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반응 기대반 우려반
연매출 2조. 영업이익률 2% 불과 재도약 기대
빈폴 완판율 85%, 영업이익 20% 신화 깨져
에버랜드, 조직 전원 흡수 세계적인 패션기업 도전

제일모직 패션 사업이 삼성 에버랜드로 이동한 ‘패션 빅딜’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의 모태산업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모직물 및 패션기업인 제일모직이 창업 59년 만에 섬유패션기업의 간판을 내리고 패션과 무관한 에버랜드에서 새 둥지를 틀게 돼 명성과 전통의 전문성이 유지 확대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국내 최대 패션기업인 제일모직은 직물 및 패션사업 부문을 1조 500원을 받고 에버랜드에 넘기면서 제일모직은 화학과 전자 소재 전문기업으로 남게 됐으며, 상호에서 모직이란 이름 자체도 사라지게 됐다.

이번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이 에버랜드로 넘어가는 배경은 그룹의 지배구조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에버랜드의 규모와 능력으로 봐 패션산업을 주력 사업의 하나로 키워갈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제일모직의 직물사업부와 패션산업부의 조직이 그대로 에버랜드로 넘어가게 돼 회사 간판만 바뀔 뿐 기존의 경영전략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제일모직 패션사업부가 에버랜드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고부가가치 패션산업이 본의건 아니건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 절하된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연간 매출 규모가 1조 8000억 원에 달한 패션산업부의 비중에 제일모직 전체 매출의 30%에 지나지 않는다는 낮은 평가와 함께 영업이익률이 2%에 머문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패션업계가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분기에 패스트패션 산업의 부진으로 적자를 냈으며 지난 6월 패스트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담당해온 자회사 개미플러스를 제일모직에 합병시켰다.

더욱 업계가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그토록 잘나가던 제일모직 패션산업 부문의 내용이 밖에서 본 것과는 달리 크게 취약하다는 점에서 회사 내에서 부담이 됐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98년 삼성물산 패션산업부와 제일모직 패션산업부가 합병해 제일모직 패션사업으로 단일화 된 이후 한동안 외형과 영업이익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부러움을 사온 것이 제일모직이었다.
빈폴 신화로 통할 정도로 연매출 250억 규모이던 빈폴 단일 브랜드 매출이 2004년에는 2500억 원으로 껑충 뛰었고 이익률이 무려 20%에 달했었다.

2004년에는 패션 부문 매출이 국내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고 빈폴 완판율 85%를 기록하면서 영업이익도 1000억 원을 상회해 패션업계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비록 내수패션 경기 침체로 모든 패션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영업이익률이 막다른 길로 추락하지는 않았다.
올 상반기만 해도 패션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타 업종보다 훨씬 양호하게 나타났다.

영업무역의 영업이익률은 15.24%이고 휠라코리아 14.7%, 한섬 11.62%이었으며 실적이 나쁜 LG패션도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5.63%이었다.

여기에 비해 제일모직의 영업이익률이 2%대에 불과하다면 이것은 분명 회사 내에서 뿐 아니라 삼성그룹에서도 걱정하지 않았겠는가 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전통과 전문성을 중시한 삼성그룹이 결국 모태사업인 직물과 패션사업을 전문성과 무관한 테마파크와 골프장 운영 회사인 에버랜드로 보내지 않았는가 하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빅딜은 고부가가치 문화사업의 신성장 동력이란 패션산업 자체가 마치 성장성이 없고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잘못 인식될 수 있는 정부와 업계의 시각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다만 제일모직에서 떠났을 뿐 그룹의 탄탄한 기반과 강한 도전정신으로 에버랜드에서 제일모직 때보다 더욱 공격경영으로 세계적인 패션 전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에 정부와 업계가 기대를 걸고 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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