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국 상해에서 열린 ‘인터텍스 상하이’와 대구에서 열린 ‘PID’를 둘러보고 허탈한 탄식을 떨칠 수 없다. 상하이에는 13억 중국 내수 바이어와 세계 각국 바이어가 구름처럼 몰린데 반해 대구 PID는 상대적 빈곤으로 너무 썰렁했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의 공장 중국이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했고, 텍스월드 등 파리 전시회가 파리만 날린 채, 계약은 상하이에서 이루어진 점을 몰라서가 아니다. 광활한 중국 시장의 거대 전시회와 집안잔치 비슷한 대구 PID를 단순 비교할 수도 없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상하이 전시회는 확실한 금맥이 확인된데 반해 대구PID는 점점 빈약하다 못해 초라함까지 드러났다. 시장규모와 바이어 반응 등 여러 가지 장애가 많겠지만 대구 PID가 보다 알차고 세련되게 운영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상하이 인터텍스와 대구 PID의 차이

먼저 ‘2014 인터텍스타일 상하이’를 보자. 이 전시회는 지난해까지 시크(CHIC)란 이름으로 베이징에서 매번 열리던 것을 올해 처음 상하이로 옮겨 개최됐다. 세계 최대 전시 전문업체인 프랑크푸르트 주최로 열린 이번 상하이 전시회는 당초 주최 측도 반신반의 했다.

그래서 장소도 10월에 열린 ‘인터텍스타일’ 전시장인 뉴 인터내셔널 엑스포센터 보다 규모가 작은 월드엑스포 전시장에서 열렸다. 섬유소재만 떼어 상하이로 옮긴데 따른 참가업체와 바이어 수가 줄어들 것에 대비한 것이다.

그러나 상하이로 옮긴 이번 춘계 인터텍스타일 전시회는 예상을 앞질러 대박을 터트렸다. 23개국 1400여 업체가 참가한 인터텍스 상하이는 첫 날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바이어들이 몰렸다. 좁은 동선은 어깨를 부딪쳐야 할 정도로 바이어가 몰린 것이다. ‘파리 텍스월드’나 ‘프리미에르비죵’에서는 트렌드만 확인하고 본 계약은 상하이에서 하는 분위기가 정착됐다. 중국 바이어와 해외 바이어가 몰리다보니 점식 식사를 위해 100미터 이상 줄을 서는 광경이 가관이었다.

마침 소싱 시즌에 대비한 원단 계약 시즌이고 상해는 북경과 달리 홍콩과 광저우와 인접한데다 인근에 소흥 등 산지가 붙어 있어 바이어가 몰리게 돼 있었다. 더구나 유럽이나 미국 바이어들은 살인적인 미세먼지와 황사 공포로 베이징 방문을 기피하는 분위기였다. 국제홀 1관에 자리한 한국관과 밀라노우니카를 중심으로 한 이태리관, 일본, 대만관 모두 중국과 유럽바이어들로 매일 북적거렸다.

‘돈 있는 곳에 시장이 있다’는 평범한 원리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중국에 원화 기준 100억~200억 재산가가 한국 인구의 배에 달한 1억명 이상이라면 가격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한국 참가기업 71개사 대부분 예상외의 계약 및 상담실적에 만족한 표정이었다. 내년에는 더 넓은 부스를 확보해 판을 키워보겠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

중국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7.5%로 잡고 밀어붙일 태세다. 내수 경제 활성화를 기본 축으로 하는 경제정책임을 감안할 때 하기에 따라 우리의 제2의 내수시장화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정부의 예산 지원이 극히 작아 주관기관의 부스 확보가 녹록치 않다는 사실이다.

참가희망 업체는 많은데 부스가 좁아 수용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다. 이번에도 주관 단체인 한국패션소재협회에 150여 업체가 참가신청 했지만 30개사에 할애된 부스면적을 쪼개 71개사가 옹색하게 들어갔다.
중기청 예산 1억5000만원 규모를 받아 부스 임차료와 장치비 일부를 지원했지만 턱 없이 부족했다. 기왕 전시예산을 지원할 바엔 정부가 통 크게 지원해 조기에 부스면적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돈 벌려면 개별업체가 투자해야지 왜 정부에 손 벌리느냐?”고 질타할 수 있지만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전시회만큼 효율적인 대안도 드물다. 더구나 세계 최대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은 우리가 지정학적 장점을 살려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곳이다.

섬유교역에서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획기적인 예산 지원책이 필요하다. 엉뚱한 곳으로 줄줄 세는 정부 예산보다 놓칠 수 없는 금맥 시장인 중국에 보다 정책적인 전시회 예산 지원 방안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구 PID'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전시 효과가 아닌 보다 실질적인 전시회가 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대구 PID에는 10개국 325개사가 참가한 가운데 사흘간의 전시일정을 소화했지만 내용 면에서 참가 업체들의 실망감이 컸다는 지적이다. 중국과 달리 국내 전시회에 300여 업체가 참가한 것은 결코 과소평가할 상황은 아니다. 문제는 개최 시기와 운영방식부터 과시용이 아닌 실속형으로 바꾸어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이번 PID는 개최 시기가 공룡 ‘인터텍스 상하이’와 겹쳐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개최시기는 대구 PID가 먼저 결정한 것으로 알지만 어찌 됐건 ‘인터텍스타일 상하이’보다 빠르거나 늦춰야 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대구 PID사무국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홍보하면서 터키가 처음으로 국가관을 구성하여 주요 바이어가 기자와 함께 대거 찾아왔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터키 섬유 제조업자 협회 회원사와 언론사 2~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정작 직물 바이어라기보다 자국 내에서 직물을 생산하거나 자국 원단을 주로 사용하는 봉제업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상당수는 원단 바이어가 아니라 우리의 직물 경쟁사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을 비싼 달러를 들여 항공료와 숙박비를 부담하고 초청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일부 인사는 원단 계약 의도는 전혀 없는 순전히 공짜 관광을 목적으로 오는 인사도 섞여 있다는 소문이다.

쭉정이 아닌 진성 바이어 더 많이 데려와야

차라리 그럴바엔 터키 이스탄불 텍스타일 마켓에서 활동 중인 우리 에이전트를 통해 각자 5~10명씩 원단 바이어들을 모집해 초청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진성바이어 30~40명만 데려왔어도 성과는 훨씬 컷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기계전시회를 겸한 것은 아주 좋은 착상이지만 세계 어디를 가도 섬유기계 전시회장은 기계를 현장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이번 대구 섬유기계전은 3층에서 열려 바닥에 진동이 크다며 장소 제공자 측에서 기계 가동을 불허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 주요 섬유기계 메이커들이 대거 불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련 단체나 주요 기관들이 소통하고 협조했다면 물 없는 곳에 고기를 놀게 한 웃음거리는 없었을 것이다.
PID 주최 측은 이번 전시회 성과를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자화자찬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터텍스 상하이’ 못지않게 내실이 꽉 찬 차별화 소재전으로 정착시킬 것인지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경주해야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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