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 있는 한국의 희망
중국 쑤저우 못지않은 잠재력
'3통'개선으로 경협 활성화하면
꽉 막힌 남북관계 물꼬도 기대

새해 한국은 동북아 정세의 요동과 북한 체제 급변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여러모로 혼란스럽고 힘든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특히 남북관계는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변수이고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한국의 희망과 절망을 좌우할 수 있다. 하지만 멀리서 해답을 찾으려 하기 보다는 바로 앞에 보이는 개성공단에서 남북 관계를 중심으로 한 경제 외 외교, 정치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 볼 수 없을까.

얼마 전 의류산업협회 회원 40여 명과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아침 7시에 출발해 오찬간담회를 한 뒤 6개 업체 생산 현장을 꼼꼼히 둘러보고 다시 서울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 30분이었다.

광화문에서 판문점까지 60Km, 다시 판문점에서 개성까지가 8Km에 불과하다. 많은 국외 의류생산기지를 가봤지만 개성공단만큼 가까우면서 생산능력과 품질관리가 흡족했던 사례가 많지 않다.

2004년 남북 경제협력의 싹을 틔우고자 가동을 기삭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지만 북한 리스크는 경협에 최대 장애요인이다. 지난해 4월 3일 북한의 한국 근로자 출경 제한 조치 이후 166일 만에 생산설비가 재가동됐지만 실질 가동률은 아직 40~50%에 불과하다.

중국 쑤저우 공단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1994년 세워진 쑤저우 공단은 지난해 총생산액이 약 30조원에 달하며 연평균 30%이상 성장하고 있는 중국 대표 산업단지로 1만8000여 개 국내외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에 비해 개성공단은 지난 10년간 누계 총생산액이 약 2조1000억원에 불과하다.

남북 관계에 따라 쉴 새 없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개성공단을 쑤저우 공단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운영 주체가 경제가치 창출을 위해 협력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배워야 할 요소가 있다.

특정 산업 관점에서만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섬유ㆍ의류 제조기업이 72개로 60%에 달하는 만큼 의류기업인으로서 개성공단 활성화 책임감과 함께 그 발전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1월 초 대통령 유럽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영국 프랑스 등 패션 시장을 둘러보고 소비 양극화와 저가 의류 트렌드를 체감할 수 있었다. 국내 의류기업들은 급변하는 트렌드와 세분화하는 소비자 욕구에 부합하기 위하여 의류 제조 방식을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전환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살아남는다.

새삼스럽게 확인한 바이지만 개성공단은 치열한 생존경쟁에 직면한 국내 의류기업들에 큰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빠른 접근성,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준수한 품질관리 능력은 외국 어느 생산 공장에 비해서도 경쟁력 있는 조건이다.

게다가 한ㆍ미, 한ㆍ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서 개성공단이 역외가공 지역으로 인정되면 그 파급효과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국내 의류기업 대표들이 이번 방문에서 입주기업 간담회를 통해 쌓은 신뢰에서 희망의 싹을 발견했다.

개성공단 발전을 위해 한국의류산업협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 간 MOU를 체결하고 일감 연결 확대와 오더 상담 진행 등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경제인 관점에서는 한국이 30년 쌓아온 신발 제조 노하우가 불과 3년 만에 중국에 전해졌다는데, 기왕이면 한 핏줄인 개성공단 동포들에게 제조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앞으로 개성공단에 3통(통신ㆍ통행ㆍ통관)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남북 경제협력이 한층 원활해질 것이다. 그리고 개성공단의 희망이 경제영역을 넘어 다른 분야로 전파되고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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