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고용 동대문 제품디자인 촬영 현지에 전송

▲ 중국 광저우 의류 쇼핑가 모습. KOTRA 칭다오 무역관 측은 이곳의 의류 상가가 동대문의 디자인과 마케팅 노하우를 그대로 베껴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동대문시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진열 판매 등 고스란히 복제…동대문 출신 영입도
동대문 출입 파파라치 단속ㆍ경쟁력 차별화 나서야

-KOTRA 칭다오 무역관 보고서-

중국 광저우 의류시장이 서울 동대문시장의 상품과 판매 노하우를 고스란히 베끼면서 동대문 의류시장을 위협하고 있어 이에 따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KOTRA 칭다오 무역관측이 지적했다.
칭다오 무역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광저우 의류상가는 동대문상가의 디스플레이 복제 뿐 아니라 동대문 출신의 전문가들까지 영입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동대문이 국제 패션상가 허브 위상 동북아 시장의 ‘샘플실’ 정도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고 무역관측은 전했다.
칭다오 무역관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광저의 의류시장의 실상과 현황을 점검해본다.<편집자 주>

-후이메이 쇼핑몰 한국 상인들에 분양
중국 광저우 최대 의류 도매시장 잔시루(站西路)’에 있는 ‘후이메이(匯美)’쇼핑몰로 2007년 오픈해 현재 가장 인기있는 의류도매시장으로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1300여개의 매장이 집중돼 있다.
잔시루 상권에는 후이메이 외에도 바이마(白馬), 톈마(天馬) 등 15개가 넘는 대형 의류도매상가가 몰려 있다.

후이메이 바로 옆 진두(金都) 의류상가는 현재 1400평 규모의 지하 1층을 리모델링해 한국 상인들에게 분양하고 있다.
잔시루 의류상가의 품목 판매가격은 다른 상가에 비해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저가 도매시장인 스산항(十三行), 샤허(沙河) 상가는 옷 한 벌에 1위안(약 175원) 미만의 마진으로 박리다매로 영업하는 곳이 많다.
현지 한국인은 이를 ‘1원떼기’라고 부른다.

-기술ㆍ영업노하우 유출 발가벗겨진 동대문
2007년 문을 연 ‘후이메이’는 아예 한 층을 ‘한국부’로 만들어 서울 동대문상가 출신들을 대거 영입해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대문 출신 상인들의 영업 노하우 유출이 일어나고 있으며 ‘후이메이’가 성공하자 다른 의류상가들도 앞다퉈 ‘동대문 스타일’을 베끼고 있는 실정이다.

후이메이에서 의류매장을 운영 중인 한국 동대문시장 출신 원용연씨에 따르면 몇 년 전만 해도 디스플레이(진열)나 인테리어 개념이 없던 광저우 상인들이 동대문을 드나들면서 품질 수준을 크게 올려놨다.

디자인부터 의류제조 및 유통의 전 과정이 반경 5~10km 이내로 패션 트렌드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동대문 방식을 모방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대문 제품 디자인 사진 찍어 복제
광저우에서 비교적 크게 영업 중인 의류상 대부분은 서울에 조선족 직원을 따로 고용해 동대문 쇼핑몰을 돌며 제품 디자인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게 한 뒤 이를 베껴 생산하고 있다.

이같은 행태가 확산되면서 동대문에서 디자인하고 광저우에서 카피한 불법 대량생산 의류제품이 거꾸로 싼값에 한국에 들어오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 한국 상인에 의하면 서울 동대문에서 팔리는 물건의 80%는 광저우에서 넘어온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전한다.

중국 업체들은 또한 한국서 방직기계를 사들이면서 한국인 기술자도 함께 영입해 품질을 높이고 있다.
이는 한국의 생산기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나를 베끼지 마세요” 문구까지 그대로
광저우 상가들은 심지어 상품에 한국산(韓國産)임을 눈에 띄게 표시하고 디자인 모방을 못하도록 마네킹에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문구(別模我·나를 베끼지 마세요)까지도 한국의 동대문과 똑같다.

또한 매장 인테리어와 상품 구성이 동대문과 흡사하며 ‘후이메이’는 마치 서울 동대문 패션타운의 ‘유어스’나 ‘두타’를 옮겨놓은 듯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동대문 상인과 동대문 출신 기업인들은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광저우 의류시장’을 지목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북아 패션 시장 ‘샘플실’ 전락 우려
문제는 광저우 의류시장이 앞으로 동대문시장을 더 위협할 것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중국산 옷은 값이 싸고 품질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상태에서 봉제기술도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단 품질이나 디자인 능력까지 광저우 의류시장에 따라 잡힌다면 동대문은 사실상 설 곳이 없고, 자칫 동대문이 중국시장에서 밀려나 동북아 시장의 ‘샘플실’ 정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대 조동성 교수의 말을 빌리면 ‘동대문은 현재 중국의 가격 경쟁력과 밀라노-파리의 창의력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에 다름 아니다.

-파파라치 단속-경쟁력 강화 차별화 나서야
동대문은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이지만, 대량생산 인프라를 갖춘 광저우 의류시장은 인건비와 규모의 경제 장점을 살려 머잖아 ‘다품종 대량생산’을 실현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동대문 의류상가, 도매시장에서 불법카피 파파라치 출입을 단속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테면 상가 출입시 카메라 반입금지, 촬영 땐 범칙금 부과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또한 출입구에 소지품 검사장비 및 물품보관소 설치도 고려해야 하며 CCTV 수를 늘려 파파라치들에게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불어 동대문시장의 퀄리티를 더욱 강화해 광저우시장과의 새로운 차별화를 모색할 것을 주문한다.
봉제기술 및 의류소재의 고급화와 동시에 디자인부터 생산ㆍ유통ㆍ소비까지의 시간ㆍ비용 절감을 모색해 국내 생산기반의 붕괴를 막는 것과 동시에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밖에 역내 상인들과의 상업협동조합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 방법을 모색하고 동대문만의 독특한 문화와 개성을 살려 차별화를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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