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는 미국의 선택은 현명했다. 테러와의 전쟁 사령관인 부시대통령이 예상보다 수월하게 재선고지를 점령했다.힘을 받은 안보대통령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을 더욱 강력히 수행하겠다고 벌써부터 으름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시승리의 일등공신인 빈라덴이 오금을 저리게 됐다. 그물코가 삼천이면 잡힐 날이 있듯이 그를 향한 포위망이 더욱 좁혀지고 있다.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것은 김정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후세인 신세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주름잡던 가다피가 미국에 백기를 든 것은 절묘한 선택의 선견지명이었다. 김정일도 호랑이 앞에서 웃통벗는 무모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정권도 유지되고 부황든 북한인민의 염원인 개성공단도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듯이 그렇게 돼야 우리의 섬유산업도 새로운 르네상스를 구가할 수 있다.허장성세 섬유수출 대국본질문제로 돌아가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 오는 11일은 열여덟번째 맞는 섬유의 날이다. 올해도 섬산련이 주관이 돼 어느 때보다도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그러나 섬유인의 축제의 장이 돼야할 섬유의 날이 갈수록 우울하고 형언할 수 없는 퇴폐함을 떨칠 수 없다.흘러간 옛노래인 세계 5위 섬유수출대국은 날개없이 추락하고, 정책도 방향도 없이 내부적으로 혼란과 불신까지 고조되고 있다. 실제 섬유수출은 지난 2000년 187억 8300만달러를 피크로 내리 3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올해도 잘해야 150억달러를 가까스로 달성할 전망이다.내수는 IMF때 보다 더욱 꽁꽁 얼어붙어 내수패션 업체들의 허탈한 탄식이 귀청을 때린다.한심하고 답답한 것은 아직도 정부가 세계 1위라고 강조하는 대구 합섬직물은 붕괴속도에 가속이 붙어 산지기능까지 상실위기를 맞고 있다. 5만대의 혁신직기가 1만대 수준으로 가동이 줄었으니 세계 1위는커녕 산지라는 이름자체가 조소거리가 되고 있다.설상가상으로 세계 섬유교역에 대지진을 예고하는 섬유쿼터마저 내년부터 폐지되면 우리 섬유산업은 참담한 패배감을 맛볼수 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의류수출업체들이 20년 전부터 글로벌 소싱을 성공적으로 달성해 해외 오프쇼어공장 운영업체들은 괄목할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또한 국산 원부자재 사용이 갈수록 줄고 품삯이나 남기는 해외 생산이란 점에서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섬유수출의 시장 보호막인 섬유쿼터가 폐지되면 해외에 진출한 의류봉제 수출업체를 제외하고는 극심한 절망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이같은 절박한 상황인데도 정부의 섬유정책은 장밋빛 청사진에 불과한 흘러간 옛노래 타령이고, 업계는 극심한 자포자기 속에 심한 내부 갈등까지 빚고 있다. 향후 섬유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없는데도 2010년 섬유수출 300억달러에 세계 섬유수출 3위 대국이란 레코드판을 아직도 돌리고 있다. 각론으로 제시한 패션산업 중흥과 염색가공기술 현대화, 기능성 섬유 확대, 산업용 섬유비중확대 등은 20년전부터 나온 단골 메뉴지만 지금껏 뚜렷한 진전이 없다. 특히 산업용 섬유 전환이 말로 하듯 쉬운 것이 아닌데도 대포소리만 요란할 뿐 실질지원육성은 눈에 띄는 게 없다.정부의 섬유정책이 실종된 것은 물론 우리 내부의 갈등과 반목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대구 합섬직물산지가 공황에 가까운 장기불황이 3년이상 지속되면서 다 죽게 됐는데 원사값은 외양적이나마 올들어 60%이상 폭등했다. 원인은 석유화학측이 공급하는 PTA와 MEG, 카프로락탐 가격이 50~80%나 폭등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유화폭리를 막기에는 강자적 논리앞에 실수요업계의 처지가 너무 열악하다. 어느덧 수직관계에 놓이면서 눈치만 살피는 화섬업계가 유화업계를 상대로 맞대응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악에 받친 대구직물업계가 나서보지만 '한계산업은 죽으라'는 막말만 듣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오죽하면 이판사판 입장인 대구 섬유업계가 들고일어나 고속도로상에서 생존권 보장을 내세우며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겠는가. 유화업계의 폭리횡포를 바라만 보고 눈치나 살피는 무능한 정부에 대구직물업계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대규모 봉기에 나서겠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그러나 우리 섬유업계가 모든 것을 감정적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좀더 인내를 갖고 유화업계를 설득하고 정부를 채근해야 한다.이같은 대전제에서 산자부의 섬유패션산업정책이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알다시피 지난 5~6년간 국내 섬유산업에 대한 설비투자는 거의 정지상태에 있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후발국은 첨단 신기종을 무차별 신·증설하고 있는데 우리가 설비투자를 포기하는 것은 몇 년 하는데까지 하다 끝장내겠다는 체념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업계의 설비투자를 적극 유도해야 하고 이에따른 설비투자나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자금을 파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그것도 타산업에 비해 병아리 눈물만큼 찔끔찔끔 줄 것이 아니라 위기의 섬유산업을 재도약 시킨다는 의지에서 조(兆)단위 자금을 확보해 장기 저리로 지원해야 한다. 웬만큼 지원해서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것이 섬유산업의 현주소다. 섬유산업을 살리는 것은 단순한 특정산업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 경제와 사회안정을 위해서도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인 것이다.단순한 경쟁력만을 따진다면 우리농촌에 연간 수조원씩을 퍼부을 이유가 없다. 국제시세보다 5배나 비싼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명분은 모든 산업의 뿌리인 섬유산업과 다를 바가 없다.그리고 다시 중언부언 강조한다. 기업의 생존은 기업 스스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업계 스스로 섬유산업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전력 투구하는 것은 섬유기업인 스스로의 몫이다. 어떤 경우라도 세계 섬유수요는 연평균 3.3%씩 증대되고 있다.중국과 인도에서 만든 제품을 똑같이 만들어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아는 정설이다. 반면 고부가가치 차별화로 돌파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다. 더욱이 변수는 있지만 개성공단이 조성되면 섬유산업의 새로운 르네상스가 도래할 수 있다. 이제 체념적 냉소주의나 자포자기를 벗어나 다시 뛰는 열정으로 재도약의 기지를 높이 들 것을 올해 섬유의 날에 다시 한번 다짐하고 실천할 것을 촉구한다. <本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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