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컬렉션에 공학소재 센서와 LED적용 ‘라이팅 드레스’ 출품, 미래-우주적 신비로움 연출

사이보그 패션 디자이너 유혜진(쿠만 유혜진 대표)

‘빅5’ 밀라노ㆍ파리ㆍ뉴욕ㆍ런던ㆍ서울 컬렉션서 국내 최초 시도
옷에 센싱기능…탐미적 대상 아닌 소통매체 ‘스마트의복’ 제작
한국 의복 고정관념 아쉬워

“빛 강도 감지하는 조도센서와 LED를 적용,
미래-우주적 디자인이죠”

“유학시절 아트-테크놀로지 공부
틀에 갇히거나 머무르지 않고
실험적 창작을 넓혀가고 있어요”



아무래도 옷이 바뀔 것 같다.
여태까지 옷은 신체를 보호해주고 멋스러운 모습을 연출해주는 기능성과 패션이 다였다.
그런데 옷이 느끼기 시작했다. 옷과 몸이 소통한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대단히 창조적 행위다.
그 창조적 행위의 한 중심에 디자이너 유혜진이 있다.
기자가 만난 디자이너 유혜진은 의복이 패션을 뛰어넘는 3차원적 복합예술체를 말하는 듯 했다.


·의류, 인간과의 결합 시스템
그에 따르면, 사이보그란 1960년 만프레드 클라인즈(Manfred E. Clynes)와 나탄 클라인(Nathan S. Kline)에 의해 제창됐는데,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유기체(Organism)의 합성어로써 인간의 의식과는 별개의 무의식적 위험을 외부로부터 감지하거나 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말하자면 신체와의 유기시스템 혹은 인간과의 결합시스템이다.

“현대의 사이보그란 인간의 신체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전자 공학적 장치를 이식하는 바이오닉(Bionic) 장기처럼 인간과 기계의 결합, 혹은 신체에 탈착이 가능한 스마트 의류(Smart clothes)나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와 같이 별개의 운용 체계 등으로 확장돼 연구된다고 할 수 있죠. 이러한 이론을 근간으로 저의 ‘사이보그 패션’이 시작된 셈입니다.

·국내 최초 파격적 실험 시도
유혜진이 지난 2011~2012 스파(S.F.A.A) 서울컬렉션에서 자신이 기획한 LED 드레스를 들고 피날레에 등장했을 때 그의 ‘반전’에 참가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에게 2011~2012 서울컬렉션에서 LED드레스의 의미는 매우 크다.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센싱 기술이 적용된 LED드레스로서 아마도 국내외 메이저 패션 컬렉션는 물론 디자이너 브랜드 패션 컬렉션을 통틀어 최초의 시도였기 때문이다.

특히, 디자이너 본인이 직접 제작한 인터렉티브 드레스라는 데에 시선이 집중됐다.
“빛의 강도를 감지하는 조도 센서를 달아 주변 조명의 밝기에 따라 LED의 패턴을 바꾸도록 프로그래밍된 인터렉티브 라이팅(interactive lighting)드레스들로써 총 10벌이 피날레 스테이지에 발표됐습니다. 디자인으로는 펠트와 모직 드레스 위에 메탈 비즈들을 아르 데코(Art Deco)스타일의 기하학적 문양으로 장식한 것이 특징이었죠. 최초로 디자이너 브랜드의 패션 컬렉션에 센서를 장착한 인터렉티브 드레스가 등장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입니다.”

·라이팅 드레스와 조도센서 융합
라이팅 드레스와 발광다이오드의 융합은 의복에서 연출되는 빛과 어둠의 환상적 조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왜 LED를 ‘간택’했느냐고 물었다.

“미래적이고 우주적인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살리는데 라이팅 드레스가 제격이었고, 드레스에 빛의 강도를 감지하는 조도 센서와 하모니를 위해 LED를 적용한 것입니다.”

그는 컬렉션 제목도 스페이스 식(Space chic)이라 붙였다. 제목처럼 미래-우주적인 디자인 독창성을 살리는 취지였다는 것.
“아날로그 소재의 드레스 위에 디지털 문화의 속성을 덧입힘으로써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사이보그형 의복의 미래적 느낌을 극대화 시킨 것입니다. 패션 프로젝트의 근간을 초인간(Superhuman)ㆍ사이보그(Cyborg)ㆍ확장된 신체(Extended body)의 맥락에서 보고자 한 것이죠.”

그는 또 LED를 부착 그 자체로만 보지 말고 의복으로 하여금 주변의 조도에 따라 반응을 조절하도록 하는 센싱 기능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 주목해달라고 덧붙였다.

“LED 외에도 더 복잡한 센싱 기술 및 인체의 생체균형에 따른 항상성을 도울 수 있는 생체 인식기능의 추가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수요자의 선호에 따라 소규모 주문생산형의 하이엔드 패션 디자인에서도 이 같은 기술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도하고 실험했다고 볼 수 있죠”

·의복에 센서 신체 대신 인지
인터뷰 서두에서 언급한 스마트 웨어, 인텔리전트 웨어의 정체성에 대한 윤곽이 잡힌 느낌이다.
유혜진은 사이보그 패션은 한 개 이상의 센서가 의복에 부착돼 신체 대신 인지함으로써 신체를 보호하거나 보완하는 시스템으로 제작된 스마트 섬유소재의 의복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사이보그 패션이란 인간 스스로가 창조해 내는 기계적, 생물학적 모듈에 의해 인체를 보완하고 나아가 스스로의 진화를 돕는 사회 및 정신적 도구이자 문화적 반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스마트 웨어, 인텔리전트 웨어 등 사이보그 패션은 사이보그형 후기 인간(Post human)으로의 진화 단계에서 실험 형식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죠”

그는 디자인 바탕(Asset)에 감지 기능(Sensing)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를 자신이 출품한 쇼를 통해서 풀어냈다고 설명한다.
키프로스 출생의 후세인 샬라얀이 2007년 S/S 컬렉션에서 일렉트로닉 웨어(Electronic wear)를 도입한 트랜스포밍 드레스를 선보이면서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이 드레스는 독일 출신의 엔지니어 모리츠 발데마이어와 협업으로 제작되었다. 드레스에 패션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유혜진이 지금 그 길에 서있다.

·순수미술ㆍ아트&테크놀로지에서 영감
유혜진의 이 같은 영감은 그가 대학에서 순수미술(홍익대 판화과)을 전공하고 미국 유학시절(시카고 아트인스튜트 석사, 뉴욕 NYU 인터렉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즈 석사) 아트&테크놀로지를 공부하면서 확대됐다.

그는 순수미술이야말로 어떤 장르로도 확장할 수 있는 기초학문이기 때문에 학부시절 전공이 자신의 실험적 창작에 대한 자양분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또 미국 유학시절 현지의 아티스트들이 공학을 접목시키면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을 보고 컴퓨터 비주얼, 설치미술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도 설명했다.

·패션 바탕 위에서 실험ㆍ창작 확대
유혜진스런 독창성 혹은 장르는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어떤 틀에 갇히지 않습니다. 패셔너블하고 기능적인 요소의 바탕 위에서 실험과 창작을 넓혀가고 있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패션은 물 흐르듯 변합니다. 저는 미술을 전공하면서 어디에도 얽매지 않는 유연성과 실험성을 터득했다고 생각합니다.”
의외였다. 한가지의 ‘유혜진표 색깔’을 기대했는데 외려 다양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공을 들였던 지난 3시즌 컬렉션에서 내보인 LED소재 응용 패션으로부터 현재 어디까지 왔느냐고 물었다.
“소재에 의해서 디자인이 바뀝니다. 또 디자인에 의해 심미안이 바뀝니다. 초보를 벗어난 시작단계 쯤으로 말하고 싶네요.”


·춘계학술대회 ‘디지털 의복’ 발표
유혜진은 이달 초, 동덕여대에서 열린 2013 한국패션디자인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인텔리전트 디지털 의복’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다시 한 번 주목을 끌었다.

그는 한국에서 자신의 실험적 시도가 힘에 부친다고 말한다.
국내의 환경이 성숙되지 못한 탓에 공학과 예술, 공학과 패션의 소통 및 융합이 아쉽다는 것.

그는 자신의 ‘소프트웨어’와 외부의 ‘하드웨어’가 융합되면 폭발력있는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확신하는 눈치다.
기자는 패션 디자이너 유혜진의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패션디자이너의 공학적 감각과, 디자인 및 기능성을 겸비한 완성품을 외부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 커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LED응용 패션은 시작, I will be back!
유혜진은 현재 ‘쿠만 유혜진’ 브랜드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사이보그패션’을 위한 재정비 기간인 셈이다.

기자에게 패션디자이너는 유행과 멋, 시각적인 범주에서 창작한다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었다.
유혜진이 그것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유혜진은 다년간 아트&테크놀로지를 공부하고 실험을 전개해온 까닭에 사이보그패션에 대한 두려움보다 호기심 및 설렘이 크다고 말한다.

‘LED패션’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점을 감안, 당분간 LED 소재를 지속 활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LED 외의 다양한 센싱 테크놀로지를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 서울 청담동에서 자신의 브랜드 ‘쿠만 유혜진(Kumann Yoo Hye Jin)’ 쇼룸을 전개하고 ‘쿠만 오은환(Kumann Oh Eun Hwan)’을 공동 운영하면서 차기를 준비하고 있다.
“LED 응용 패션은 시작에 불과하죠. I will be back (with Cyborg fashion)! 하하하...”

밀라노, 파리, 런던, 뉴욕, 서울 등 '빅5 컬렉션'을 통틀어 최초로 센싱 기술이 적용된 ‘사이보그 패션’을 전개한 ‘작은 거인’ 유혜진의 다짐이다.

오윤관 기자

<사진설명>
1.유혜진은 국내외 메이저 컬렉션을 통틀어 최초로 센싱기술이 융합된 ‘LED드레스’를 선보인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청담동 쇼룸에서 잠시 포즈를 취했다.
2. 2011~2012 S.F.F.A F/W에서 피날레로 선보인 유혜진 LED 드레스의 점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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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진 주요 약력

2013 Kumann YOO HYEJIN, Kumann OH EUN HWA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13 국제섬유신문사 주관, 삼우당 대한민국 섬유패션 창조경영대상(패션세계화, 신인디자이너 부문)수상
2013 2013년 한국패션디자인학회 춘계학술대회, ‘융복합시대의 패션디자인·미디어와 패션
‘인텔리전트 디지털 의복 - 쿠만 오은환 바이 유혜진의 2011-12 가을/겨울 S.F.A.A. 서울 컬렉션으로 본 사이보그패션의 패션컬렉션 적용사례’ 발표
2013 2013-14 FW 서울패션위크, 서울컬렉션 참가
2012 Kumann OH EUN HWA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12 2012 -13 FW 서울패션위크, 서울컬렉션 참가
2013 SS 서울패션위크, 서울컬렉션 참가
2011-12 상명대학교 예체능대학 조형예술학부 서양화과 초빙교수 역임
2011 2011-12 FW SFAA 서울컬렉션 참가,
2012 SS SFAA 서울컬렉션 참가
2009 SONY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ITP Spring show에서 셀렉트된 프로젝트를 위한 특별전 ·SONY 원더 테크놀로지 랩, 뉴욕
2007-2008 상명대학교 디지털미디어대학원 게임학과 겸임교수 역임
200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 지원금 후원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전시, ‘장기를 두는 사람들이 있는 풍경(Playing Chess in a Maze)’
2006 상명대학교, 게임기술문화연구소와 삼성전자 모바일 애니콜 산학 협력 프로젝트, 그래픽 리드 디자이너
‘게임 요소를 적용한 모바일용 어플리케이션 컨셉(Mobile application UI concept) 개발’
2004 파리의상조합 입체패턴 여름 학기 과정 수료
2001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작가 지원금 후원 개인전, ‘반사(Reflections)’
2001, 2008-9 뉴욕대학교 티쉬예술대학원, 메릿장학금상 수상, 뉴욕대학교 티쉬예술대학원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즈 프로그램 석사 졸업(MPS)
2000 파슨스 평면패턴 과정 수료
1998-2007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숙명여자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단국대학교, 홍익대학교, 호서대학교, 상명대학교 등 출강
1997-1999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 전액 장학금상 수상,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대학원 석사 졸업(MFA)
1995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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