제부에서 과장, 국장, 실장, 차관을 거쳐 박근혜 정부 산업부 장관이 된 그는 산업의 특성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전문가로 통한다. 그의 원칙과 철학은 섬유ㆍ패션산업이 국가 경제의 기간산업이며 주력산업이라는데 강한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아침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주최한 섬유ㆍ패션 CEO조찬포럼에 이례적으로 초청강사로 나와 이 같은 애정과 강한 집념을 재확인했다. 유난히 소통이 잘 되고 있는 노희찬 회장과의 친소관계도 있지만 좀처럼 내기 어려운 아침 이른 시간에 섬유ㆍ패션산업 정책 전반을 성의 있게 밝혔다.

그의 섬유ㆍ패션산업에 대한 대전제는 “국가 경제 발전의 모태산업이자 현재와 미래에도 주력산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같은 기본 원칙을 바닥에 깔고 섬유ㆍ패션과 신발산업의 지속성장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의류용 기능성 섬유의 성장과 함께 우리도 이제 글로벌 패션브랜드 창출단계에 왔음을 자신하고 세계적인 브랜드를 탄생시키도록 패션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동대문의 재창조를 통한 패션허브 기반을 구축하고 아라미드 섬유와 탄소 섬유 등 슈퍼섬유의 산업화와 수요 산업과의 연계강화정책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섬유ㆍ패션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날 조찬포럼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한ㆍ중 FTA에 대한 그의 철학과 소신이 명쾌하다는 점이다. 그는 “한ㆍ중 FTA에 대한 섬유ㆍ패션업계의 우려와 오해가 많은 점을 잘 있다”고 전제하고 우선 우려되고 있는 대다수 품목은 민감 또는 초민감 품목으로 정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한ㆍ중 FTA는 위기만이 아닌 기회임을 설득력 있게 강조했다. 한ㆍ중 FTA는 특정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하고 안하는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역설했다.

일부 섬유스트림에 따라 분명히 우려가 되지만 이런 품목은 가급적 민감, 초민감 품목으로 보호하겠으며 섬유ㆍ패션 전체로 보면 기회임을 거듭 강조했다. 바로 13억 광활한 중국 시장에 차별화 기능성 섬유의 시장 기반이 마련되고, 국산 패션브랜드의 중국 시장 활로는 큰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ㆍ중 FTA로 인한 피해우려 업종은 업종대로, 중국 진출의 호재가 되는 업종은 업종대로 대책과 준비를 분명히 제시한 것이다.

또 눈길을 끈 것은 산업용 섬유의 시장 잠재력이다. 철보다 4분의 1무게에 강도는 10배 강한 아라미드 섬유의 일반적인 용도뿐 아니라 신발산업과 융합하는 방안을 직접 제시해 전문가 뺨치는 식견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하나의 예증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산업현장에서 신고 있는 안전화의 경우 바닥에 철판을 깔아 못이 박히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것은 무겁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라미드 섬유를 밑창으로 사용하면 못이 박히지 않고 무게도 가벼워 건강에도 이점이 많아 앞으로 천문학적인 수요가 기대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국내에서 선풍적으로 유행되는 아웃도어 패션은 세계 일류라고 전제하며 기능성 소재를 활용해 신발과 융합 활용하면 섬유ㆍ패션ㆍ신발산업이 동반 성장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더욱 다가선 섬유ㆍ패션ㆍ신발 융복합

그의 이 같은 섬유ㆍ패션산업에 대한 애정과 집념, 그리고 해박한 지식은 섬유ㆍ신발 산지와의 인연과 함께 정부에서 실무업무를 통달한 탁월한 능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등 후발국의 무서운 추격 속에서도 우리 섬유ㆍ패션산업이 이 정도나마 건제하는 것은 이 같은 친 섬유ㆍ패션장관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시대 상황이 바뀌면서 정부에 의존하던 시절이 지나고 업계의 자구노력으로 이루어졌지만 정부의 기여도를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것이 섬유ㆍ패션산업 특성이다. 이희범, 홍석우, 윤상직 장관 같은 친 섬유ㆍ패션 각료가 계속 등장해 자칫 한계산업으로 추락할 뻔 했던 산업의 재도약 기회가 높게 솟아오르길 기대한다. 국가 경제의 모태산업이자 주력산업인 섬유ㆍ패션산업에 대한 긍지와 자신감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킨 윤상직 장관이 장수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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