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사업부문 구조조정과 관련 충돌한 코오롱 구미공장의 파업사태가 지난 22일 1개월을 넘긴채 장기레이스 국면으로 전환됐다.이에따라 코오롱은 막대한 매출손실과 제품공급 차질 등 피해가 커지고 있으나 노사가 계속되는 교섭에도 불구하고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구미공장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은 물론 수요업계인 직물·염색 가공업체들도 제품 공급 차질로 피해가 점차 증폭되고 있다.현재 코오롱 구미공장 내 스판덱스와 전자재료 생산설비는 일부 가동되고 있으나 타이어코드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스포츠용 원사 등 주요 설비는 생산이 전면 중단 된 상태다.특히 주력제품인 스판덱스의 경우 생산 제품의 출고 지연으로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반면 여타 원사를 비롯 관련제품은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 수요업체들의 이탈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오롱의 경산공장과 김천공장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나 구미공장은 코오롱 전체 매출의 약 45%(5500억원)를 차지하고 매출액중 수출비중이 74%에 달하는 주력 공장이어서 파업타격 휴유증은 갈수록 층폭될 전망이다. =========================================================================="혹 떼려다 되레 혹 하나 더 붙이는 격이 되는가"코오롱 구미공장의 파업사태가 1개월을 넘기면서 코오롱 勞使양측이 '넘지 말아야 할 강을 넘어선 것 아니냐' 는 추측을 낳고 있다. 使측의 경쟁력이 없는 화섬설비 스크랩과 관련 인력 재배치 문제를 놓고 충돌한 코오롱 구미공장 파업사태는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勞使양측 모두 피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사태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勞使양측의 물리적인 충돌로 인한 파업사태는 생산→판매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차단으로 기업이 그 자리에서 고꾸라진 선례가 많다. 코오롱 구미공장은 2003년 기준 코오롱 전체 매출의 약 45%(5500억원)를 점유하는 핵심사업장이다. 이에따라 코오롱 구미공장은 지난 1개월간에 걸친 파업으로 약 460억원에 이르는 매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는 피상적인 계산에 불과하다. 파업으로 인한 기업이미지 추락과 함께 상품공급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못하므로써 야기된 피해는 물론 기업의 마케팅이나 IR 실추에 따른 유·무형적인 자산피해는 계산할 수가 없다. 특히 파업이 철회되고 정상가동에 들어간다손 치더라도 파업 전 수준으로 원대복귀하는데 따른 물리적인 비용을 따질 경우 이미 피해액은 숫자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코오롱 勞使양측이 모두가 '도 아니면 모'라는 식의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겠다면 더 이상 해법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면 코오롱 勞使양측은 이쯤서 相生을 도모하는 슬기로움을 발휘할 때가 됐다.使측은 설비스크랩에 따른 인력재배치를 노조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재배치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말로만 인력재배치를 하겠다는 립서비스가 노조에게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에 파업으로 이어진 결과가 아닌가.또 勞측은 使측이 제안하는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使측이 오죽했으면 설비스크랩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섰겠는가. 생산·품질경쟁력이 없는 범용원사를 생산하는 구닥다리 설비를 걷어내고 새로운 사업을 통해 회사를 키워나가겠다는 使측의 제안은 마땅하다.게다가 인력 다운사이징없이 다른 생산부서로 재배치를 통해 근로자를 흡수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문제는 이에따른 밥그룻 싸움이다. 勞使양측 모두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시각이 결국 파업이라는 악수를 던졌다. 코오롱은 지난해 683억원이라는 적자를 냈다. 적자를 낸 원인자체가 使측이 경기예측 판단을 잘못해 경영효율을 떨어트렸다는 절대적인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이는 코오롱만이 겪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화섬업체 가운데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업체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적자를 모면한 업체 역시 갓 출범한 신생업체이거나 대규모 통합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거나 부단한 구조조정으로 경영로스를 줄인 업체뿐이다. 그러나 코오롱은 어떤가. 이제 구조조정 스타트라인에 선 셈이 아닌가.그런데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도 전에 勞에 발목을 잡혀 옴싹달싹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코오롱 노조는 使측의 이 부분을 깊이 헤아려야 할 때가 됐다. 使측의 무능한 경영능력 탓으로 돌리기에는 현재 화섬사업 안팎의 상황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주력인 화섬원사의 국내수요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데다, 수출시장에서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빙산이 진로를 막고 있다. 거기에다 원료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화섬원사 사업으로는 더 이상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생산공장은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전형이다. 한마디로 파이를 나눠갖는 여건형성 자체가 요원하다.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수순은 생산→판매를 통한 이윤 창출로 확대재생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使측이 제시한 구미공장의 비전은 코오롱이 추진해야 할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이것이 원활히 이루어질 때 勞도 使도 모두 윈윈게임을 한 셈이 된다. 지금 코오롱이 화학섬유 생산회사로 명맥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과거 7·8·90년대식의 화섬원사 생산시스템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예를들어 최근 수년간 다국적 화섬업체들이 합병이나 사업포기 수순을 밟고 있는데도 코오롱 노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결국 코오롱 총파업사태는 판을 깨자는 것이나 진배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파업인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전상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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