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LIE) 총괄 디렉터 이청청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디자이너 브랜드 중 하나인 ‘이상봉(LIE SANG BONG)’. 이상봉에서 젊은 여성을 위한 컨템포러리 브랜드 ‘라이(LIE)’를 론칭한다. 젊고 대중적인 디자이너 브랜드 라이의 총괄 디렉터는 바로 이상봉 디자이너의 아들인 이청청(34) 팀장이다.

아홉 살에 처음 패션쇼를 보고선 막연히 디자이너를 꿈꿨다는 이 팀장은 라이의 론칭으로 미래의 퍼즐조각 하나를 더 맞춘 셈이다. 작지만 완성의 결정적인 단초를 품은 퍼즐을…
롯데백화점 본점 팝업스토어 오픈(15일)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서울 역삼동 쇼룸에서 만났다.
원유진 기자 fashion-news@nate.com

- 라이는 어떤 브랜드인가.
“이번에 선보이는 라이는 20·30대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이며 대중적인 브랜드다. ‘이상봉’의 세컨드 라벨이 아닌 독립적인 브랜드로 론칭한다. 이전 이상봉과는 차별화된 다양하고 신선한 디자인을 라이를 통해 풀어냈다. 너무 극적이기 보다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이다. 가격대도 이상봉의 50~70% 정도로 책정해 합리성도 강조했다.”

- 이상봉과 완벽한 결별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라이는 별도의 브랜드지만 분명 이상봉의 DNA를 가져가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하게’라는 단서를 붙이고 싶다. 개인적으로 라이에 ‘트위스트’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좀 더 모던하면서 컨템포러리하고 트렌디하지만 트위스트적인 요소를 많이 첨가하고 싶다. 이를테면 웨어러블하지만 라펠로 조그만 변화를 준다든지, 혹은 소매에 작은 변형을 통해 디자이너의 감각을 드러내 브랜드의 창의적인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라이가 이상봉으로부터 내려 받아야 할 DNA라고 생각한다.”

- 이상봉의 상징인 한국적인 정서가 이번 S/S제품에서 보인다.
“단청이라는 소재를 좀 더 모던하고 경쾌하게 풀어냈다. 좋은 소스라면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스스로 틀을 만들고 구속될 생각은 없다. 이러한 기준은 라이뿐 아니라 이상봉도 마찬가지이다.”

- 굳이 따지자면 영캐릭터 브랜드라고 이해해도 될까.
“해외의 기준으로 보면 라이는 컨템포러리 존에 속한 브랜드이고, 우리도 처음부터 그렇게 접근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 상황에서는 디자이너 존으로 편성돼야 할 것 같다.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로 고객에게 소구할 계획이다. 유사한 브랜드를 꼽으라면 국내에서는 ‘구호’, 해외에서는 ‘필립림’을 들 수 있겠다.”

- 해외에서 먼저 라이 제품을 공개한 걸로 안다.
“지난해 3월부터 라이를 준비했고, 프랑스 파리의 ‘후즈넥스트’와 미국 뉴욕의 ‘코테리쇼’ 등을 통해 해외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참가한 브랜드들의 경우 바이어도 만나기 쉽지 않은데 기대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미국에 8개 정도 작은 숍에 입점했고, 터키·중국·중동 쪽도 오더를 진행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서도 세일즈 에이전시 계약을 맺었다. 내부적으로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해외시장 개척은 라이의 핵심 사업이 될 것이다.”

- 라이의 장기적인 밑그림의 중심은 해외시장이라는 뜻인가.
“우선 국내에서는 백화점 내 팝업스토어를 통해 접근할 생각이다. 주위에서는 입점을 해 본 매장을 내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받았지만, 브랜드를 완전히 셋업 시키기 전까지는 오더베이스로 진행하는 해외시장 쪽에 더 전념할 계획이다. 해외시장에서 반응이 좋으면 국내에서도 잘되리라는 믿음도 있다.(웃음)”

- 신규 브랜드인 만큼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가야 할 것 같은데.
“맞는 말이다. 일주일간 롯데백화점 팝업스토가 마무리되면 다음달 8일부터는 신세계 백화점에서도 진행할 계획이다. 백화점은 편집숍보다 대중적이고,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일 뿐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부합하는 유통채널이라고 생각한다. 곧 ‘더블유컨셉’을 통해 온라인 마케팅도 전개 예정이어서 온·오프라인 양방향으로 꾸준히 대중과의 접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 디자인뿐 아니라 비즈니스까지 진행하는 것인가.
“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집중하고 있고 마케팅 디렉터 쪽 일은 동생(이나나)이 맡고 있다. 동생은 패션마케팅 쪽 일을 공부했고, 나 보다 사업 감각이 더 좋은 것 같다.(웃음). 물론 의견이 상충하는 경우도 많지만, 남매사이인데다 이상봉 브랜드부터 같이 일을 하다 보니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 긴 호흡으로 봤을 때 라이를 어떤 브랜드로 키우고 싶은가.
“이제 첫발을 내딛은 브랜드에겐 거창하지만, 인터내셔널한 디자이너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현재 디자이너 1세대로 불리는 선배님들의 퇴보 이유는 해외브랜드의 진출로 작아진 내수 파이와 해외진출의 높은 벽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상봉에서 일을 하면서 느꼈던 현실이다. 국내시장으로만은 장기적으로 승산이 없다 판단하고 꾸준히 해외진출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라이는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볼륨브랜드로 키우면서 이상봉은 더욱 세계적인 명품하우스에 준하는 럭셔리한 브랜드로 가져가고 싶다.”


2013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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