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TPP가입, 일본에 주도권 뺏기지 말아야


필자는 지난달 초 클린턴재단의 초청을 받아 미국 워싱턴 워싱턴 DC를 방문했다.
빌 클린턴 전 美 대통령 내외가 지인들을 초청해 행사를 직접 주관했다.

이들은 지구상의 가난한 나라들을 상대로 빈곤퇴치와 건강, 교육, 환경보호 운동에 앞장 서는 등 퇴임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첫 날 리셉션은 워싱턴 DC의 클린턴 내외 자택에서 진행됐는데 여러 가지로 매우 소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행사가 끝난 뒤 미국에 며칠 더 체류하면서 자유무역협정(FTA)에 관심이 있는 지인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등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노동집약 산업으로 인식돼 오던 섬유ㆍ의류 제조분야가 높은 기술과 자본으로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특히 의류 제조분야에서는 저임금 노동력과 수출적격 국가를 찾아다니며 투자를 하는 등 치열한 마케팅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무역 환경이 급변하면서 투자 대상이나 주요 교역 파트너도 바뀌고 있다.

지구촌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역시장에서 전방위 입체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국민들에게 하나의 일자리라도 더 만들고 조금이라도 더 경제적 풍요를 제공하기 위해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국가간 무역은 ‘Glocalization’이라는 말처럼 세계적인 계획과 지역적인 특성이 합쳐져야만 그 위력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WTO 규정을 준수하면서 한편으론 국가간 연합 형태로 지역적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무역동맹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한-EU, 한-미 FTA를 체결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크게 넓혔다.
그런데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글로벌 무역환경에 주지해야 할 움직임이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에서 넓은 의미의 자유무역을 위한 협상 (The 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 TTIP)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대서양 연안국들이 경제 블록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태평양 권역권 국가들은 그들만의 자유 무역협정(The Trans-Pacific Partnership: TPP)을 거론한지 3년 반을 넘어서면서 타결을 위한 막바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10년 3월 7개 국가로 시작된 TPP 협상은 이제 12개국으로 늘어나 미국, 캐나다, 멕시코, 페루, 칠레,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이 모여 마무리를 향해 치닫고 있다.

TPP 참여는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하고 참가국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중남미ㆍ동남아 일부 국가들은 기본적인 요구사항이 미달돼 참여가 힘들다. 한국은 미국과의 FTA 등을 통해 충분한 자격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FTA를 선점한 한국은 지금 같은 보폭이라면 TPP에서 일본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채 그들이 중ㆍ광역대의 자유무역협정 가입을 타고 시장을 누비고 있는 것을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TPP는 그 동안 우리가 추구했던 FTA와는 그 규모 면에서 광범위하다. 이미 12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2012년 기준 교역액이 미화 1조 5000억 달러가 넘는 규모다.
협상이 타결돼 발효되면 이 수치는 급격하게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TPP의 장점은 협정을 맺은 국가간 상호 보완적인 역할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더 많은 교역이 가능하다.
한국이 참여하는 경우 한국산 원사 또는 원단을 이용해 베트남에서 의류를 생산한 뒤 일본, 미국 등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이 TPP에 가입하면 굳이 일본과의 FTA 체결을 서두르지 않더라도 일본을 상대로 경쟁력 있는 아이템 수출을 구상할 수 있는 것도 메리트다.

물론 협상이 타결돼 몇 년이 지난 뒤에야 완전한 무관세 거래가 가능하다.
따라서 TPP 타결 전에 협상 테이블에 앉아 수혜를 논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아웃사이더로 남아 있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개방경제를 추구함에 있어서 우리의 시장도 함께 열어야 하지만, 우리는 이미 많은 분야가 개방돼 있고 수출에 의한 무역 흑자국으로서 경쟁력 또한 높기 때문에 참가국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만약 TPP에 가입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것은 자명하다.
무역강국 대한민국이 TPP에 가입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이 더욱더 자신감을 갖고 글로벌 시장을 누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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