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니트 브랜드’, ‘니트 업계 1위’ㆍㆍㆍ
정호진 니트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니트 아이템 하나로 37년의 브랜드 역사를 이뤄오며 니트 시장의 불황기 속에서도 단 한 번의 역신장을 기록한 적 없을 만큼 탄탄한 기업으로 업계를 주도하는 저력. 그 브랜드가 갖는 특별함은 과연 무엇일까.
사회초년병으로 정호진 니트에 첫발을 내딛은 풋내기에서 18년 뒤 디자인실을 총괄하는 박선영 이사는 그 세월 만큼이나 깊고 은은한 미소를 띄며 입을 열었다.
강진용 기자 kang@itnk.co.kr

추동 시즌 준비는 마무리 됐나
“얼마 전에 품평회를 마쳤다. 매니저들의 반응이 좋아 기대하고 있다.특히 이번 시즌에는 디자인의 변화가 크다. 아마 소비자들도 정호진니트가 달라졌다고 금방 느낄 것 이다.”

이번 시즌은 어떤 옷을 보여줄 것인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색상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전체적으로 색감이 풍성해졌고, 무엇보다 실루엣에 변화를 줘 한층 젊어졌다. 기본 정장스타일의 포멀웨어들은 캐주얼해졌고, 상품끼리 크로스코디가 가능해 실용성도 높였다. 실루엣의 변화로 에이지타깃을 낮추는 작업은 사실 전부터 조금씩 진행해 왔었던 부분인데, 이번 시즌은 확실히 젊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니트로 컬러를 다양하게 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 샘플작업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렇다. 니트는 원사로 컬러테스트를 하나하나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샘플투자를 하는 만큼 좋은 상품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메인상품을 출고하기 전에 시즌 당 샘플 품평회를 3회에 걸쳐 진행하는데 350개 정도의 아이템을 만들면, 메인상품은 250개 정도로 진행된다. 모든 디자인실이 다 그렇겠지만 정호진니트도 연중 쉴 새 없이 업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로 37주년을 맞이했다. 니트라는 특화된 아이템으로 장수브랜드의 명맥을 이어온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확고함이다. 정호진 사장님이 니트 디자이너 출신인 만큼 옷에 대한 자부심과 품질에 대한 고집이 남다르다. 우리는 트렌드 분석을 위해 시장조사를 다니기도 하지만 소위 말하는 ‘카피’를 하지 않기 위한 목적도 있다. 정호진 니트가 디자이너브랜드의 성격을 고집하며 독창적인 디자인을 연구 개발하는 것에 주안을 두는 것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우리 브랜드가 롯데백화점 오픈멤버인데 오픈멤버로 남아있는 브랜드는 3개 남짓에 불과하다.”

정 대표님의 특별한 경영철학이 있다면
“아침 일찍 출근하셔서 모든 부서의 일을 직접 관리하시고 디자인에도 참여하실 만큼 열정적이다. 늘 직원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시는데, 그러한 근면성실함이 회사 내에 좋은 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생각한다. 정호진 니트의 직원들이 대부분 장기근속자인데 샘플팀만 보더라도 20년 이상 같이 해 오신 분들이다.”


정호진 니트를 대표하는 상품이 있다면
“정호진 니트 하면 일단은 기본 정장 세트를 생각하시는데 시즌마다 베스트 아이템이 몇 가지 있다. 또 기본 풀오버도 어머님들이 참 좋아하시고... 니트코트류 같은 것은 타 브랜드에는 별로 없는 특별한 아이템이다.
올 추동 시즌에는 ‘풀가먼트’ 방식으로 짠 제품들을 출시할 예정이다. 연결선과 시접분이 없는 풀가먼트 방식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그만큼 옷이 가볍고 편하다.”

요즘 해외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직진출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데 일각에선 국내 패션계가 너무 쉬어서 그렇다는 말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해외 패션 브랜드가 잘 하는 것이 분명 있지만 그것을 무턱대고 따라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 손님에 관해서는 우리가 제일 잘 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상품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그러한 노력을 보여야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해외 패션 브랜드가 트렌드를 주도한다지만 트렌드도 각 브랜드에 맞도록 브랜드화 시켜 전혀 새로운 것으로 만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요즘은 고객 부족 시대라고 한다. 소비패턴의 변화가 브랜드의 충성고객을 감소시켜 기업들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바꾸기도 하고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하는 추세인데, 정호진 니트는 어떠한가
“우리는 옷 한 벌을 출고 하기위해 출고 QC(quality control)도 하나하나 보고 있다. 샘플 옷을 땅에 떨어뜨렸을 때 사장님은 옷을 소중히 다루라고 당부하신다. 그건 옷 자체에 대한 집중이며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이 기업이 보이는 노력을 소비자들은 다 안다. 대안이라고 한다면 과거에도 그랬듯이 한 벌의 옷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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