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폐막한 런던 올림픽부터 프로축구나 프로야구, 프로농구 등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 이르기 까지 몸에 딱 달라붙은 스포츠웨어를 입지 않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른바 ‘컴프레션 웨어(Compression Wear)’라 불리는 이 기능성 제품은 운동 중 신체를 쾌적하게 유지하고, 운동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동호회원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컴프레션 웨어를 생산하는 전문 업체 뿐 아니라 스포츠와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원유진 기자 ssakssaky@itnk.co.kr

컴프레션 웨어 속 숨은 첨단섬유 과학
예전에는 운동 시 면으로 만든 티셔츠나 속옷을 입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 자연스레 땀이 나기 마련이고 젖은 옷은 무게가 늘어나 에너지 소모를 늘리고, 피부와 옷 사이의 상대습도를 높여 더 많은 땀을 배출하게 한다. 심지어는 박테리아 증식으로 인해 쉰 냄새가 나기도 한다.
축구나 농구와 같이 한 두 시간의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경기가 진행되고, 중간 휴식 시간에 실내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등산이나 MTB와 같이 운동 중간에 야외에서 땀을 식혀야 하는 경우에는 체온을 급격히 떨어지는 ‘윈드칠 이펙트(Windchill Effect)’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심하면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컴프레션 웨어는 이와 같은 불필요한 에너지소비와 불쾌감을 줄여 운동능력을 극대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인간은 피부와 의류 사이의 얇은 공기층이 섭씨32도~35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상대습도가 40%~60% 사이일 때 쾌적하다고 느낀다. 이 범위의 온도와 습도를 넘어설 때 덥다거나 후덥지근하다고 느끼게 되고, 범위의 온도와 습도보다 낮으면 시원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런데 운동을 하게 되면 체온과 상대습도 모두 높아져 땀이 발생해 몸이 끈적끈적해지고 덥다고 느끼게 된다. 이때 더위감을 낮추려면 땀을 피부로부터 격리, 배출해 피부와 옷 사이의 상대습도를 낮추거나, 땀을 빨리 증발시켜서 기화열을 통해 피부의 온도를 낮추면 된다. 이른바 흡습속건의 원리다.
컴프레션 웨어의 흡습속건은 기능성 섬유의 개발로 가능해졌다. 혐수성을 가진 폴리에스터(Polyester)를 가늘게 뽑아 실로 엮게 되면, 실 사이에 모세관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물을 싫어하는 성질은 밖으로 더 잘 배출하는 것이다. 게다가 섬유가 가늘기 때문에 표면적이 넓어져 물기가 더 잘 증발하게 된다. 시중에 출시된 쿨맥스, 필드센서, 에어로쿨, 드라이존 등의 섬유는 원사 표면에 가는 홈통을 4개 또는 그 이상 만들어서 모세관현상을 더 크게 하고, 표면적을 더 넓혀서 흡습속건을 강화한 제품들이다.
이밖에도 컴프레션 웨어는 근육을 압박해 진동을 막아줌으로써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근육의 급격한 수축을 용이하게 해 부상의 위험을 낮추고 운동 능력은 향상시킨다. 또한 UV차단과 항균기능을 더해 운동 시 최적의 상태를 유지토록 했다.

국내시장 선점위해 십여 개 브랜드 각축
지난 10일 경기도 판교에서는 스포츠웨어 2XU(Two Times You)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행사가 있었다. 2XU는 2005년 론칭한 호주 브랜드로 전세계 45개국에서 전개 중이며,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곽윤기, 김민정 선수 등이 2XU 컴프레션 웨어를 착용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주한 호주대사 및 2XU 호주 임원진, 걸그룹 투엑스를 비롯 업계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2XU는 엘롯데, 갤러리아몰, CJ몰 등 인터넷 쇼핑몰을 중심으로 전개했지만, 이번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리점 사업에 뛰어 든 것. 아울러 강남에 직영매장도 추가로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2XU는 요가&피트니스의류, 컴프레션 웨어, 사이클 의류, 철인3종경기복, 웻 슈트(Wet Suit), 각종 액세서리 등 기능성 스포츠 웨어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데상트코리아는 지난 8월부터 컴프레이션 웨어 브랜드 스킨스를 르꼬끄 스포르티브와 르꼬끄 골프 매장에서 숍인숍 형태로 국내에 독점 판매하고 있다.
1996년 호주에서 탄생한 스킨스는 컴프레션웨어 브랜드로 세계 30여 개국에서 선보이고 있는 대표 브랜드로, 모든 제품에 독자 개발한 최첨단 기술인 ‘동적 단계적 압착’ 기술을 사용해 운동 시 신체 부위별로 가장 알맞은 압력을 분포시켜 한정된 혈액의 산소량을 조절하고 운동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어슬레틱, 골프, 리커버리 등 총 3가지 카테고리로 구성했으며, 스포츠를 즐기는 대중들을 위한 A200라인을 비롯해 전문가를 위한 하이 퍼포먼스 A400라인과 골프에 특화된 G400라인, 운동 후 빠른 회복을 위한 RY400라인 등이 대표 상품이다.
대표적인 토종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도 올해 5월 충남대학교 연구진과 합작으로 러닝을 즐기는 한국인 남성들을 위한 기능성웨어 ‘컴프레션 베이스레이어’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한국 남성 표준체형의 3D 스캐닝 분석을 통해 3차원 피티드(fitted) 패턴을 개발하여 완성된 제품으로, 운동시 최적의 피팅감과 압박감을 제공한다. 특히, 운동시 들뜨거나 흘러내리지 않도록 인체 중 동작의 변화가 없는 부위를 뜻하는 피부무변형선 (Lines of non-extension, LONE)을 연구해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 핵심 봉제라인을 개발했으며, 부위별 압박레벨을 적용해 한국인에게 가장 편한 압박감과 피트감을 전하고 인체 밀착성을 향상시켰다. 현재는 남성용 제품만 출시했지만 반응이 좋아 제품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스포츠 브랜드 뿐 아니라 아웃도어 브랜드도 컴프레션 웨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블랙야크이다. 블랙야크는 지난 3월 ‘근육 보정 전문 스마트 이너웨어’를 표방한 ‘BBG 머슬파워(Blackyak Body Gear Muscle Power)’를 클라이밍과 트레킹, 러닝 등 총 3개 라인으로 선보였다. ‘비욘드 테크놀로지(Beyond Technology)’라는 콘셉트로 일본 메디컬 트레이너 분야의 창시자 마키 레이코가 기술자문을 맡아 개발된 이 제품은 신체 근육형상에 따라 정밀 설계된 인체공학적 입체 패턴을 적용해 최소의 에너지로 최고의 아웃도어 활동을 가능하게 해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 브랜드 ‘언더아머’가 올 상반기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전개 중이며,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도 일부 제품을 출시했다.

마니아 중심 입소문… 시장형성은 아직
올해 들어 컴프레션 웨어 출시가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런던 올림픽 전 후로 전문숍 오픈도 이어지고 있다. 컴프레션 웨어는 축구 선수들이 유니폼 안쪽에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고, 프로 골프선수나 프로 야구선수들이 자주 입어 이슈화됐다. 그 동안 운동선수들과 일부 아웃도어 마니아들에게는 인기를 끌었지만, 일반 고객들은 잘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선뜻 구매로 이어지지 못해 반응이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던 국가대표들이 시합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해 착용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대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게다가 20~30대 젊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컴프레션 웨어를 입고 운동을 하면 맵시나 보인다”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 매출자료에 따르면 올 1~7월 기준으로 전점 스포츠 상품군에서 컴프레션 웨어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15%로 작년보다 11%나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스포츠 의류 매출이 작년 동기간에 비해 46.4%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대중화에 탄력을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말부터 본점, 잠실점, 부산본점 등 4개점에서 컴프레션 웨어 브랜드 ‘스킨스(SKINS)’를 도입해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컴프레션 웨어 대중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중론. 한 스포츠웨어 브랜드 관계자는 “컴프레션 웨어가 하나의 아이템으로 시장을 형성하기에는 아직 구매층이 넓지 않다”며 “대중들의 눈에는 모습이 낯설지 않을 만큼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몸에 밀착되는 디자인과 여전히 고가인 가격대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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