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박3일간 남중국 경제중심지 광동성의 남단도시 주하이(珠海) 경제 특구를 다녀왔다. 일정이 워낙 짧아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스쳤지만 분초를 다투며 급변하는 중국의 모습에 또한번 가슴을 치며 충격과 공포를 떨칠 수 없었다.방문의 주된 목적은 중국에서 스판덱스 기적을 창조하고 있는 동국무역 주하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주강(珠江) 삼각지 인접지역으로서 안산임해(安山臨海)의 천혜의 자연조건과 교통의 요충지인 해징공업구에 자리잡은 동국공장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는데 충분했다. 거두절미하고 워크아웃 기업이 우여곡절을 거듭하면서 4000만달러를 들여 1단계 공장을 성공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동국의 저력에 찬사와 갈채를 보낸다.필자가 동국의 중국 스판덱스 공장을 미화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해남 땅끝처럼 중국의 최남단 도시 주하이시가 공업단지를 개발하고 외자기업을 유치하는 전략과 열정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이다.충격과 공포 중국의 6通一平동국 스판덱스 공장만 해도 그렇다. 앞에는 드넓은 바다가 있고 뒤에는 적당히 우거진 산을 배경 삼아 넓게 펼쳐진 부지를 개발하는데 시정부가 상상을 초월한 행정지원을 했다. 맨땅에 상·하수도를 놓고 전기와 통신, 인터넷 설비를 포함한 이른바 6通一平을 만드는데 평당 18만원이 소요됐다는 전언이다. 그토록 비싼 비용을 들인 땅을 외자기업에 평당 6000원 남짓 팔았다면 선뜻 이해가 가겠는가.여기에 법인세는 2년간 전액 면제하고 그후 3년간은 50% 경감이란 파격적인 혜택이 부여됐다. 양질의 인력을 시당국이 알선해 구인요청대로 넉넉히 공급해주고 있다. 인건비는 원화기준 평균 12만원 수준이었다.흔히 상해 인근을 기준해 중국은 전력사정이 나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에서 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광동성은 전력난이 웬말이냐고 의아해 한다. 여기에 동국 공장은 인근 1km 지점에 있는 주하이 공항의 특선전용선에 연결된 지중화 선로이어서 연중 무정전 시스템을 구축할 정도였다.한마디로 모든 행정기관이 외자기업을 유치하고 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는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이번 동국공장도 정상적으로 놔두면 빠르면 7주, 늦으면 6개월이 소요된다는 준공식 필증을 신청 하루만에 해결했다는 설명이다. 시장이 공장가동뿐 아니라 금융차입을 원활히 지원하기 위해 준공필증을 진두지휘할 것이다.이같은 전방위 지원을 바탕으로 경제특구 주하이시 전체에 200여개 외자기업이 가동중이고, 최남단 해징공업구에도 동국이 48번째 외자기업으로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이같이 중국의 모든 행정기관이 변방에서까지 적극적으로 서비스한데 힘입어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할 정도로 전국 곳곳 버려진 땅이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우리의 처지와 비교되면서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에 불을 지르는 허탈감을 떨칠 수 없었다.공장 하나 짓는데 도장이 수백개 들어가고 은행은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섬유업종은 구경만 하고 준다해도 변묻은 새발 떨 듯 기피하는 우리의 처지와는 천양지차였다. 비단 관료나 은행의 정신 빠진 행태뿐 아니다.월 150만원을 줘도 생산현장은 물론 섬유업종에는 사무직까지 기피하는 모진 풍토병이 갈수록 창궐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우리보다 훨씬 빠른 사회주의 국가 중국도 휴일 수당만 주면 토요일 특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은행도 기업담당이 아닌 일반고객 담당파트는 일요일에도 교대근무를 할 정도로 고객 서비스가 앞서고 있다.정치는 사회주의, 경제는 자본주의 체제를 표방하는 중국을 들여다볼수록 제정신 가진 사람은 끔찍한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960달러에 1만달러 이상 소득자가 5600만명에 달한 중국이 2010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가 본격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결코 허구가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경제정책뿐 아니라 국토의 균형발전 전략도 우리보다 한수 위 였다. 최남단 도시 중산과 주하이에 중국 북쪽 명문대학 분교가 5개소에 달했다. 국토의 균형발전 기본 방향은 문화와 교육이 전제돼야 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명문대학의 지방 분교운영임을 그들은 일찍 간파한 것이다.중국이 오래전에 이같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추진해 온 점은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서울대와 연·고대를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대규모 분교를 운영할 경우, 100조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무리한 천도(遷都)를 강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문제는 중국의 전반적인 천지개벽에 갈채를 보내며 우리 스스로 언제까지 자포자기 행태를 거듭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이 뛰면 우리는 날아야 한다는 각오로 거듭나야 하고, 이를 위한 고단위 처방이 늦었지만 지금 절실한 것이다.우선 정치하는 사람과 노조 간부들부터 중국을 돌아봐야 한다. 상하이 포동지구도 둘러보고 칭따오에서부터 최남단 경제특구와 인프라를 둘러보도록 해야한다. 물론 관리들도 함께 봐야한다.중국이 어떻게 변하면서 아가리째 드러내놓고 한국경제의 몰락을 노리고 있는지 현지에서 확인해야 한다. 그것도 일과성 행사가 아니라 3개월, 6개월 단위로 중국 전역을 반복 시찰하도록 해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보면 금수(禽獸)가 아닌 이상 생각이 바뀔 수 있다. 그래야 제정신이 들어 개처럼 싸우는 정치인도, 극렬 노조의 배부른 파업도, 공무원의 무사안일도 바뀔 수 있다. 적어도 다른 예산을 줄여서라도 정부가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래심줄 같은 섬유 생명력이같은 대전제에서 모질게 패퇴하고 있는 섬유업계도 변곡점의 꼭대기에서 다시 생각하고 변신해야 한다. 정부의 실종된 섬유정책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정책을 채근하고 개진해야 한다.섬유정책 당국자가 지원책을 마련하고 도와주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고 있다. 3개월, 6개월이 멀다하고 바뀌는 국·과장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산업의 특성과 미래를 제대로 진단할 수 없는 것이다.섬유단체도 환골탈태해야 한다. 정부가 못하면 섬유단체가 중간역할을 제대로 해야할텐데 도통 방안퉁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능한 섬유단체의 오명을 하루빨리 벗고 업계가 어디로 가야한다는 가이드라도 제대로 해야한다.마지막으로 기업이 죽고사는 것은 기업 스스로의 몫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겠지'하는 생각은 원시적인 발상이다. 이대로 가면 세계의 공장 중국 앞에 속수무책으로 떡쌀 담그는 것은 '묻지마라 갑자생'이다.그러나 비상구는 있다. 대량생산 체제의 중국도 섬세함과 순발력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는 섬유에서의 약점은 얼마든지 있다. 중국의 약점을 제대로 간파해 활용하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찾으려는 노력마저 없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단체 업계가 시와 때를 가리지 말고 사활을 건 심도있는 대책에 전력투구 해야한다. 우리섬유산업 생명력은 고래심줄처럼 강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직시할 때다. <本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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